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DS] ‘가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의외의 순기능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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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유대감 형성·집단 규범 강화·정보 전달 등 긍정적 기능 많아
관계·의도·정보신뢰성 및 퍼뜨리는 사람의 동기에 따라 달라지는 영향
대부분 사실에 기반, 조직 내 적응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중요 정보 제공도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가십(Gossip)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주제다. 가십은 일반적으로 누군가가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크고 작은 사회적 집단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과 서유럽의 직장에서 90% 이상의 사람들이 가십을 즐기는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심리학 연구팀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하루 평균 약 한 시간을 가십에 할애한다고 한다. 최근 연구자들은 이러한 보편적인 사회적 현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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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사회적 유대와 규범을 굳건히 하는 연결고리

과거 연구자들은 주로 가십의 부정적인 영향에 집중했다. 또한 티안준 선(Tianjun Sun) 미국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 심리학 교수에 따르면, 그들은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이나 가십의 대상 중 한쪽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가십의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 듣는 사람, 그리고 그 대상 사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상호작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가십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자아를 고양하고, 그룹 내에서 사회적 경계나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십은 어떤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을까? 먼저 공통의 지인에 관해 대화를 나눌 때, 그 정보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간에 사회적 유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테렌스 도레스 크루즈(Terence D. Dores Cruz)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University of Amsterdam) 실험 경제학·정치적 의사결정 연구센터의 박사후 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진들은 가십을 전달한 사람에 대한 호감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가십은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혹은 피해야 할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나아가 가십은 집단 내 규범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한 동료가 회의 시간에 반복적으로 늦는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그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조직 구성원들의 기대에 어긋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를 통해 집단 내에서 올바른 행동 기준이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강화될 수 있다.

관계와 의도에 따라 달라지는 영향

다만 가십은 양날의 검이다. 가십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지는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 그리고 대상 간의 관계, 각자의 의도, 그리고 전달되는 정보의 신뢰성에 따라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이 이 드라마의 주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들이 왜 가십을 퍼뜨리는지,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위험을 수반하는지에 대한 사회과학 연구가 많은 것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선 교수에 따르면 가장 순수한 형태의 가십은 연결감과 소속감을 형성한다. 그러나 가십의 내용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은 죄책감을 느낄 수 있고 보복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가십을 듣는 사람들 역시 퍼뜨리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질 위험이 존재한다.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흔히 유언비어 형태의 험담을 일삼는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실제 연구에 따르면 그들이 전달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란체스카 자르디니(Francesca Giardini)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University of Groningen) 사회학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학생들이 일련의 공공재 게임을 수행하는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그룹 전체가 이익을 보지만, 이기적인 행동을 할 경우 개인의 이익만 증가한다. 또한 참가자들이 공통 기금에 더 많이 기여할수록 그 금액은 1.5배로 증가해 모두가 더 큰 이익을 얻게 되는 구조였다.

연구 결과 기여도가 높은 참가자들이 이기적인 참가자들에 대한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경향을 보였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은 서로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게 됐고, 기여도가 낮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다른 참가자들에게 익명으로 전달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때 팀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들이 이기적인 행동을 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더 자주 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가십 전파 동기를 탐구하는 다른 연구들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크루즈 연구팀의 실험에서도 가십을 전파하는 사람과 대상 사이에 갈등이 없으면 진실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지만, 경쟁 관계에 있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실험에서 팀에 크게 기여하는 사람들이 이기적인 참가자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이유가 팀의 공동 이익이 증대됨으로써 자신도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크루즈 연구팀이 소문을 듣는 사람들에게 소문을 전달하는 사람의 의도를 주의 깊게 살핀 뒤 ‘이 상황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행히도 가십이 복잡한 동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가십을 전달하는 이들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능숙하다. 사람들이 가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그 가십이 듣는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퍼뜨리는 사람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다. 만약 듣는 사람이 가십이 자신을 돕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면, 그들은 그 소문을 전하는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된다.

사회적 관계와 소수자 연대의 연결고리

가십은 듣는 사람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동료가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는 소문을 듣게 되면, 그 정보는 승진이나 새로운 기회를 추구할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팀이나 조직에 합류한 사람들에게 가십은 조직 문화를 이해하고, 중요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욱이 대규모 조직에서는 여러 소규모 집단이 형성되기 마련인 만큼 이들 그룹 내에서 누구를 신뢰하고 누구와 협력할지 결정하는 데 가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성 소수자(LGBTQ+)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 집단은 회사 내 사건이나 결정에 대한 소문을 통해 자신을 지지해 줄 동맹을 찾거나 관계를 형성하는 데 가십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가십의 영향을 다룬 연구는 많지 않지만, 그중 일부 연구는 가십이 특정 상황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켈 베르쿠이텐(Maykel Verkuyten)과 에스터 드리엘(Ester Driel)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Universiteit Utrecht) 사회 행동과학 교수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이탈리아 남부 리아체라는 마을에서 난민과 이주민을 20년 넘게 받아들인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인종 그룹 간의 가십이 지역 사회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리아체에서는 인종적 갈등이 없었기 때문에 가십이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반면 2016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백인 중심 대학에서 있었던 다른 연구에서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흑인 직원들에 대한 가십이 그들의 업무 성과와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가십이 사회적 소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인종적 갈등이 없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가십이 가진 선한 영향력

한편 대부분의 연구가 직장 내 가십에 초점을 맞춰 실험실이나 온라인 환경에서 진행된 것과 달리, 크루즈 연구팀은 실제 사회에서 가십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네덜란드의 한 지역 사회에서 3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모집하고, 이들에게 자주 접촉하는 15명의 사람을 목록으로 작성하게 했다. 10일 동안 하루에 네 번씩, 참가자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네트워크 내에서 다른 사람에게 들은 정보나, 자신이 전달한 정보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정보들은 주로 제삼자에 대한 평가로 신뢰성, 따뜻함, 능력 등 다양한 측면을 포함했는데, 연구 결과 대다수의 수신자는 가십을 진실로 받아들였고, 그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을 변경하며 행동을 조정해 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가십의 가장 유익한 결과 중 하나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크루즈 연구팀은 예시로, 누군가 동료가 매일 지각한다고 불평할 때, 가십을 통해 그 동료가 이혼 중이거나 어린 자녀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불평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그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동료를 공감하고 더 도와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비록 가십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여겨질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가십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또한 크루즈 연구팀과 동료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실제 생활에서의 가십 대부분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고, 단순한 정보 전달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최근 할아버지가 됐다거나 약혼했다는 소식 같은 것들이다. 참고로 연구진들은 참가자들에게 편견을 주지 않기 위해 ‘가십’이라는 용어 대신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가십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측면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원문의 저자는 프란신 루소(Francine Russo) 심리·행동 분야 전문 저널리스트입니다. 영어 원문은 The Surprising Benefits of Gossip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