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리스크’ 또 터졌다, ‘반유대주의 옹호’에 애플·디즈니도 X에 광고 중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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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X에서 반유대주의 관련 글 공개적으로 지지
글로벌 기업들 비롯, EU 집행위·백악관까지 일제히 머스크 비판
끊이지 않는 '머스크 리스크', 오너 기행에 투자자들만 피해
사진=X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그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대한 기업들의 광고 중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 백악관까지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적 증오를 조장하는 혐오스러운(abhorrent) 행위”라며 비판에 가세한 가운데, 오너의 물의로 기업 및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오너 리스크’가 발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X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과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 글로벌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비롯해 빅테크 기업 IBM 등이 X에 대한 광고를 중단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X 광고 중단을 결정했다. 특히 애플은 지난해에 X 광고로 4천만 달러(약 52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애플 광고주 이탈은 X 수익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광고 중단 행렬은 머스크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와중인 지난 15일(현지 시간) X에 게시된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제기하는 글에 동조하면서 시작됐다. 한 X 이용자가 “유대인들이 백인들에 대한 ‘변증법적 증오(dialectical hatred)’를 갖고 있다”는 글을 올리자 머스크는 “당신은 실체적 진실(actual truth)을 말했다”고 답글을 달았다. 이는 유대인들이 미국 내 백인 인구를 줄이기 위해 다른 인종의 이민자들을 데려오고 있다는 반유대주의 음모론 중 하나다.

머스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의 비영리 유대인 인권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에 대해 “ADL이 내는 메시지와 인종차별에 관련된 모든 단체가 정말 불쾌하다”는 글도 게재했다. 구체적인 예도 없이 ADL이 ‘반백인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한 것이다.

이에 백악관도 비판에 가세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홀로코스트 이래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희생된 지 한 달 만에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범인의 끔찍한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앞서 베이츠 대변인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1,200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납치된 뒤 늘어나고 있는 반유대주의를 바이든 대통령이 계속 비판할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X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이 거세지자 머스크는 18일 자신의 X 계정에 “다수의 대형 광고주는 언론 자유의 가장 큰 억압자”라며 광고 중단을 선언한 기업들을 비난했다. 또 “월요일 법원이 열리면 미디어 매터스를 포함해 사기에 가까운 공격에 공모한 모두를 상대로 폭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좌파 성향 단체인 미디어 매터스가 17일 IBM, 애플, 오라클 등의 기업 광고가 X의 반유대주의 콘텐츠 옆에 배치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IBM 등의 광고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일론 머스크 X

일론 머스크, 2020년대 오너 리스크의 대표격

이번 머스크의 사례는 오너의 잘못된 행동이나 판단이 기업가치를 얼마나 훼손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해 X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이용자와 광고 매출이 크게 줄었고, 기업가치는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실제로 머스크는 2020년대 오너 리스크의 대표격으로 꼽힌다. ‘일론 리스크’, ‘머스크 리스크’ 등의 조롱 섞인 표현이 회자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막무가내식의 대량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쑥대밭으로 만드는가 하면, 중대한 정책 결정도 손바닥 뒤집듯 번복했다. 또한 눈에 거슬리는 언론인의 계정을 막고 경쟁사를 홍보하는 게시 글은 차단했다.

각종 돌발 발언이나 성추문으로 구설에도 올랐다. 이로 인해 지난해 테슬라 주가가 65%나 폭락했고, 머스크는 기네스북의 최다 재산 손실 부문에서 순자산 2,000억 달러(약 26조원) 감소로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와 관련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우리가 본 머스크의 행동을 감안할 때 그가 대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고사하고 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조차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머스크의 이번 반유대주의 발언 역시 테슬라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머스크 발언 다음 날인 16일 이렇다 할 악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주가는 3.81% 급락한 233.59달러(약 30만원)로 주저앉았다. 이뿐 아니라 머스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정상회담에서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와 공동으로 사회를 볼 예정이었으나, 돌연 교체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머스크의 개인 사정 때문이라고만 밝혔지만 미국 언론들은 머스크의 이번 돌발 발언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NS가 보편화하면서 이 같은 오너 리스크는 과거보다 기업에 더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오너 리스크가 곧바로 실적 악화 및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주가의 향배를 사실상 결정짓는 오너들의 기행에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도 오너 리스크는 주가에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국내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주가에 걸림돌로 작용한 적이 있으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리스크’로 신세계그룹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뛰어난 결단력과 전략을 통해 오너 리스크를 ‘오너 프리미엄’으로 돌려놓는 것 역시 오너의 능력이자 몫이다. 향후 머스크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