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마이크론 실적 발표 앞두고 엇갈린 ‘반도체 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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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실적, 한 달 빨리 공개되는 '반도체 업계 가늠자'
모건스탠리 "초과 공급에 HBM 반도체 가격 하락세 전환"
JP모건 등 "내년 물량까지 확정돼, 상승 사이클 유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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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마이크론이 메모리 반도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는 만큼, 반도체 업황 대한 시장의 기대는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모건스탠리가 내년부터 반도체 업황이 얼어붙을 것이란 분석을 내놔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모건스탠리 등 IB들, 마이크론 실적 전망 엇갈려

24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5일(현지 시각) 2024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실적 공개를 앞두고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저마다 마이크론에 대한 투자 의견과 실적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마이크론에 대한 투자 의견으로 ‘중립(Equal-weight)’을, JP모건은 ‘비중 확대(Over weight)’ 의견을 유지했다. 상대적으로 JP모건이 모건스탠리보다 마이크론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적 전망치는 다르다. 마이크론의 2025회계연도 1분기(9~11월) 주당 순이익(EPS)을 두고는 모건스탠리가 JP모건보다 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JP모건은 2025회계연도 1분기 EPS 예상치를 시장 평균인 1.3~1.4달러 수준에서 추정한 데 반해 모건스탠리는 1.57달러를 제시해 JP모건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마이크론 주가가 고점 대비 40%가량 하락한 만큼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기 때문”이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의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모건스탠리가 투자의견으로 관망할 것을 권고한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모건스탠리는 “2025년 반도체 시장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마이크론의 주식이 평범한 실적 시나리오에 비해 근본적으로 비싸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공급 과잉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정점을 지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국내 기업 중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투자 의견을 ‘비율 확대’에서 ‘비율 축소(underweight)’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 낮췄다.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 역시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7.6% 하향 조정했다. 주요 근거는 마이크론과 같이 2025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구체적으로는 △D램 가격의 하락세 전환 전망 △HBM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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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내년 물량 이미 매진, 실적 견조할 것”

반면 JP모건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핵심 근거 역시 마이크론이 지목했던 HBM이다. JP모건은 “이전까지 있었던 반도체 상승 사이클과 최근 상황의 가장 큰 차이점은 HBM”이라며 “HBM은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2025년에는 전체 D램 용량의 20~25%를 HBM이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EPS 전망치를 살펴보면 호황기에는 6~8개 분기 동안 상향 조정되고, 같은 기간 주가도 올랐는데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론 EPS 전망치를 기준으로 볼 때 아직 호황기에서 3개 분기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2026년 중반까지 HBM을 중심으로 좋은 업황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마이크론은 2024회계연도 3분기(2024년 3~5월) 68억1,000만 달러(약 8조9,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인 66억7,000만 달러를 상회했다. 당시 마이크론은 “당사의 HBM은 2025년까지 이미 매진됐다”며 “2024~2025년 D램과 낸드 공급 모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DDR5 대비 웨이퍼를 3배나 소비하는 HBM의 생산량 증가가 D램 증가를 제한할 것”이라며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모건스탠리 다운사이클 예측에 주가 하락하기도

두 IB의 엇갈린 주장에 업계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다른 기업보다 한 달 빠르게 공개되는 마이크론의 실적과 이와 관련한 전문기관의 전망은 메모리 업계의 동향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D램에서 3위, 낸드에서 4~5위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과 더불어 최선단 HBM을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범용 메모리와 HBM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이들의 전망에 따라 주가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가 추석 연휴 기간 중 내놓은 ‘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반도체 업계 주가는 미국의 기준금리 ‘빅컷(0.5%p 인하)’에도 불구하고 전날 일제히 하락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2021년 8월에도 ‘반도체 겨울이 온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황의 다운사이클을 정확히 예측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모건스탠리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업황 전망은 너무 극단적”이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상황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치닫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사이클 주기가 짧아져서 다운턴(하강 국면)이 올 수 있으나 당장 올해 겨울은 아니다”라며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그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20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SK하이닉스의 경우 HBM3E 8단과 12단의 2025년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가 대부분 이뤄졌다”며 “HBM 분야 영업이익은 올해 5조9,000억원, 내년 10조7,000억원으로 성장하며 가장 돋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최근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전반적인 평균 가격은 내년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HBM 비중의 확대도 D램 시장을 안정화에 일조하며 내년 전망은 덜 비관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