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담은 향수 브랜드 엘로리아, 200만 달러 규모 시드 투자 유치
태극기에서 영감 받은 한국적인 향수 4종, 미국 뉴욕에서 출시 한국 문화 담은 브랜딩, 한국 향료 담은 제품… 조향업계 ‘전통’ 벗어나 엇갈리는 영미권 평가, 비판 양분 삼아 라인업 다양화 및 브랜드 홍보 도모해야
미국 뉴욕에 설립된 K뷰티 브랜드 엘로리아(ELOREA)가 200만 달러(26억원)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CJ인베스트먼트가 리드했으며, 베이스인베스트먼트와 프리 시드 투자사인 스트롱벤처스가 참여했다.
엘로리아는 미국에서 소비재 브랜드를 운영해온 이원형 대표와 박수민 사진작가 겸 예술감독이 올해 1월 설립한 한국 문화 기반 뷰티 브랜드다. 첫 제품군으로 태극기의 ‘건곤감리’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와 향초를 선보였으며, 한국의 서사, 문화, 역사를 기반으로 한 뷰티·패션 제품들을 기획하고 있다.
김현규 CJ인베스트먼트의 수석심사역은 “ELOREA는 세계 최초로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향수 브랜드”라며 “감각적인 브랜딩 기반의 고품질 제품군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원형 엘로리아 대표는 “우리의 미션과 비전, 가치에 공감하는 투자자들과 함께 한국의 문화에 기반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어 뜻깊다”며 “K뷰티의 프리미엄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정체성과 최근 트렌드 접목한 브랜딩
한국은 뷰티 시장이 거대하고, 향수의 역사 역시 길다. 하지만 세계 향수 산업에서는 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원형 대표는 미국에서 한국의 전통과 이미지를 녹인 뷰티 브랜드 ‘엘로리아’를 설립하고, 한국 국기를 연상시키는 상품명, 수묵화 및 한국어 등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가 녹은 디자인을 채택했다.
엘로리아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향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조향사는 유럽에서 공부하고, 결국 그 지역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엘로리아는 이러한 조향 업계의 전통에서 벗어나 편백나무, 제주 라임, 포천 자스민, 보성 녹차 등 한국의 향기를 담은 젠더리스 향수 제품을 제작했다. 소량 생산을 통해 고품질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 또한 특징이다.
아울러 동물 실험을 지양하며, 뉴욕한인회, 코리안 아메리칸 스토리, 뉴욕 한인사회봉사단, 한국계 미국인 공동체 재단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가치소비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가치소비는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거나 본인의 만족도가 높은 제품은 과감히 소비하고, 지향하는 가치의 수준은 낮추지 않는 대신 가격·만족도 등을 꼼꼼히 따져 소비하는 트렌드를 일컫는다.
엇갈리는 평가, 차후 성장 방향은?
엘로리아는 아직 이름을 알리는 단계에 있는 기업이며, 주력 시장인 영어권에 알려진 상품도 향수뿐이다. 차후 제품 라인업 다양화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에 역량 있는 조향사를 영입하거나, 직접 양성하는 등 향료 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조향사는 제품에 향기를 부여하는 향료를 개발하는 인력이다. 현재 조향에 사용되는 기본 향 3,000가지를 구별하고 기억해 낼 수 있어야 하며, 해당 향료를 조합해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조향은 엄청난 역량을 요구하는 것에 비해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이다. 엘로리아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 기반을 두고 출발한 것 역시 이같은 한국의 시장 환경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후 주력 시장이 될 영미권에서는 엘로리아 제품에 대한 평이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브랜딩의 독특함과 향기의 밸런스, 품질, 서비스 등에 대한 호평이 제기되지만, 한편에서는 감명받을 만한 향기가 아니며, 마케팅과 패키징의 퀄리티 대비 향이 단순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품의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신생 브랜드인 만큼 이러한 비판이 브랜드의 방향을 잡고 문제점을 개선할 좋은 양분이 될 수 있다. 차후 엘로리아가 한계점을 개선해 특색 있는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고,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며 미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