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공개 조롱, 반복되는 그의 기행의 ‘찐’목적은?
머스크 "위키피디아 사이트명 디키피디아로 바꾸면 10억 달러 주겠다” 공개 조롱 이유가 위키피디아의 머스크 비판 때문? 애플과도 대립각 세운 규칙 파괴자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조롱하는 글을 엑스(옛 트위터)에 잇달아 올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 규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애플과도 긴장 관계에 돌입했다. 일각에선 머스크의 행보가 무례하다고 꼬집으면서도 사회적으로 논의가 필요할 만한 부분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머스크, 위키피디아 공개 조롱
머스크는 22일(현지 시각) 자신의 엑스 계정에 위키피디아의 공동창립자인 지미 웨일스가 “위키피디아는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던 과거 호소문을 게재하고 “그들이 회사의 이름을 ‘디키피디아'(Dickipedia)로 바꾸면 10억 달러(약 1조3,549억원)를 주겠다”고 덧붙였다. 머스크가 언급한 웨일스의 호소문은 위키피디아를 비영리로 운영하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후원금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머스크는 디키피디아 게시물에 이어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어 재단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비판글을 추가로 게재하기도 했다.
디키피디아는 위키피디아의 앞 단어를 ‘멍청이’, ‘아무거나’ 또는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딕(dick)’으로 바꿔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에는 위키피디아를 패러디한 디키피디아라는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디키피디아는 위키피디아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콘텐츠 배열순서와 내용이 비슷했지만, 백과사전보다는 인물 풍자에 치중되는 등 인신공격성 정보로 가득해 이용자들에게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머스크와 위키피디아의 불편한 관계
사실 머스크와 위키피디아의 사이는 원래부터 좋지 않기로 유명했다. 위키피디아가 머스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조 윌리엄스는 “머스크가 위키피디아를 공격하는 이유는 이 존재 자체가 그를 불쾌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엑스의 소유주는 위키피디아처럼 지식을 위한 민주적 실험을 하는 데 시간을 바치기보다 저속한 농담만 외치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정치일간지인 더힐은 이번 머스크와 위키피디아의 갈등이 튀르키예 대선 국면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엑스는 지난 5월 튀르키예 대선을 앞둔 시점에 튀르키예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일부 계정의 콘텐츠 접근을 차단했다. 당시 이에 대해 웨일스는 “위키피디아가 한 일은 원칙을 고수하며 싸우고 승리한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 원칙으로 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 왔던 머스크가 정작 튀르키예 대선 국면에선 다르게 행동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외에도 위키피디아에는 머스크가 코로나19 사태를 음모론으로 평가하고 비과학적인 주장을 했다는 내용, 트위터를 인수하고 엑스로 명칭을 바꾼 뒤 커뮤니티 내 혐오 표현이 증가한 상황의 배후라는 내용, 직원들에게 주당 80시간을 일하기를 기대하는 등 노동착취를 일삼는다는 내용, 머스크의 리더십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머스크는 이 모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애플과도 갈등 일으킨 머스크, 그의 목적은?
머스크는 애플과도 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엑스, 테슬라, 뉴럴링크, 스페이스 엑스 등의 수장인 머스크와 애플의 CEO인 팀 쿡 사이의 긴장감을 분석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실제로 머스크와 애플은 지난해 11월부터 공개적으로 갈등 관계임을 드러낸 바 있다.
2022년 11월 29일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에 “애플이 트위터에 대한 광고 대부분을 중단했다. 그들은 미국의 표현의 자유를 혐오하는가?”라며 애플을 저격했다. 당시 엑스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검열 기능을 약화했는데, 이 때문에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극단적인 정치 발언이 급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에 애플은 연간 1억 달러(약 1,355억원) 규모의 광고 지출을 40% 가까이 삭감했다.
이를 두고 머스크는 애플이 갖고 있는 앱스토어 통제 권한을 언급하며 “최종적으로 애플이 아이폰에서 엑스 앱을 퇴출하려 한다”는 의심도 내비쳤다. 또 “애플의 앱 수수료 30%가 지나치게 많아 강제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며 애플의 ‘앱 수수료 30%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앱스토어 규정과 정면충돌하자 숨죽이던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하나둘 머스크의 손을 들었다.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다니엘 에크 CEO는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개발자에게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혁신을 억누르는 행위”라고 비판했으며, 게임 개발업체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CEO도 “애플의 독점에 맞서 싸우는 건 정당 정치가 아닌 미국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메타의 최고 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 CEO 역시 뉴욕타임스 딜북 서밋에서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한편 애플과 머스크를 필두로 한 빅테크 회사 간의 긴장감은 머스크의 멘토이자 오러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중재로 쿡과 머스크의 만남이 성사되며 일부분 해소됐다. 하지만 WSJ은 “이들의 평화가 오래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머스크는 지난 9월 “애플이 가져가는 앱 수수료 30%에서 엑스 창작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알아보겠다”며 애플의 앱스토어 규정을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규칙을 싫어하고, 도전 그 자체를 즐기는 머스크와 애플·위키피디아 등 기업들과의 전쟁은 이제 시작일 수 있다. 다만 머스크의 기행이 논란을 통해 홍보를 하려는 것이 목적인지, 한쪽으로 치우진 힘의 균형을 바로잡고자 하는 시도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