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증가해도 안심 못 한다? ‘성장 정체’ 맞닥뜨린 전기차 시장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40% 증가, 유럽·테슬라가 시장 이끈다 수요 시든 전기차 시장, 중고차 매물 쏟아지며 가격 미끄러져 보조금 확대 카드 꺼내든 정부, 차후 보급 원활해질지는 의문
올해 들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1~10월)이 작년 동기 대비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80개국에 판매된 전기차(BEV·PHEV 포함)는 총 453만6,000대에 달한다.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기록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전기차 시장 전반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시장 1위 지켜낸 테슬라, 현대·기아는 ‘시들’
올해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는 테슬라였다.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은 97만3,000대로 작년 동기 대비 49.4% 증가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20.1%에서 올해 21.4%까지 확대됐다. 올해 초부터 시행한 가격 인하 정책, 주력 차종(모델3·Y)에 대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 혜택 등이 판매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아우디·스코다 등을 포함한 폭스바겐그룹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8.7% 증가한 61만6,000대를 기록했다. 점유율은 13.6%로 2위였다. 해외 브랜드 중 최초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조건을 충족한 ID.4를 비롯, 아우디 Q4, Q8 e-트론 모델 판매 호조가 영향을 미쳤다. 푸조·지프·피아트 등이 속한 스텔란티스그룹은 27.3% 증가한 47만7,000대를 판매하며 3위(점유율 10.5%)에 올랐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47만 대를 판매하며 4위에 머물렀다. 점유율은 10.4%로 전년 대비 2.6%P 하락했다. 북미에서 생산된 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제공하는 미국 IRA 영향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진 것이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점유율 5위(7.3%) BMW는 전년 대비 23.5% 늘어난 32만9,000대를 판매했다. 지역별 점유율은 유럽이 55.7%로 1위였으며, 이어 북미 29.4%, 아시아(중국 제외) 12.1%, 기타 2.8% 순이었다.
수요 줄었다? 가라앉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올해 들어 전기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차후 시장 전망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충전 인프라 확보 등의 한계에 부딪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지난 11월 올해 전기차 업계 성장률을 36.4%에서 30.6%로 하향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성장률 둔화 추세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전기차 수요 감소 추세는 중고차 시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고 전기차 매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소비자 수요는 오히려 감소하며 시세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가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 중인 740여 개 전기차 모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1월 중고 전기차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최대 8% 하락했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매물로 등록된 전기차는 3,300여 대로 작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일례로 현대차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2021년식 5만㎞ 이하 기준 중고차 평균 시세가 3,200만~3,400만원대로 형성됐다. 신차 가격(약 5,500만원)의 60% 수준에 그치는 가격이다. 이처럼 수요가 쪼그라들며 전기차 보급 확대에 제동이 걸리자, 우리나라 정부는 ‘보조금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말까지 680만원이던 국비 보조금을 780만원까지 늘리고, 전기차 제조사가 전기차 가격을 할인해 주면 할인 폭에 비례해 보조금을 확대하는 식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보조금 풀기’로 전기료 및 세금 부담, 인프라 부족 등의 한계를 뚫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