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업체 3위 ‘부릉’ 공동창업자 손에 헐값으로 매각되나?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 이사회 열어 대표이사 해임 및 변경 추진 hy, 불과 800억원으로 국내 배달업계 3위 업체 인수하나 돈 잃을까 불안한 주주들의 유정범 몰아내기, 유 의장 경영권 방어 힘들 듯

160X600_GIAI_AIDSNote
메쉬코리아 김형설 신임대표/출처=메쉬코리아

대출금을 갚지 못해 회생정차를 밟고 있는 배달·물류 대행 플랫폼 ‘부릉’의 운영사 메쉬코리아가 25일 오전 10시 40분경 이사회를 열었다. 해당 이사회에서는 유정범 의장에 대한 해임안과 hy(한국야쿠르트)로의 지분 매각에 대한 안건이 처리되었다.

메쉬코리아는 이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유 의장 측의 강한 반발로 내홍은 깊어질 전망이다.

메쉬코리아 지분 67% hy로 800억에 매각할 것, 기존주식 휴지조각행

메쉬코리아가 결국 25일 오전 김형설 부사장 등 사내 이사진을 주축으로 이사회를 열고 창업자 유정범 의장에 대한 해임안과 김형설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 hy(한국야쿠르트)로의 매각 안건을 의결했다.

당초 이사회는 오전 10시 서울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유 의장 측이 전날 밤 사무실 입구를 폐쇄하는 등 방해공작을 벌여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겨 오전 10시 40분부터 진행됐다.

이사회를 통해 새로 선임된 김형설 대표는 유 의장과 메쉬코리아를 공동창업한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 소지자로 메쉬코리아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및 투자담당 총괄부사장(CIO)를 맡아왔다.

현재 메쉬코리아는 OK캐피탈로부터 받은 주식담보대출 약 360억원을 갚지 못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김 대표는 회사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hy 매각 협상을 추진하겠다며 법원에 hy의 DIP(Debtor In Possession) 긴급자금 600억원 지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DIP는 구제금융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제도로 관리인을 따로 선임하지 않은 채 기존 경영진이 제공하는 신용공여를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받는 형식이다.

즉, DIP를 통해 주 채권자인 OK캐피탈, 기술보증보험 등의 채무를 신속히 변제하고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 회사 정상화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hy가 DIP로 지원할 자금 600억원은 이후 유상증자 시 출자전환되며 다음 달 9일 임시주주총회 등의 후속 절차를 거친 뒤 추가로 200억원을 투자해 총 800억원으로 67%의 메쉬코리아의 지분을 취득해 최종 인수하게 된다. hy는 지분 과반수로 이사회 의결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사실상 회사를 넘기는 상황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전체 주주사는 이에 동의했으며, 이번 딜을 통해 라스트마일 배송망 통합 활용 등 양측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기업가치를 높인다고 밝혔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남았지만, 대다수 이해관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자율구조조정의 가능성이 커졌다”며 “채무에 대한 빠른 변제의 길이 열린 만큼 주 채권자들도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법조계 역시 법원에서 ▲유 의장이 주축이 된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 ▲유진그룹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담은 OK금융그룹의 사전회생계획(P플랜) ▲김형설 대표가 주축이 된 ARS 등 3가지 회생절차를 놓고 고심했지만 이번 이사회 결과에 따라 3번째 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유정범 의장, “이사회 자체가 불법, 법적 대응할 것” 메쉬코리아의 운명은?

한편, 메쉬코리아의 창업자인 유정범 의장은 메쉬코리아의 결정을 두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는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유 의장 측은 25일 이사회 종료 후 “김형설 이사가 개최한 이사회는 당사가 주주들과 체결한 주주 간 합의서에 위반되며, 적법한 소집권자인 유정범 의장의 정당한 이사회 소집을 방해하는 등 위법하게 개회된 이사회”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주주 간 합의서에 따르면 대표이사 변경을 위한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사전통지를 거친 후 2주 뒤 소집통지가 가능하지만, 해당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유 의장이 김 이사가 제안한 이사회 소집에 동의했음에도 김 이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사회 지연 통지를 거부하고, 이사회 소집을 강행했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사회 당일 사무실 무단 점거에 대해서는 “회사의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같은 날짜에 당사 사무실로 이사회를 소집해 다른 이사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위법한 대표이사 변경 결의를 방지하려고 했다”고 설명하며 이사회를 막기 위한 출입문 폐쇄 의혹을 부정했다.

유 의장은 김 이사를 포함한 이사들이 단 한 번도 유 의장에게 당사 사무실 이사회에 참석하겠다는 의향을 밝히지 않았고, 이사회 장소 변경 공지 역시 전달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이사회는 주주간 합의서 위반을 넘어 적법한 소집권자인 유 의장의 정당한 이사회 소집을 방해하는 등 위법하게 개회되었고, 이사회에서 결의한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쉬코리아 사태의 핵심이 회사 매각을 반대하는 유 의장을 주주들이 쫓아내기 위해 김형설 부사장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유 의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법적 대응뿐만 아니라 주주들 각각을 설득하는 등 힘든 싸움을 강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쉬코리아는 기존 투자자들이 약 1,700억원을 투자한 상황에서 2021년에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일부 투자사들이 큰 손해를 직감하며 유 의장에 대한 반감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CTO였던 김 부사장이 경영을 이어가지 않고, hy에 매각 전 잠시 대표 자리를 지키는 것 정도로 사태를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hy는 불과 800억원이라는 소액으로 국내 배달업체 3위에 달하는 ‘부릉’을 인수하게 됐다. 메쉬코리아는 조직개편을 통해 쿠팡 출신의 최병준 사업본부장(CBO)을 사업 정상화를 위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했으며, 주주들 지원으로 자율적 구조조정 프로그램(ARS) 채택을 현실화하고 있다.

메쉬코리아 분쟁 사태가 유 의장의 항복으로 끝날 지 극적인 반전이 남아 있을 지 아직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끝내 유 의장이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