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높아지면 주식 액면분할했던 넷플릭스, 이번에도?

지난 11일, 넷플릭스 주당 445.36달러 기록 투자자들, 세 번째 액면분할 기대하지만 전문가들 “액면분할 가능성 작다”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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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tflix

지난 11일 세계 최대 OTT 기업 넷플릭스의 주가가 주당 445.36달러를 기록함에 따라 3번째 액면분할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과 증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넷플릭스는 투자자 확대를 위해 2번의 주식 액면분할에 임한 바 있다.

넷플릭스의 액면분할 역사

1997년 DVD 대여업으로 창업한 넷플릭스는 현재 글로벌 OTT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2번의 주식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넷플릭스의 첫 액면분할은 주당 거래가 71달러를 기록한 2004년이다. 여전히 DVD 대여업이 주 사업이었던 넷플릭스는 개인 투자자 확대를 위해 2004년 2월 12일 2:1 비율로 첫 액면분할을 진행했다.

두 번째 액면분할은 콘텐츠 스트리밍 기업으로 변신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던 2015년이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승승장구한 넷플릭스의 주가는 2015년 7월 14일 주당 711.45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고 무려 7:1 비율로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두 번째 액면분할 후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뉴 블랙> 등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로 변신해 세계 최대 OTT 기업으로 성장했다.

주식 액면분할(Stock Split)이란 주식 거래 시장에 유동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주당 거래액 기준으로 기존 주식을 일정 비율로 분할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주당 10만원 주식 1주를 보유했을 때 2:1 비율로 액면분할 하면 주당 5만원 주식 2주를 보유하게 된다.

액면분할을 진행하면 주식 액면가와 주식발행초과액이 하락하지만 그만큼 주식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자본금 총액이나 기업 평가 가치가 변하진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액면분할에 나서는 이유는 주당 가격과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량을 증가시켜 거래 활성화를 촉진 시키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도 액면분할에 임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무려 50:1 비율로 액면분할에 성공해 ‘국민주식’으로 거듭났다.

액면분할을 하더라도 투자총액과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개미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해 해당 기업의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DVD 대여업으로 회원 수를 확장하던 2004년 당시 액면분할 전후의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약 18억5천만 달러(약 2조4,479억원)였다. 11년 후 혁신을 이루며 스트리밍 업계 가장로 부상했던 2015년 액면분할 당시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약 420억 달러(약 55조5,744억원)에 육박했다.

액면분할을 하는 이유

액면분할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사용된다. 100주 기준으로 거래되던 ‘라운드 로트’(Round Lots)라는 미국의 유가증권 거래 방식 때문이다. 라운드 로트는 증권 거래소에서 최소 거래 주식 수량을 뜻한다. 라운드 로트는 보통 100주로 책정됐는데 이후 최소 거래수량이 100주 이하로 허용됐지만 여전히 주식 중개인들은 거래 편의성을 위해 100주 기준으로 거래를 진행했다. 라운드 로트의 관례는 넷플릭스가 1차 액면분할을 단행한 2004년에도 진행 중이었다.

2004년 2월 기준, 개인 투자자들이 넷플릭스에 투자하기 위해선 주당 71달러 라운드 로트 100주로 인해 7,100달러(약 939만원)의 최소 투자금이 필요했다. 2:1 비율로 액면분할 진행 후엔 3,550달러(약 469만원)의 투자금만 있어도 최소 투자가 가능했다. 라운드 로트 관행이 사실상 사라진 2015년에도 최소 투자 금액이 711.45달러(당시 주당 거래금액)가 필요했지만 7:1 비율로 액면분할 진행 후엔 101달러만 있어도 넷플릭스 투자가 가능했다. 넷플릭스가 두 번의 액면분할을 진행하면서 세부 이유를 밝힌 적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라 추측했다.

출처=Netflix

이번엔 주식 액면분할 나서지 않을 수도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 11일 넷플릭스 주가가 주당 445.36달러를 기록하자 세 번째 액면분할 시기가 온 것이라 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주당 거래가격이 상승했지만, 3번째 액면분할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미국 증권 시장의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라운드 로트가 사라지고 1주 단위로 거래 가능해진 데 이어 몇 년 전부터는 소수점 거래(단주·Fractional Share)도 가능해졌다. 최소 투자 금액 단위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예를 들어 100달러만 있어도 주당 400달러 주식을 0.25주만 구입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해 액면분할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지난 액면분할은 혁신과 성장 직전에 진행됐다. 첫 번째 액면분할이 진행됐던 2004년, 넷플릭스는 북미 전역으로 DVD 우편 대여 서비스를 확장해 회원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3년 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다. 두 번째 액면분할이 있었던 2015년엔 쿠바, 일본, 호주, 이탈리아 등 유럽과 태평양 전역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으며 1년 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중국, 북한, 크림반도 제외)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진행을 발표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지난해, 주당 200달러 미만으로 하락했던 주가는 OTT 시장 경쟁 속에 가입자 증가 둔화로 인해 느린 성장세를 보이다 주당 400달러 선을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넷플릭스 주가 상승은 혁신이나 성장의 경과가 아닌 계정 공유 단속, 요금제 변경 등 수익 지향적 비즈니스 전개를 통해 얻어낸 성과라 지적한다.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전략 변경은 분명 성과를 거뒀지만, 넷플릭스 주가는 최고가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미국 증권시장의 환경 변화와 넷플릭스의 현재 상황을 근거로 액면분할 가능성이 작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액면분할이 이뤄지더라도 예전 사례처럼 넷플릭스의 사업 실적, 장기 성장성, 시장 가치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