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변협 ‘8년 전쟁’ 일단락됐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누가 보상해 주나”

드디어 ‘족쇄’ 벗은 로톡, 국내 리걸테크 본격 시동 거나 로톡 “포털 독과점 문제 심각, 공정경쟁 무대 만들어달라” 보수적 성향 짙은 국내 법률 업계, 끝나지 않는 리걸테크의 ‘쳇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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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강남구 로앤컴퍼니 사옥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김본환 대표이사가 법무부 징계위원회 결정의 의미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로앤컴퍼니

법무부가 법률블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이로써 8년에 걸친 로앤컴퍼니와 변협의 갈등은 일단락된 모양새다. 다만 법무부는 로톡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서비스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로앤컴퍼니는 법무부의 개선 요청 사항을 13개 항목으로 정리하고 전부 수용키로 했다.

변호사 징계 처분 취소한 법무부, 로톡 “유니콘으로 성장하겠다”

로앤컴퍼니는 4일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본환 대표이사는 “이제 모든 족쇄를 벗은 만큼 3년 안에 국내 최초 ‘리걸테크 유니콘’으로 거듭나겠다”며 “개업 후 첫 6개월 동안 로톡 광고비를 면제해 청년변호사를 지원하고, 연 매출액의 3%를 법률 소외계층 지원에 쓰겠다”고 전했다. 법무부의 지적 사항을 개선하겠다고도 밝혔다.

한편으로는 이미 법률시장 우위를 점한 포털의 변호사 광고시장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며 공정경쟁 무대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실제 로톡보다 변호사 광고사업을 일찍 시작한 네이버는 광고비 상한 기준이 없고, 업체가 낸 광고비에 따라 ‘파워링크’ ‘프리미엄링크’ 등 이름을 붙여 검색화면 상단에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엄보운 이사는 “법무부가 로톡에만 적용하는 게임의 룰을 세팅하진 않으리라 믿는다”며 “이를 신뢰하고 포털보다 더 경쟁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로톡의 ‘법률상담쿠폰’ 발행 서비스를 문제 삼은 데 대해선 “네이버 엑스포트도 쿠폰 기능을 굉장히 광범위하게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문제가 있는 쿠폰 발급은 자제하되, 사회적 소외계층 지원 등에 이용하는 쿠폰은 적극적으로 발급하겠다”고 했다. 로톡이 국내 법률시장 독과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현재 변호사 광고시장을 보면 로톡이 독과점을 우려할 지위에 있나 잘 모르겠다. 네이버의 광고 단가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로톡이 열심히 따라가도 역전은 힘들다”며 “현재 법률시장의 독과점 문제는 주요 포털이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로톡이 유니콘으로 설령 된다고 하더라도 네이버의 경쟁 제한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톡 “지적 사항 모두 반영할 것”

앞서 법무부 징계위는 지난달 26일 변호사 징계 취소를 결정하면서 △변호사 광고비 구간이 과도하게 넓은 문제(월 0원∼2,750만원) △유료(광고비) 회원 변호사에 ‘액티브’, ‘플러스’ 등 명칭을 부여하는 문제 △광고비를 낸 변호사를 상단에 노출하는 문제 등 지적사항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이 법률시장의 수임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엄 이사는 “로톡 변호사의 광고비는 실제론 700만원이 최고액이지만, 그래도 지적을 수용해 현재보다 광고비 구간을 대폭 축소하겠다”며 “적정 범위는 법무부와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비에 따라 회원 명칭이 달라지고, 상단에 노출되는 구조도 바꾸겠다고 전했다.

유료회원 변호사에 대한 광고 표현이 다른 일반 변호사와 비교해 중립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명칭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광고 표시가 최상단에 한 번만 노출되는 것도 개선해 화면에 계속 표시되도록 하는 설정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외에 회사 프로필 화면에 ‘050’ 번호 공개를 기본값으로 설정한 점, 변호사 사무소 홈페이지 주소(URL)를 기재할 수 없도록 조치하는 등 다소 폐쇄적으로 운영했던 방식을 개선해 외부링크 허용 등의 방안을 구현하겠다고 전했다. 또 로톡 서비스에 관한 광고·홍보 문구는 법무부에서 예시한 가이드라인 취지에 맞춰 변경하고, 쿠폰 발행의 경우 법무부가 ‘로톡이 사법 접근성을 증진시켰다’며 인정한 만큼 공익적 차원의 쿠폰은 지속적으로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긍정적 전망 나왔지만, ‘결국 제자리걸음’

법무부의 결정으로 로톡과 변협 사이의 갈등이 일단락된 만큼 업계는 이번 판결이 기득권층과의 갈등과 정부의 플랫폼 규제 등에 시름하는 스타트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엄 이사는 “이번 징계 취소에 ‘스타트업이 기성 기업을 이긴 첫 케이스’라는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데, 보다 모범적인 운영을 통해 규제 해소 시 얼마나 많은 혁신이 국민에게 돌아갈지를 증명하고 싶다”며 “아직까지 규제로 신음하고 있는 기업이 굉장히 많다. 우리가 규제를 해소한 모습이 그들에게 응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만 근 8년의 싸움 동안 리걸테크 계열이 부진을 면치 못했단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상 시간을 잃어버린 셈이다. 해외 리걸테크 기업과의 격차도 상당히 벌어졌다. 해외 리걸테크 기업은 이미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는 중이다. 특히 미국 리걸테크 기업 케이스텍스트(Casetext)는 지난 3월 초 최신 GPT-4 기반 코카운슬(CoCounsel) 서비스를 출시했다. 코카운슬은 법률 문서 검토, 증인 신문 준비, 유사 판결문 검색, 계약서 분석, 기초적 법률 제언까지 해주는 AI 법률 비서 서비스로, 대학원생 수준의 이해력을 바탕으로 읽기와 쓰기가 가능하다. 캐나다 미디어 기업 톰슨로이터는 케이스텍스트를 6억5,000만 달러(약 8,586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혀 법률 AI가 지닌 높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본 대표 법률 플랫폼 벤고시닷컴도 지난 4월 챗GPT를 활용한 무료 채팅 법률상담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변협이 변호사의 법률 플랫폼 가입을 적극적으로 금지하면서 리걸테크가 발전 동력을 잃었다. 이미 미국에서는 수백 개의 법률 플랫폼이 활발하게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걸음마 수준에 그쳤다. 국내 리걸테크 산업이 성장하려면 해외 사례를 참고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발전의 기회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업계뿐 아니라 국가, 법조계, 학계의 전방위 도움이 필요하다. 다만 법률 업계의 보수적 성격과 변화에 대한 저항은 리걸테크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주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보안 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우리나라에서 리걸테크 산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