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대항마’ 스레드 등장, 메타의 동아줄 될까
머스크 vs 저커버그 ‘현피’ 뜨게 만든 앱 ‘스레드’ 노골적인 트위터 저격, 정작 트위터 이용자들은 ‘심드렁’ 올해 1분기에만 약 40억 달러 적자낸 메타 신사업 리얼리티랩스
인스타그램이 텍스트 기반 sns 앱 ‘스레드’를 출시한다고 6일 밝혔다. 사실상 트위터를 겨냥한 서비스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간 격투기 대결을 촉발한 배경이기도 하다.
머스크 vs 저커버그
현재 스레드와 트위터의 경쟁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머스크 간 대리전 양상을 띄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피’로 번질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21일 한 트위터 이용자의 스레드 관련 질문에 “무서워 죽겠네”라며 비꼬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다른 사용자가 저커버그의 주짓수 연마를 언급하며 조심하라고 하자 “나는 철창 싸움(cage fight)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이 소식을 들은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에 한판 붙을 장소를 정하라는 게시글을 올렸고 이에 머스크가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응수하면서 억만장자들의 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에 인터넷이 들썩였다. 머스크의 어머니가 말리며 싸움은 흐지부지된 모양새가 됐지만 시장에서는 스레드와 트위터의 홍보는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내린다.
고군분투 중인 트위터, 이때를 노린 스레드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디지털 공론장이었던 트위터는 최근 일론 머스크 체제 이후로 과거의 영광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회사의 콘텐츠 관리 규정을 완화하기로 한 머스크의 결정에 시민권 단체들이 항의하며 마케팅 보이콧을 촉구한 이후 트위터의 광고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널리틱스 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트위터 사용자 증가세가 명백히 둔화되고 있으며 2023년에는 4%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달 초 ‘트위터 API 사용 제한 사태’가 발발하자 블루스카이, 마스토돈 등 트위터의 대체제를 찾는 유저들이 더욱 많아졌다. 정확한 사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론 머스크에 따르면 트위터 사측은 서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용자의 API 사용을 제한시키면서 시스템 이용에 심각한 오류를 초래했다.
유저들은 분노했다. ‘트위터 종말의 날’이라며 작별인사를 나누거나 서로의 다른 sns 계정, 전화번호를 공유하기 시작하자, 일론 머스크는 “가정을 돌볼 시간”이라고 조롱하며 사태를 악화시켰고, 이 때문에 머스크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이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처럼 트위터에 대한 신뢰가 꺾인 가운데, 메타는 이런 흐름에 편승하며 ‘스레드’를 예정된 날짜보다 앞당겨 출시했다. 게시 가능한 텍스트나 동영상 길이에 비춰볼 때 명백히 트위터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트위터의 대안 SNS로 부상하고 있는 마스토돈, 미스키 등 탈중앙화 앱에 사용된 오픈소스 프로토콜인 ‘액티비티펍(ActivityPub)’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트위터 타깃론에 무게를 실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의 재무 분석가는 “저커버그가 트위터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은 현명하고 공격적인 조치”라며 “사용자들이 트위터 이외의 대안을 찾으면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메타와 트위터 등에서 근무했던 실리콘밸리의 한 제품 개발자도 “스레드는 트위터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위터 스킨 씌운 인스타 아냐?”
스레드는 메타가 개방형 SNS를 표방하며 내놓은 첫 앱으로 탈중앙형 소셜 네트워크를 위한 프로토콜 액티비티펍을 적용한 새로운 형태의 소셜미디어다. 스레드는 향후 액티비티펍을 통해 이용자가 탈중앙화 SNS인 마스토돈이나 워드프레스로 넘나들며 다른 플랫폼 이용자와도 팔로우 및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인스타그램이 사진·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SNS라면 스레드는 텍스트 중심이다. 한 게시물당 텍스트를 500자까지 지원하며 외부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사진과 최대 5분 길이의 숏폼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 또한 별도의 가입 없이 인스타그램 아이디로 로그인할 수 있으며 피드엔 팔로우하는 계정의 콘텐츠와 추천 콘텐츠가 함께 나타난다.
인스타그램에 도입된 이용자 보호기능도 동일하게 지원한다. 먼저 만 16세 미만 이용자가 스레드에 처음 로그인할 경우 계정이 비공개로 설정된다. 또한 게시물에서 나를 언급하거나 내게 답글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을 관리할 수 있으며, 특정 단어 또는 문구가 포함된 답글을 숨길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 차단한 계정은 스레드에서도 자동 차단된다.
저커버그에 따르면 런칭 직후 약 4시간 동안 스레드의 가입자 수는 5백만 명을 넘어섰다. 트위터 유저들이 대거 넘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스레드를 경험하고 돌아온 트위터 유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인스타그램 연동이라니 최악”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스레드의 아이디와 프로필 사진은 인스타에 동기화되는 데다 인스타 앱에서만 바꿀 수 있는 등 인스타그램과의 연동성이 매우 강하다. 익명성에 기반한 자유로운 토론과 ‘아무말 대잔치’가 트위터의 매력인데 소위 ‘실친’들과 강제로 연결되는 스레드는 그럴 수가 없다는 불만이다.
이는 트위터가 가진 익명성, 표현의 자유, 제한 없는 상호 작용 문화 등과 대비된다. 또한 스레드 앱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건강, 금융, 위치, 연락처 정보를 포함한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이 공개되면서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지나친 개인정보 수집으로 인해 EU 지역엔 출시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메타, 스레드는 다를까
현재 메타는 온라인 광고 시장의 성장 둔화, 애플의 iOS 개인정보 보호 정책 변경, 틱톡과의 경쟁 심화, 아직도 결실을 맺지 못한 막대한 규모의 메타버스 벤처 투자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메타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스레드를 동아줄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앱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고 트위터의 무제한적 상호작용과 인스타그램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CNBC에 따르면 메타는 2023 회계연도 1분기에 리얼리티랩스팀에서만 39억9,000만 달러의 엄청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리얼리티랩스는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제품을 개발하는 메타의 연구 부서로, 메타가 꿈꾸는 메타버스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메타(당시 페이스북)는 2014년에 VR 헤드셋 개발사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팀을 리얼리티랩스로 리브랜딩했다.
올해 리얼리티랩스의 1분기 매출(3억3,900만 달러)은 메타의 분기별 광고 매출 수백억 달러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리얼리티랩스는 2022년 한 해 동안 137억2,0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손실의 약 15%만 충당했다. 메타버스 기술 개발에 투입된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2021년 페이스북을 메타로 리브랜딩하면서 향후 10년간 메타버스 R&D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이 무색하게 메타는 지속적인 실적 부진으로 인해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VR 헤드셋 ‘퀘스트’의 판매 부진도 재무 상황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시장의 VR 헤드셋 판매량은 전년 대비 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VR 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퀘스트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지난 3월 메타는 매출 증대를 위해 퀘스트2와 퀘스트 프로의 가격을 각각 70달러와 500달러 인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 신장에 실패한 메타의 수익 감소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