[해외 DS] 딥마인드 알파폴드, 항우울제 개발에 필요한 환각 분자 예측에 효과적

연구자들의 회의적인 시선 뚫고 항우울제 개발에 새로운 돌파구 마련
실험적 구조와 예측된 구조의 차이 분석 중에 발견한 환각 분자 탐색 효과
실험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신약 개발 주기 단축에 도움 될 전망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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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단백질 구조 예측 도구인 알파폴드(AlphaFold)가 새로운 항우울제 개발을 위한 잠재 환각 분자를 발견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혀졌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팀이 개발한 알파폴드의 예측 구조가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려 실험적으로 도출된 단백질 구조만큼이나 신약 개발에 유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위의 발견이 크게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아마도 미디어에서 접한 알파폴드의 파급력에 대해 익히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생물학 분야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동안, 일부 과학자들은 알파폴드의 예측이 신약을 찾는 데 있어 표준 실험 모델을 대신할 수 있는지 의심했었다. 알파폴드가 절대적인 혁명인 것은 맞지만, 실제 연구에 적용했을 때, 모든 조건에서 뛰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알파폴드 회의론, 신약 개발의 한계

알파폴드를 신약 개발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상당한 회의론에 부딪혔다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제약 화학자인 브라이언 쇼이쳇(Brian Shoichet)은 말했다.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 누군가 ‘이러이러한 것이 신약 발견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고 그는 운을 뗐다.

쇼이쳇 교수는 잠재적 약물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백질-리간드 도킹(protein–ligand docking)이라는 모델링 기법에서 알파폴드의 예측이 X-선 결정학과 같은 실험적 방법으로 얻은 단백질 구조보다 덜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10건 이상의 연구를 예로 들었다.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백질-리간드 도킹 모델은 단백질의 활성을 변화시키는 화합물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이전 연구에 따르면 알파폴드로 예측한 구조를 사용할 경우, 특정 단백질에 결합하는 것으로 이미 알려진 약물을 골라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된 결정적인 동기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채플힐의 구조 생물학자인 브라이언 로스(Bryan Roth)와 쇼이쳇 교수가 이끈 연구팀도 신경정신과 질환과 관련된 두 단백질(알파폴드 구조)을 이미 알려진 약물들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한계에 봉착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한발 더 나아가서, 실험 구조와 예측된 구조 사이의 어떤 차이로 인해 단백질에 결합하는 특정 화합물을 놓쳤는지, 혹은 그보다 더 유망한 또 다른 화합물을 찾아낼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두 가지 단백질의 실험적 구조를 사용하여 수억 개의 약물 후보를 가상으로 스크리닝했다. 한 단백질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감지하는 수용체로, 이전에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통해 구조가 결정된 바 있다. 다른 단백질은 σ-2 수용체라고 불리며, X선 결정구조 분석을 통해 그 구조가 밝혀졌다.

실험적 구조와의 차이, 항우울제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연구팀은 알파폴드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한 단백질 모델을 이용해 동일한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그리고 예측 구조와 실험 구조에서 확인된 가장 유망한 화합물 수백 가지를 합성하고 실험실에서 그 활성도를 측정했다.

예측 구조와 실험 구조로 각각 스크리닝한 결과, 전혀 다른 약물 후보물질이 나왔는데, “같은 분자는 하나도 없었다”라며, “심지어 서로 닮은 것도 없었다”고 쇼이쳇 교수는 강조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적중률'(실제로 의미 있는 방식으로 단백질 활성을 변화시킨 화합물의 비율)은 두 그룹이 거의 동일했다. 그리고 알파폴드 구조는 세로토닌 수용체를 가장 강력하게 활성화하는 약물을 식별했는데, 마침 많은 연구자들이 큰 관심을 가진 주제며, 항우울제 후보로 같은 작용을 하는 비환각성 화합물을 찾는 것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것은 정말 새로운 결과다”고 쇼이쳇 교수는 놀라워했다.

또한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계산화학자 옌스 칼슨(Jens Carlsson) 교수의 연구팀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연구에서 알파폴드 구조가 적중률이 약 60%에 달하는 G단백질 결합 수용체라는 수요가 높은 약물을 식별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칼슨 교수는 예측된 단백질 구조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은 신약 개발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실험적으로 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많은 표적 단백질은 기존의 실험 도구로는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는 점을 꼬집었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리간드 탐색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얻을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할 것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알파폴드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뉴욕에 본사를 둔 의약품 소프트웨어 회사인 슈뢰딩거(Schrödinger)의 치료제 연구개발 대표 카렌 아킨산야(Karen Akinsanya)는 알파폴드로 예측된 구조는 일부 표적 약물에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표적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어떤 것이 적용했는지를 항상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약 10%의 경우, 알파폴드가 매우 정확하다고 판단한 예측이 실험 구조와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예측한 구조가 단서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도 특정 약물 후보의 특성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더 자세한 실험 모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아킨산야는 설명했다.

딥마인드, 신약 개발 기술 상용화에 집중한 아이소모픽 랩스 설립

쇼이쳇 교수는 알파폴드의 예측이 보편적으로 유용하지는 않다는 데 동의한다. “너무 나쁘다고 생각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은 모델들이 많았다”고 그는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알파폴드의 예측 구조가 프로젝트의 시작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의 실험적 방법으로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과 비교하면 프로젝트를 2년 정도 앞당길 수 있으며, 이는 엄청난 일이다”라고 그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런던에 위치한 딥마인드의 신약개발 자회사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는 쇼이쳇 교수가 꼽은 알파폴드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난 7일 이 회사는 제약 대기업인 노바티스(Novartis)와 일라이 릴리(Eli Lilly)를 대신해 알파폴드 같은 머신러닝 도구를 사용해 약물을 개발하는 데 최소 8,250만 달러, 사업 목표가 달성되면 최대 29억 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아이소모픽 랩스는 단백질이 약물 및 기타 상호 작용하는 분자에 결합하였을 때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의 알파폴드가 이 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딥마인드는 이전 버전의 알파폴드가 그랬던 것처럼 이 업데이트가 연구자들에게 언제 제공될지 아직 밝히지 않았다. 경쟁 도구인 로제타폴드 올아톰은 곧 출시될 예정이다.

이러한 도구가 실험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알파폴드가 모든 것을 해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지만, 구조 생물학자들의 역량도 여전히 필요하다. 적절한 균형을 찾는 일은 항상 어렵지만, 알파폴드의 사례처럼 기계와 인간이 할 수 있는 점을 구별하고 조합할 줄 아는 지혜가 현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좋은 접근법이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