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 뱅크런 악재에 美 은행주 폭락, 연쇄 파산 우려
18억 달러 손실 보고한 SVB, 2021년 이익은 15억 달러 미국 4대 은행 시가총액 520억 달러 증발 지불 능력에 문제 없다는 SVB, 미 정부 지원 이어지나?
기술기업 대출에 집중해온 미국의 SVB 파이낸셜 그룹이 예금 급감으로 자산을 매각한 결과 18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밝혀 9일(현지 시간) 미국 은행주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폭으로 폭락했다. SVB의 2021년 이익이 15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손실이다.
실리콘밸리 뱅크의 모기업인 SVB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미국 4대 은행인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의 시가총액 520억 달러가 날아갔다. 사태의 주범인 SVB는 주가가 60% 이상 폭락했다. SPDR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은 7% 이상 급락하여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16위 은행의 몰락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 은행은 여전히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다. 이 은행은 스타트업, 벤처 캐피털리스트 및 기타 기술 중심 비즈니스에 금융 및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였다. SVB는 7,000여 개 핀테크 업체를 분석하고 추적, 대출은 물론 해당 업체 주식을 인수하면서 성장했다. 2015년 기준 상장에 성공한 테크, 바이오 분야 미국 벤처기업의 47%가 SVB와 거래했다는 자료(Tykvova, 2017년)가 있을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 시절 인수위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한국도 SVB 모델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기술 업계가 코로나바이러스 호황을 경험하면서 은행의 자산과 예금이 86% 증가했다. 이 은행은 이러한 자금을 미국 국채와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에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의 손실로 인해 특히 기술 기업 대출에 중점을 둔 이 은행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작년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SVB가 보유한 국채와 국채의 가치가 급락했다. 이 은행의 고객, 벤처 캐피털리스트, 스타트업도 금리 상승으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자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작년 2~4분기 동안 예금이 13% 감소했으며, 올해 1월과 2월에도 인출이 계속됐다. 예금 손실로 인해 은행은 기술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을 계속하기 어려워졌고, 이는 기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 인상 후폭풍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은행주 폭락 사태가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으로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들의 가치가 급락했고 이런 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은 자산 가치 하락에 따라 엄청난 장부상 손실을 입고 있다. 다만 이는 평가손실일 뿐 미실현 손실이기에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유한 채권 가격 급락으로 평가손실을 입은 은행이 예금 인출 사태를 맞아 이를 만회하고자 자산을 매각하게 되면 위기에 빠진다. SVB가 딱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현재 연방준비제도의 이자율은 4.57%인 반면, SVB가 보유한 1,17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증권(MBS)의 수익률은 1.56~1.66%에 불과하다. 이는 은행의 자산이 부채를 충당할 만큼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해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치 손실로 인해 은행 투자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고, 뱅크런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VC와 스타트업들이 공포에 빠져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 SVB가 파산하여 많은 스타트업이 전멸할 수 있다. CEO인 그레고리 베커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객의 자금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VC들은 예방 조치로 창업자에게 SVB에서 자금을 인출하라고 조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방예금보험회사에 의해 보증되고 있는 계좌의 금액은 25만 달러다. 우선 24만9,000달러의 자금을 남기고 나머지는 다른 은행에 맡기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도미노 파산 방지가 최우선
저명한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이 10일 트위터를 통해 SVB의 파산으로 인한 잠재적 파국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민간 자본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우선적으로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방안 등 잠재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다른 은행이 SVB를 돕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애크먼은 정부가 보증서 발행과 기타 약정 및 보호를 제공하는 대가로 예금을 보장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애크먼은 구제금융은 주식 보유자나 경영진이 아닌 SVB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실한 리스크 관리에 대한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 되며, 주주들이 고의로 감수한 위험으로부터 보호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SVB의 실패가 자본력이 가장 낮은 은행의 실패로 이어지는 도미노 효과를 방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나리오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개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