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류 국가, 2류 인재] ③한국 사회에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는 ‘대학 개혁’

지적 역량, 지적 결과물의 효율성을 키우는 것만이 한국 사회의 유일한 탈출구
대학 교육 수준 높이도록 대부분의 수준 미달 대학들 퇴출시켜야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집단은 실력없는 교수들 일부에 불과

한국 사회가 지난 수십년간 막대한 노동력을 쏟아 넣어 자본금으로 바꾼 덕분에 지금의 번영을 구가할 수 있는 반면, 시대가 바뀌면서 노동력이 복지를 요구하는 와중에 정작 노동력의 고급화, 그 고급화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지적 자본의 역량의 성장은 매우 후진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대로 가면 그간 쌓은 자본금이 소진되는 40, 50년 후에는 오늘날의 이탈리아 같은 나라가 될 것이다. 참고로 이탈리아는, 특히 남부 지역은 생산성 있는 산업 기반이 하나도 없는 지역으로, 청년 실업률이 공식적으로도 2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는지 20년이 흐른 나라, 비공식적으로는 60% 이상에 이른다는 표현도 나오는 곳이다. 한국도 반도체, 자동차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적으로 따라 잡히는 나라가 되면 자본금 소진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빨라질 수밖에 없는 국가다.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해야하는 당면 과제는 뭘까? 평균 0.7 이하로 떨어진 합계출산율을 강제로 끌어올려서 $H$의 공급을 끌어올려야할까? 직장인들에게 오늘부터 하루 8시간이 아니라 하루 16시간을 일해라고 할까?

Tier 123
Tier 123

한국의 1류 국가 도약 도전

현실적으로 한국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아래와 같다

  • $K$ ↑
  • $\alpha$, $\beta$, $\gamma$ ↑

$K$는 지적 역량을 키워하는 부분이고, 각각의 계수들 값은 결국 인적, 지적, 물적 자원을 쓰는 효율성을 키워야 된다는 뜻이다. 각각의 계수들을 경제학에서는 요소 생산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우리 분석 구조에서는 변수별 효과라고 명칭을 변경해서 논의를 진행해보자. 변수별 효과, 혹은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 $\alpha$($H$의 효율성): 적게 일해도 같은 생산성을 뽑아내도록 업무 집중력, 업무 역량 향상
  • $\beta$($K$의 효율성): 학부,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사회 인프라 구성
  • $\gamma$($M$의 효율성): 투자 수익률이 높은 곳에만 투자

를 들 수 있을텐데, 현실적으로 $\alpha$를 할려면 노동 단가 안 나오는 인력들을 대규모로 해고하거나 사회 전반적으로 임금 인상을 크게 억제해야 한다. 이걸 사회적 합의로 성공한 나라는 역사적으로 희귀하고, 대부분은 역사책에서 ‘혁명’, ‘반역’ 등의 표현으로 정리되는 사건으로 개혁은 실패한다.

$\gamma$ 부문에서 투자 수익률이 낮은 곳을 배제하기 시작하면 돈이 안 도는 나라가 되고, 은행들이 망하기 시작하고, 전반적으로 경제 시스템은 크게 위축된다. 특히 정부가 같은 선택을 하면 이번 R&D 지원금 축소 사건에 학생들 앞세워 교수들이 지원금 더 달라고 불평을 표현했던 것처럼, 국민 세금에 의지하던 수 많은 조직들이 역시 ‘혁명’, ‘반역’과 유사한 형태로 ‘데모’, ‘파업’ 등의 노동 쟁의 행위에 들어갈 것이다.

결국 모든 선진국이 노동자에게 복지를 더 지원해주고, 자본 수익률이 낮은 사업들을 후진국으로 이전시키면서도 살아남았던 그 방법, $K$를 키우고 $\beta$ 값을 더 올리는, 즉 지적 역량의 효율성을 더 키우는 도전이 한국이 1류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지적 역량을 키우고 지적 결과물을 현장에 쓴다?

행시 출신 공무원들에게 위의 이야기를 하면, 지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교육 예산을 더 늘리고, 대학들에 지원금을 더 지급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대학에 들어간 지원금은 국민 소득의 2%에서 10%를 넘는 나라가 됐다. 나라 경제의 성장세와 비중을 곱하면 얼마나 많은 지원금이 대학에 들어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이 한국은 노벨상을 배출할 수 있는 혁신적인 R&D를 할 수 있는 나라, 최소한 그런 R&D 시스템을, 그런 인재를 길러낸 나라가 됐나?

지난 글([2류 국가, 2류 인재] ②인적 자원, 지적 자원, 물적 자원, 3박자가 골고루 후진적인 나라)에 언급한대로

빌려주는 것도 친절, 빌려주지 않는 것도 친절

이라는 표현에 나와있듯이 돈을 투입한다고 무작정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지금과 같은 방식의 교육 예산 배분이 이뤄지면 지난 50년간이 다시 반복될 뿐이다. 아마 한국은 경제 규모 10위를 한 때 한 번 찍었던 나라, 그런데 지적 역량은 한 번도 그 수준까지 못 찍었던 나라라는 이야기를 50년 후의 어느 나라 경제학 선생님이 중학교 수업 시간에 언급하고 지나가는 나라로 전락할 것이다.

실제로 지적 역량을 키우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있다.

복거일 선생님이 이미 1980년대부터 주장하신, ‘영어 공용화‘다.

전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할 때는 1번 선택지가 영국 런던이고, 2번 선택지가 영어를 쓰는데 세금도 낮은 아일랜드다. 아시아에 진출할 때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1번 선택지로 항상 고민의 선상에 오른다. 두 국가 모두 한 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덕분에 영어가 공용어이고, 최소한 교육 받은 상위 10%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인력을 갖춘 나라다. 그 인력들은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더라도 최소한 지식을 습득하는데 언어적인 장벽은 없는 사회 인프라 속에서 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유럽에 사업을 확장하면서 법 규정에 문제가 없는 스위스를 고른 이후에 언어적인 문제로 어려움이 많아 아일랜드에 대한 미련을 계속 못 버리고 있다. 한국 사업은 일괄 비대면으로 돌리고 사업체를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이전해서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한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세금, 고용 등록 등등 수 많은 정부 문서들을 독일어로 받고 나면 번역기를 돌려야 하고, 그게 맞는지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 구글 검색 정도로는 자료를 찾기도 어렵다. 반면 영어권 국가들은 문서에 번역이 필요없고, 간단한 구글 검색으로 해당 국가 사정을 너무 손쉽게 알아볼 수 있다.

자국 인력들이 영어권의 지식을 흡수하고 업무에 적용하는 본론으로 돌아왔을 때, 해외 투자자들이 언어적 장벽없이 쉽게 투자 국가의 법규, 집행 방식을 손쉽게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영어권에 속한 인재들은 같은 영어권의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지식을 변환 과정 및 시간 지체 없이 빠르게 확인하고 적용시킬 수 있게 된다.

지적 역량을 키우는 더 근본적인 방법 – 교육 개혁

안타깝게도 복거일 선생님은 ‘영어 공용화’를 주장하신 이후 국내 일부 세력에게 ‘매국노’, ‘친미파’, ‘친일파’ 등등으로 온갖 매도를 당했다. 한국 사회가 낳은 최고의 문필가 중 한 사람, 최고의 지식인 중 한 사람이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고 내 놓은 생각을 단순히 자기들의 이익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인격 모독과 멍석말이를 서슴없이 자행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역시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해서 포기하더라도, 아마 깨어 있는 일부는 스스로의 힘으로 영어 공부를 해서 지적 역량에 굴레를 씌우는 한국어의 한계를 탈피할 것이다. 다만 이렇게 개개인에게 맡기는 선택은 언제나 다수의 대중이 아니라 소수의 선각자들 0.1%와 그들이 선각자라는 것을 인식한 1%의 지식인 후보들에게 국한된다.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선택지가 되기는 어렵다.

내 눈에 남은 거의 유일한 선택지는 대학 개혁이다.

영국에서 옥스포드, 케임브리지가 처음 생겼을 때도 그랬고, 그 제도를 복제한 독일 제국이 대학을 설립했을 때도 그랬고, 다시 그걸 복제했던 일본이 동경제국대학을 만들 때도 대학 교육은 해당 국가 최고의 인재에게 미래를 맡기기 위해 엄격한 심사를 밟았다.

매 학년 별로 졸업시험을 치고, 그 시험에서 떨어지면 재 시험의 기회를 1, 2번 정도만 주고는 학교에서 내 쫓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제도는 지금도 옥스포드, 케임브리지를 비롯한 주요 영국 대학들과 유럽 대륙의 명문대학들에 그대로 남아있다. 교육이 사업화된 미국은 매우 많은 학교들이 졸업생 숫자를 늘리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으로 학교 운영이 바뀌었고, 덕분에 학교의 서열을 따지고, 그 서열 안에서 특정 구간을 벗어난 학교의 학위는 더 이상 학위 취급을 해 주지 않는 곳이 됐다.

한국의 대학 교육은 정부 지원이라는 따뜻한 구들장, 합격만 하면 누구나 다 졸업할 수 있는 미국 하위권 대학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학위 수준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블라인드 채용’ 등으로 막혀 있는, ‘괴랄한’ 시스템을 갖춘 나라다.

교육의 효율화, 지적 역량의 고도화에 방해물이 되는 것들이 집합된 국가에서 어떤 대통령이 나온다고 해도 대학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학자금이라는 문제 하나만해도 미국의 수 많은 ‘교육 대통령(Education President)’라는 분들이 나섰으나 여전히 해결을 못한 상태다.

그나마 학령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래나저래나 망하는 것이 예정된 대학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극소수의 대학들만 남긴 상태에서, 정부가 지원금을 학생 숫자 기준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최상위권 논문지에 나온 논문 숫자대로 줄 테니 유럽식으로 엄격한 학위 관리를 해라는 방식을 쓴다면 한국에서 대학 개혁이 불가능한 선택지는 아닐 수도 있다.

아마 능력없는 교수들 대부분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야 할 텐데, 사회적으로 치뤄야하는 비용이 무능력에 대한 처벌이라면 그리 나쁜 반대급부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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