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미분양 확산에 결국 정부 개입?

국토부, 미분양 폭증 중이나 악성 미분양 증가 움직임은 없어 전문가, 2008~2009년과 같이 2024년 들어 악성 미분양 폭증 가능성 높아 정부 선제적인 대응 없이 민간의 역량으로만 위기 탈출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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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책 후 지난 1개월간 ‘미분양’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8,107가구로, 1년 전의 17,710가구 대비 무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하반기 들어 경기 침체가 확산된데다, 레고랜드 사태 등이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크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확산으로 자칫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미분양 아파트들을 공기업들을 활용해 선 매입 후 분양을 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안정화 시켰던 점을 든다.

지난달 31일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은 “미분양으로 인한 업계 자금 경색이 심각해지고 있다. 공기업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해주길 바란다”며 2008년 당시 이명박 정권의 대책과 유사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당시에도 2013년이 되어서야 미분양이 완전히 해소되었던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개입 시기를 놓칠 경우 건설업계 연쇄 부도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미분양, 정부 개입이 필수라는 지적 나올 만큼 위기인가?

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사 스스로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며 “자구책 없이 미분양 아파트를 사달라는 건 어불성설이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분양 확대가 건설 업계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맞으나, 팔리지 않을 고가의 아파트를 억지로 강매하다 안 되니 정부더러 개입해서 구제해달라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년 간 미분양 증가율을 284%다. 정부가 2007년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 증가율은 2008년의 47.5%였다. 역사상 최고 증가치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건설 업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분양 주택 매입에 나설 것과 건설사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지난달 3일 정부가 내놨던 대책으로 ‘둔촌 주공 미분양 사태’가 어느 정도 봉합 수순을 밟고 있으나, 급한 불을 끈 상태일 뿐, 여전히 건설 업계 미분양 사태가 전반적인 시장 유동성 흐름을 악화시키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체 미분양보다 악성 미분양에 초점 맞춰야

정부 의견은 전체 미분양보다 준공 후 미분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준공이 되고 난 다음에도 미분양인 경우, 즉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완공 후에도 판매가 안 되는 경우가 급증해야 실제로 미분양 사태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은 1년 전과 비슷한 각 7,518가구, 7,449가구다. 2008년 미분양이 급증하고 실제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09년 3월에 51,796가구였던 점을 따져보면, 여전히 미분양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분양이 2023년 1월과 비슷했던 2013년 7월의 경우 미분양 67,672가구 중 40%에 달하는 26,526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이었다. 당시에도 미분양 물량에 대해 건설사들이 저가 판매 등을 통해 미분양을 해소했던 점을 들어, 무조건 정부더러 구매해달라는 태도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 국토부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1.3대책 후 지난 1개월간 ‘미분양’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2024년 시장 전망도 안 좋다면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지 않나?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2008년 미분양이 급증한 후 실제로 2009년 3월에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점을 지적하며, 2024년에 미분양 물량이 10만 가구를 넘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악성 미분양이 현재 많지 않다는 이유로 내년에도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태도는 시장 상황이 작년 초와 크게 바뀌지 않았을 때만 유의미한 접근이라는 것이다.

특히, 올 하반기까지 미국이 이자율을 크게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힙겹게 버티고 있던 건설사들이 연쇄 부도에 빠져드는 순간 찻잔 속의 폭풍으로 끝날 상황이 겉잡을 수 없는 폭풍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관찰된다. 지난달 1.3 대책 후 약 1개월 간 ‘미분양’ 관련 키워드의 관련 키워드들은 ‘규제’, ‘분양’, ‘금리’, 인상’, ‘전망’, ‘전세’ 등의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 정책(이상 붉은색 키워드)과 ‘대출’, ‘하락’, 위험’ 등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상 녹색)이 부동산 미분양 관련 주요 키워드 그룹으로 나타난다. 현재 인터넷 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론을 놓고 볼 때, 미분양 문제 해결에 정부의 직·간접적인 개입과 대출 문제가 주요 이슈로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