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기피하는 전기차,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괜찮을까?

중국 정부의 차량 전동화, 내연기관차 입지 줄고 전기차 급성장 들쑥날쑥한 보조금과 부족한 인프라, 불안한 기술력, 한국인曰 “전기차는 믿을 수 없어” 尹 전기차 관련 인프라 확충 및 적극 도움 약속했지만, 시장조사 필요하다는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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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로 갈아타는 시점이 급속도로 빨라지며 중국 현지 전기차 기업이 기존 완성차 업계 강자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이에 폭스바겐, GM, 토요타 등 내연기관차 강자로 불리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전기차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중국 정부의 전동화 기조, 내연차 영업실적 줄고, 전기차는 늘었다

중국에 진출한 각 완성차 그룹의 올해 1분기 경영 실적은 폭스바겐그룹(7조7,771억원), 메르세데스-벤츠그룹(7조5,526억원)과 BMW그룹(7조2,737억원), 현대차그룹(6조4,667억원), 도요타그룹(6조58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1분기 성적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부진한 중국 실적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급격한 전동화를 계기로 성장세가 가팔라진 현지 기업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중국 내 11개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해 중국 정부의 목표대로 2030년 신에너지 차 판매 비중이 40%가 될 경우 외국계 자동차 제조사들은 ‘감소’, 중국 토종 자동차 제조사들은 ‘약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적인 사례로 지난해 1분기에 영업이익 기준 세계 3위를 기록했던 GM이 올해 6위로 하락한 것을 들 수 있다. 올해 1분기 GM의 전 세계 판매량은 약 138만4,000대로 지난해 1분기(142만7,000대)보다 3%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에서의 판매는 1년 새 18% 늘었지만, 중국 판매는 25% 급감했다는 사실이다. 영업이익 기준 전 세계 1위인 폭스바겐그룹 역시 지난해 1분기 중국 판매량 76만5,000대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60만9,000대로 20% 줄었다. 도요타는 이번 실적 발표 시 중국 시장 성적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지 기업인 BYD에 중국 시장 내 2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도요타에서 전기차 전환에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와 전기차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중국에서 입지가 좁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인 BYD는 올해 1분기에 매출 22조4,388억원, 영업이익 9,89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각각 77%, 391%로 급성장세를 보였다.

그린피스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전환에 발맞추지 못하면 현재 내연기관차에 역점을 두고 있는 혼다의 경우 2022년 7.7%에서 2030년 5.7%로 점유율 하락 폭이 가장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17%, GM은 15%, 토요타는 11%, 폭스바겐은 10% 순으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항바오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 활동가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 종언을 고하고 전기차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어 폭스바겐, GM, 토요타 같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내연기관차 중심의 생산, 판매전략을 유지할 경우 중국 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급속한 전기차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고성능 브랜드 더 뉴 엘란트라 N과 무파사 등 현지 전략형 모델을 출시해 전기차 산업이 팽창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재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본래 중국 시장 내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은 2016년 179만여 대에서 지난해 약 34만 대로 6년 새 80% 하락했으나, 올해 30만6,000대로 늘릴 전망이다. 기아 역시 올해 EV6 출시를 시작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지난해 약 8만9,000대에 그쳤던 중국 판매량을 올해 17만 대 수준까지 끌어올려 92% 상승하겠다고 목표치를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맥을 못 추는 전기차, 수요자 사이 ‘마루타’ 소문 탓

한국에서도 전기차 이용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수요자들 사이에서 ‘지금 전기차를 이용하면 마루타가 된다’는 소문까지 돌며 비약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 차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본래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었지만, 여러 변수가 많아 내연기관 차를 구매했다며 “만일 2035년에 내연기관 차를 없애고 전기차 위주로 시장이 바뀐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발생하는 변수는 크게 3가지다. 모호한 보조금 지원과 전기차 충전소의 인프라 부족, 불안한 기술력이다.

기아 대리점에 방문해 니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같은 옵션을 넣고 견적을 요청한 결과, 하이브리드는 3,421만원, 전기차는 5,175만원으로 나왔다. 두 차량의 가격 차이는 무려 1,800여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직원에게 전기차 보조금이 적용된 최종가격을 묻자 “지금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기차 보조금은 지자체 별로 규모도, 소진 속도도 다르다. 이 때문에 보조금이 빨리 소진되면 차량을 인수할 때 보조금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된다. 지난해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차량 가격이 5,500만원 미만인 경우 100%, 8,500만원 미만은 50%, 8,500만원 이상은 미지급됐다. 지자체 보조금은 서울시 200만원, 부산시 350만원, 대구·광주시 400만원, 대전시 500만원 등 지자체별로 금액과 규모가 상이하다.

전기차 충전소 역시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설명이다. 마트나 국립공원, 관광지, 공영주차장 등에는 충전소가 마련되어 있다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아파트 단지나 주거단지 근처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2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충전 인프라 동향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충전기 한 대당 전기차 대수는 2.6대로, 조사 대상국 30곳 가운데 가장 적다. 아파트의 입주민 회의에서는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자는 안건이 계속 올라오지만, 전기차로 인한 주차 공간 부족, 화재 위험 등으로 인해 충전소 설치는 번번이 부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에서도 안 되는데 해외선 될까? 기술 문제인지, 인프라 문제인지 고민 필요

한편 지난 9일 추경호 부총리는 현대차의 울산공장을 방문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이해 국가 성장 견인의 핵심 산업현장인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하고, 성과를 점검하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현장 점검 이후 참석한 현대차 주관 전기차 산업 현장 간담회에서 추 부총리는 “미래형 모빌리티 분야 투자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총력 지원하겠다”며 향후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기차 생산시설 투자 등에 대해서도 국가전략 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한국의 글로벌 미래 자동차 산업 혁신 허브 역할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며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독일 등 유럽 주요 10개국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고, 전체 글로벌 완성차그룹 중 폭스바겐그룹·스텔란티스·테슬라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기아차까지 포함할 경우 총 9만6,988대 판매해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또 앞으로 인도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전기차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에서도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받는 전기차가 과연 해외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에서 전기차를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추측들이 나돌고 있지만 핵심 원인이 인구·인프라의 부족인지, 기술력의 한계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홈그라운드인 국내에서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해외 공략을 내세우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자 필승법일 것이다. 전기차는 수소차보다 안정성이 높고 소음이 없는 데다 유지비가 저렴해 이미 내연기관차의 대안으로 훌륭한 위치에 자리해 있다. 앞으로의 행보는 이제 기업들에 달렸다. 정부에서 총력 지원을 약속한 만큼 기업들이 어떻게 나설지 추이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