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은 기다리는데 매일 시중 금리가 떨어지는 이유와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르는 이유

모두가 같은 기대치를 갖고 있으면 기대치는 빠르게 시장에서 현실화 되는 경향
미 연준 금리도 내년 3월 예정 금리가 벌써부터 시중은행에 확산되는 중
중앙은행 금리 결정이 시중보다 늦게 이뤄지는 사후 정책이 될 가능성 높아
코인가격도 상품의 본질보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이용한 마케팅이 효과를 보는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대략 1.5개월에 1번, 1년에 8번 기준 금리를 결정한다. 연준이 금리를 정한다고 시장이 그 다음날 즉각 따라야 할 이유도 없고, 실제로 기준 금리, 혹은 목표 금리를 변경한다고 해서 바로 그 다음날 시장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은행에 공급하는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식, 채권 판매량을 조절하는 방식 등을 적절히 활용해서 1~2주일 사이에 실질적으로 금리가 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대동소이한 방식으로 기준 금리를 정하고, 시장이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 시스템이 대략 19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그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그 때는 통화량이 목표치였고, 지금은 금리가 목표치라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적절한 시장 개입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면서 중앙은행도 시장을 다루는 법을 익히고, 시장도 중앙은행의 표현들을 해석하는데 익숙해지는 경험치는 최소 40년, 멀리보면 1929년 미국 대공황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연준이 아직 금리를 내릴 시기가 아니라며 내년까지 지켜보겠다고 선언했는데, 시중은행들의 금리는 연일 내리고 있다. 잠깐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미국 금리 변동 상황을 봤는데, 장기채 금리가 정말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더라.

연준은 가만히 있는데 왜 시장 금리는 내리는걸까?

YieldCurve_FinancialTimes_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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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의 현실화

1달 후면 금리가 지금보다 1% 떨어진다고 해 보자. 당장 내일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1달 기다렸다가 은행 객장을 찾아갈 것이다. 아니 요즘은 앱으로 서류 보내고 비대면 대출도 활성화된 상황이니까, 1달 동안 은행 앱 열어서 대출 메뉴를 열어볼 일은 없겠지.

대출을 많이 해 줘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저런 고객이 늘어나면 1달 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한다. 2달 후에는 금리가 더 내릴 것 같다는 소문이 돌면 어떻게 될까? 2달 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될 수도 있다.

은행 지점장 입장에 서 보자. 어차피 1달 후면 중앙은행이 금리 내리는 것이 예견된 상황이고, 시장 모든 관계자가 그걸 알고 있는 상황이라, 중앙은행 발표 후에 허겁지겁 시장에서 금리 조정이 일어나는 후(後)반영이 아니라, 발표일에 모두가 관심이 없는 선(先)반영이 될 것이 확실하다면 1달보다 더 빠른 시점에 시중 금리가 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설 것이다. 지점장까지 오르신 분이니 이쪽 업계 돌아가는 사정을 뻔히 알텐데, 아마 본사에서 2주일 후부터 금리 내려서 대출하고 예금 받아라고 연락이 올 것이라고 예상이 설 것이다. 근데 대출 서류를 받고 그 날 바로 대출을 내주는 경우는 무슨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측근이 찾아와서 큰소리를 땅땅 치는 날 밖에 없다. 보통은 심사에 1주일 이상을 쓴다. 2주일, 1달을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은행 경력 20+년의 지점장 입장에서 1달 후에 중앙은행이 금리 내리는 것이 매우 확정적인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대출을 많이 내줘서 실적을 쌓아야 지점장 이후를 바라볼 수 있잖아? 다른 지점과의 경쟁에서 이겨야지?

아마 1달 전부터 객장 직원들한테 금리 낮춰서 대출 심사 진행된다고 고객들한테 귀뜸해줘라고 (비공식) 업무지시를 내리고, 인근에 돈 많은 분들이랑 점심 식사 하면서 자기네 지점이 좀 더 이자율 낮게 대출해줄거라면서 주변의 괜찮은 상가 건물을 소개해줄 것이다. 누가 사가기 전에 먼저 사셔야 돈 벌 수 있다면서.

Mar2024_FedWatch_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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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은 기대를 하고 있으면 지금 바로 그 기대치가 반영된다

보스턴에서 박사 공부하던 시절, 1월 초에 눈이 너무 많이와서 수업을 아예 못했었다. 그러다 2월이 되어서 뒤늦게 개학을 했는데, 어느 교수님이 월화수목금으로 수업을 몰아서 하겠다며 우리더러 스케줄을 비우라고 미리 메일을 돌리시더라. 우리도 힘들고 본인은 더 힘드시겠지만, 어쩌랴, 1월 내내 팽팽 놀았었는데.

첫 날 수업에 들어갔는데, 애들이 이제 우리 이번주에 매일 본다고 농담하고 있으니 교수님이 교실에 들어오셨다. 그리곤 우리한테

이번주에 Surprise quiz(기습 쪽지 시험?)를 볼 생각이다

라고 말을 꺼내시더라. 애들은 괴짜 교수가 또 이상한 걸로 우리를 괴롭히네라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는데, 교수님이 월화수목금 중에 언제 Surprise quiz를 치게 될까는 질문을 던지셨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는데, 시험일은 언제였을까? (정답은 아래 설명 마지막 줄에 있다.)


만약 목요일까지 Surprise quiz가 없다면, 금요일은 무조건 Quiz를 치는 날이 된다. 더 이상 Surprise가 아니다. 그러니까 금요일은 Surprise quiz를 치는 날이 될 수 없다.

그럼 수요일까지 Surprise quiz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금요일은 무조건 Surprise quiz를 치는 날이 아니니까, 남은 날은 목요일이다. 근데 금요일이 배제된 상태에서 목요일 밖에 안 남아 있으면 목요일도 Surprise가 아니잖아? 그럼 목요일도 아니네?

그럼 화요일까지 Surprise quiz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 감을 잡겠지만, 금, 목, 수, 화요일 모두가 이런 논리로 Surprise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남은 날은?

월요일, 교수님이 말을 꺼내신 바로 지금이다.


위의 설명대로, 우리더러 쪽지 하나 꺼내서 이름쓰고 Surprise quiz가 언제일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답을 써서 제출해란다. 나는 감을 못 잡고 있다가 지금 제출해야되는 이 답안이 Surprise quiz의 답안이라는 걸 번쩍 이해하고는 위의 답을 써서 제출했다.

위의 사례는 왜 1달 후에 저 기업 주가가 5배로 뛸 것이라고 예측하면 지금 당장 주가가 뛰어오르는지에 대한 좋은 설명이 된다. 실제로 주식 시장은 그 기업의 오늘 수익성이 아니라, 2~3분기 동안 벌어들이는 수익성에 맞춰 주가를 결정한다. 2~3분기 동안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 같으면 오늘, 내일 중으로 선(先)반영이 될 것이다. 내일까지 굳이 늦춰지는 이유는 하루 가격 제한 폭 같은 규제와 정보 확산에 걸리는 시간 때문이다. 그 시험 문제에 답안을 바로 제출할 수 있는 학생, 시험이 끝나고 옆 친구의 설명을 들어야 아는 학생 간의 격차와 마찬가지로, 고급 정보일수록 확산이 늦어질수는 있다.

Jan2024_FedWatch_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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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다 알고있는데 연준은 왜 아니라고 할까?

지난 10월, 11월까지는 최소한 일부의 사람들은 내년 3월에 금리 인하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12월 들어 미국도 경기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확신이 서니까, 이제는 3월도 아니고 1월 31일 회의에서 금리 내리지 않겠냐는 말도 흘러나온다. 한 달 전만해도 0%에 불과했던 가능성에 월스트리트 금융전문가들이 무려 10% 가깝게 표를 던진 상황이 됐다. 그 와중에 연준의 파월 의장은 아직 금리 인하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 말을 계속 회피한다. 우리 모두가 1월은 몰라도 3월에는 확실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그 분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자기 밑에는 수 많은 경제학 박사들이 연구해서 보고서를 올릴텐데, 왜 저렇게 모르쇠로 반응할까?

위의 Surprise quiz와 같은 방식의 예제를 하나 더 갖고 와 보자.

교수님이 학기 첫 수업에 들어와서는 이 수업은 기말 시험 1개로 학점을 결정하고, 엄청나게 어렵게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마 학점을 날로 먹으려고 했던 많은 학생들이 수강조정 기간에 탈출을 할 것이다. 남은 학생들은 불만이 많지만 그래도 꾹 참고 수업을 열심히 듣고, 나중에는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스터디 그룹을 만들지도 모른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한 것을 교수님이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기말고사 직전 일이 됐다고 생각해보자.

교수님의 원래 목표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지, 시험 문제를 어렵게 내서 학생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었다. 시험을 출제하는 것도 귀찮고, 채점하는 것은 더 귀찮다. 날로 먹으려고 했던 학생들을 싹 쫓아냈으니 남은 학생들은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그냥 남은 학생 전원에게 A학점을 줘도 괜찮을 수 있다. 다들 열심히 공부했을테니까.

시험장에 들어가보니

No exam. You all have As.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이렇게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학생들 입장에서는 놀린다는 생각도 들고, 허탈하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근데, 교수님 입장에서는 이 결정이 본인에게 최적의 선택이었다.

  • 날로 먹으려고 하는 학생들을 쫓아냈고
  • 남은 학생들이 죽어라 열심히 공부했고
  •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귀찮음을 덜었고
  • 채점을 안 해도 되고
  • 학점 입력할 때도 A 값만 입력하면 되고
  • 채점에 불만이라는 학생이 찾아올 일도 없다

위의 예시를 게임이론에서는 ‘Time Inconsistency (시간 불일치성)’이라고 부르고, 시간에 따라 최적 선택이 달라지는 경우에 대한 일반 사례로 자주 쓰인다. 물론 계속 같은 전략을 쓰면 ‘날로 먹으려고 하는 학생들’이 다음 학기에 우르르 등록을 할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 학기에는 반드시 시험을 쳐서 대규모 F학점을 뿌리는 ‘F폭격기’가 되어야 한다. 최소한 학생들이 예측할 수 없는 주기로 Time Inconsistency 전략을 써야 저 전략이 효과를 볼 수 있다.

같은 논리를 연준의 파월 의장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내년 3월에, 혹은 1월에 금리를 낮출 예정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으면 금리를 높여서 경기 과열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할 수 있다. 그러다 기습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경기 침체가 오는 것을 피할 수 있는 효과도 누린다.

이걸 거시경제학 하시는 분들이 ‘재량’과 ‘준칙’이라는 표현으로 정리한다. ‘재량’은 시장 상황에 맞춰서 대응하는 정부 방침을 말하고, ‘준칙’은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기준값에 맞춰 움직이는 의사결정 구조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준칙’을 겉으로 내세우고 뒤에서는 ‘재량’을 하는 구조가 지난 40년간 시장의 규칙처럼 돌아갔다.

이런 경험치가 쌓여 있으니까 때로는 중앙은행장이 끝까지 ‘준칙’을 고집해서 시장이 ‘재량’을 기대하지 않도록 방어 전략을 짜기도 하고, 때로는 시장 기대보다 더 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을 내놓기도 한다. 모두 Time Inconsistency를 이용하거나 역이용해서 시장의 기대를 무조건 따라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들이다.

우리 현실에 적용되는 사례

우리 주변 현실에서 저런 Surprise quiz와 No exam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비트코인 같은 상품은 실제로 가치가 없는 ‘디지털 쪼가리’에 불과하지만, 중앙정부의 화폐를 대체하는 새로운 화폐가 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진 분들 일부와, 화폐 어쩌고는 잘 모르겠고, 그냥 가격이 오르니까 구매한다는 생각을 가진 (압도적) 다수의 투자자들의 구매 및 판매 행동에 의해 가격이 등락을 반복한다. 오를 것 같으니까 구매하는 행동 속에 Surprise quiz의 논리가 숨어 있고, 실제로 가치가 없다는 것을 마음 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가치를 고집하는 자세 속에는 No exam을 활용하는 중앙은행 방식 전략이 숨어있다.

바람을 불러일으켜서 테마주 주가를 끌어올리는 증권가 속칭 ‘마바리’들의 행태도 같은 맥락이고, 코드만 구해가면 억대 연봉의 AI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학원들의 상술도 마찬가지다. 모두 정보의 비대칭성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내일의 불확실한 가치가 큰 것처럼 포장해서 오늘 상품도 가치를 부풀려 판매에 나선다.

꼭 이런 사기에 준하는 사례가 아니더라도 가치가 선(先)반영되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하루 아침에 금방 오르고, 반대로 내릴 것 같으면 또 하루 아침에 금방 몇 억이 움직인다. 시장은 기다려주질 않고 즉각 바뀐 정보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선(先)반영된 정보가 항상 맞을 수는 없다. ‘오버슈팅(Over-shooting)’이라는 표현을 종종 들을 수 있을텐데, 시장이 과민반응을 해서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거나, 혹은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원인이 여럿 있겠지만, 남들이 말하는대로 따라가면서 부화뇌동하는 분들이 정보의 가치를 실질로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서는 하루, 이틀 정도 큰 폭의 상승이 있었으면 다음 날에는 주가가 좀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오버슈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될 것이다.

금리 언제 내리는지 맞출 수 있냐?

항상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졸던 분이 마지막에 잠에서 깨서는 ‘금리 언제 내리는지만 알려달라’고 그런다. 복잡한 논리는 못 따라가겠고, 그냥 자기는 금리가 언제 내리는지만 알면 된단다.

위의 이야기를 다 따라오신 분들이라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기 전에 시장에서 이번 크리스마스, 새해 연휴 사이에 금리 조정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설 것이다. 금리 인하 결정이 내년 1월 31일이 될지, 3월 20일이 될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 분들의 마음이니까. 경기 지표는 숫자에 불과하고, 결국은 그 분들이 자신의 향후 명성을 걸고 결정을 내려야 움직이는 값인데, 내가 그 분들의 마음 속에 들어갈 수는 없잖아.

다만, 그 분들도 남은 인생이 있는 분들이니만큼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할 것이고, Surprise quiz를 그 자리에서 풀 수 있을만큼 영리한 사람들이 가장 빠르게 기대치를 조정해 시장을 읽는 사람이 되고, 문제를 푼 친구들에게 들어서 아는 사람들은 정보 시차 탓에 기회를 놓치고, ‘언제 내리는지만 알려달라’는 사람들은 모든 사건이 벌어진 후에나 뒤늦게 대응에 나설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느냐고 이메일이나 보내고 있는 동안 시장 조정이 끝났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겠지. 말을 바꾸면, 이미 내리고 있다. 1달 전에 5.0%에 육박하던 30년 만기채 금리가 4.0%까지 떨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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