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 점화, 경영계-노동계 갑론을박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경영계와 노동계 입장 차이 커 경영계, 중소기업 최저임금 수용성 낮다며 차등적용 도입에 찬성 노동계, 근로자 간 불평등 확대 우려하며 반대 입장 피력

160X600_GIAI_AIDSNote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를 방문해 소상공인 현안에 대해 논의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면 대부분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음식, 숙박, 농업 분야처럼 지불 능력이 약한 업종일수록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격해지는 가운데, 이영 중기부 장관이 업종별 차등적용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하면서 향후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해 격론이 예상된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

이 장관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공연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와의 정책나눔회’에서 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소상공인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인상률이 3.95% 이상만 돼도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긴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은 코로나19 이후 영업이익은 15.2% 감소했고 대출액은 1,0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소상공인이 한계상황에 몰려있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업종별 차등적용이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구조 차이, 소상공인 경영 보호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저임금위)와의 의결을 거쳐 단일 체계로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1만2천원까지 인상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9,620원보다 24.7% 높은 수준으로, 소상공인 업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동결은 물론, 업종별 차등적용 도입과도 거리가 멀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의 근거로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한 실질임금의 감소를 들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77만3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7만6천원 대비 2.7% 감소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소상공인 업계와 노동계의 의견 차이 탓에 오는 8일 열리는 최저임금위 전체회의에서도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결론이 나긴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더해 최저임금위의 근로자 위원인 김준영 한국노총 사무처장이 구속됨에 따라 전체회의 파행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영계 “중소기업 경영난 해소 위해 최저임금 차등적용 필요”

경영계의 경우 중소기업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차등적용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30일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0% 가까이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을 줄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최저임금 급등으로 인해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격히 떨어진 탓이다.

아울러 지난달 23일 열린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하 중기연) 제5차 심포지엄에서도 전문가들은 일제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최저임금 차등적용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세경 중기연 정책컨설팅센터장은 “3고 복합 위기, 경기 둔화 지속 등으로 최저시급 1만원대 진입 여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차등화와 생계비 적용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 적용 방안으로 업종별 재무건전성을 토대로 기업의 지불 능력을 판단하는 것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열악한 경영 상황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 역시 “최근 실태조사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된다는 소상공인 비율은 67%에 이른다”면서 “최저임금 제도가 규제가 아닌 일할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업종별 차등적용을 시행해야 하고, 특히 경력 단절 여성과 청년·중장년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경영계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법적 근거도 이미 마련돼 있어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액을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10조 2항에는 필요한 경우 고용부 장관이 사업의 종류별로 임금 교섭 시기 등을 고려해 효력 발생 시기를 따로 정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 경영계는 그동안 노동계 반대로 거의 시행되지는 못했을 뿐 최저임금위의 합의와 고용부 장관의 결단만 있으면 언제나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권고가 각 국가의 경제발전 정도와 국가별 사정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제도를 설정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미 많은 국가에서 최저임금 감액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차등적용제 도입의 근거로 제시했다.

노동계 “낙인효과 등 최저임금 차등적용제 부작용 만만치 않아”

노동계는 낙인효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반대하고 있다. 낙인효과로 인해 낮은 임금 수준으로 결정된 업종과 타 업종과의 임금 격차가 지속적으로 심화함에 따라 근로자 간 불평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제 자체가 제도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의 차이를 둘 객관적인 근거 마련이 어려운 데다 업종별 구분 기준도 모호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법정 최저임금을 도입한 ILO 회원국 중 절반 이상이 ‘단일 최저임금제’라는 점도 지적했다. ILO가 2020년 발간한 ‘세계 임금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회원국 중 53%가 하나의 최저임금을 적용했다. 업종별 차등적용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아프리카로, 법정 최저임금제가 있는 아프리카 국가 중 14곳(31%)에 복수의 최저임금 기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남미에선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이 업종에 따른 차등적용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곧 주요 선진국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제를 채택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ILO는 “지나치게 복잡한 최저임금 체계는 실효성을 잃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노사 간 단체교섭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