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해외 정부는 어떻게 유권자의 마음을 ‘해킹’했을까?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국내 유권자 마음 '해킹' 성행하고 있어
사이버 영향력 작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관찰-지향-결정-행동 구조를 이해해야
2024년 전 세계 인구의 49%가 선거에 참여하는 만큼 사이버 영향력 작전과 선거 간섭에 철저히 대응해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글로벌AI협회 연구소(GIAI R&D)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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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2024년은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연도다. 선거는 국제법상 국가 내부의 문제로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으면 안 되지만, 최근 온라인 조작을 통한 국가 간의 선거 간섭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사이버 영향력 작전(Cyber-Enabled Influence Operations)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를 내포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를 이용한 국가 간의 간섭 심화되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드러난 이후 인플루언서 작전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사이버 작전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 정책 입안자,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사이버 영향력 작전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사이버 영향력 작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사이버 영향력 작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정보는 나라를 통치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는 2,000여 년 전에 “최고의 병법이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며 정보를 이용한 병법을 강조했다. 실제로 1980년대 소련은 미국에서 에이즈가 발생했다는 거짓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인펙션/덴버 작전(Infektion/Operation Denver)을 수행했다. 사이버 세계가 등장한 이후로 정보를 이용한 작전은 범위, 규모, 속도 모든 측면에서 더욱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사이버 작전의 대상도 점차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 기존에는 기계를 대상으로 했으나, 최근엔 키보드 뒤의 인간을 대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이버 작전은 대중의 사고와 인식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행동 변화를 추구한다. 적대적인 국가에서 정치 집회를 조직하는 것이 행동 변화의 대표적인 예시다. 이처럼 현대 사이버 영향력 작전은 무력 충돌 없이 벌어지는 국제 경쟁의 연속이다. 사이버 영향력 작전은 여론을 조작하면서 양극화를 조장하는 정보를 구축하여 이를 작전에 활용한다. 기존에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해킹하거나 통신을 방해하는 공격적인 사이버 작전을 펼쳤으나, 최근 사이버 작전은 사람의 마음을 ‘해킹’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해킹하는 작전은 외국 세력이 다른 나라의 정치에 개입하고자 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사이버 영향력 작전 원리, 관찰-지향-결정-행동 구조가 핵심

그렇다면 사이버 영향력 작전은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개념인 관찰-지향-결정-행동(Observation-Orientation-Decision-Action)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이 모델은 한 사회의 개인이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그 정보로 전략적 선택을 내리는 과정을 말한다. 공중전의 경우 전략적 선택은 조종사의 생존과 군사적 승리로 이어지고 일상 생활에서 전략적 선택은 우리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기서 관찰-지향-결정-행동 구조의 ‘관찰’ 부분에 정보를 추가하면 ‘행동’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사이버 영향력 작전은 관찰 단계에서 대중에게 목표 메시지를 전달하여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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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지향-결정-행동 구조/사진=Scientific American

어떻게 사이버 영향력 작전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여 관찰-지향-결정-행동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사이버 영향력 행사는 식별-모방-증폭 프레임워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식별 단계에서는 소셜 미디어 마이크로 타깃팅(Microtargeting)을 통해 타깃층과 분열을 조장하는 이슈를 파악한다. 두 번째는 ‘외부인’이라는 허위 신분을 만들고 타깃층의 구성원인 것처럼 위장하여 신뢰도를 높인다. 실제로 2016년 러시아에서 미국 대중을 표적으로 삼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악명 높은 ‘트롤 공장’이 운영하는 광고를 구매했다. 이 광고에서 트롤은 허위 신원을 설정하고 대상 집단일 것 같은 언어를 사용해 위장했다. 그런 다음 타깃층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를 보내며 그룹 내 소속감을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했다. 설계된 메시지는 허위 정보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사용했다. 따라서 허위 정보, 가짜 뉴스 대신 ‘사이버 영향력 작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실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영향력은 맞춤형 메시지를 통해 콘텐츠와 대상 그룹 수를 늘리고, 다양한 플랫폼에 게시글을 올려 영향력을 더욱 증폭시켰다.

예를 들어 최근 입대한 군인이 9/11 테러를 TV로 본 생생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 사건으로 인해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있다. 이 게시물은 미국 전역 퇴역 군인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유한 게시물이지만,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가짜’ 게시글이 ‘진짜’ 게시글과 같은 정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가짜’ 게시물은 애국심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이외의 목적으로도 활용될 여지가 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이크로 타깃팅을 통한 마음 ‘해킹’, 사이버 영향력 작전과 선거 간섭에 잘 대응해야

러시아 인터넷 연구소는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특수 메시지를 제작하여 페이스북을 통해 사이버 영향력 작전을 진행했다. 페이스북의 마이크로 타깃팅 기능을 사용하여 그룹에 따라 각기 다른 메시지를 만들었다. 러시아가 구매한 대부분의 페이스북 광고는 허위 정보가 없고 인종, 정의, 경찰 등의 주제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1억 2,600만 명의 미국인은 자신의 견해와 투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러시아는 미국 외에도 독일과 영국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 드러났다.

올바른 전략적 결정을 내리려면 개인이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관찰해야 한다. 관찰된 현실을 분열이라는 조작된 렌즈를 통해 보면 관리 ‘가능한’ 사회적 의견 불일치가 관리 ‘불가능한’ 분열로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양극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정치적으로 양극화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가짜 뉴스’ 없이도 기관에 대한 신뢰는 훼손될 수 있다.

식별-모방-증폭 프레임워크에서 강조하듯이 누가 합법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고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관찰되고 있는 ‘현실’이 무엇인지도 중요한 질문이다. 기술을 통해 외부인(외국의 허위 신분)이 특정 사회의 구성원인 것처럼 위장할 수 있게 되면 사이버 영향력 작전은 더욱 유효하게 되어 조작의 위험에 빠지기 마련이다.

2024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9%가 선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이버 영향력 작전과 선거 간섭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식별-모방-증폭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외국의 사이버 영향력 행사는 진실을 교묘하게 활용하여 여론을 움직일 것이다. 이것이 국내 정치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깊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사이버 공간의 특징인 접근성과 익명성은 사이버 영향력 작전을 용이하게 만든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는 익명성을 보장하면서 합법적인 사용자에게만 접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는 물론 어려운 과제지만,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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