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의 특허 전쟁에서 승리한 마시모, 美 맥박 산소측정 시장 장악한 숨은 고수
'비침습성 산소포화도 측정기' 개발한 미국 의료기기 제조사 마시모 애플에 도용당한 '맥박 산소포화도 측정 기술', 특허 분쟁서 승소 韓 시장에 환자 관리용 의료기기 납품도, "매년 100%씩 성장할 것
최근 애플의 인기 제품인 애플워치 시리즈9이 미국에서 판매 중단됐다. 애플워치에 포함된 ‘혈중 산소포화도 측정 센서’의 핵심기술을 두고 벌어진 미국 의료기기 제조사 마시모(Masimo)와의 특허 분쟁에서 패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애플을 상대로 특허 지키기에 성공한 ‘마시모’에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마시모, 미국 맥박 산소포화도 시장의 90% 점유
마시모는 환자의 회복 증진과 의료비 절감을 모토로 다양한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생산하는 글로벌 의료 기술 회사로, 지난 1989년 창업주인 조 키아니 마시모 최고경영자(CEO)에 의해 설립됐다. 키아니는 창업 이전 샌디에이고대학에 입학해 신호처리 권위자 프레드 해리스 교수의 제자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반도체 제조업체인 안샘일렉트로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부업으로 한 스타트업에 100달러(약 13만원)짜리 저가형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설계하기도 했는데, 해당 측정기는 측정 중 환자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 실수로 경보가 울리는 일이 잦았다. 이에 경보 빈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회사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키아니는 자신이 살던 집을 담보로 4만 달러(약 5,200만원)를 대출받아 마시모를 설립한 뒤 환자가 손가락에 부착한 채 돌아다니거나 혈류가 적더라도 측정이 되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개발해 냈다.
키아니는 곧바로 특허를 취득, 산소포화도 측정 기술이 필수적인 곳인 신생아집중치료실과 지적장애 병동 등을 위주로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판매 실적은 처참했다. 당시 미국 병원 시장이 여러 병원을 아우르는 공동구매조직(GPO)과 대형 의료기기 제조사인 넬코어 간에 수익성 높은 독점 거래가 체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2002년 뉴욕타임스(NYT)에서 맥박 산소측정기 시장의 독과점 문제가 보도되면서 반전됐다. 미 상원 사법위원회 반독점 소위원회에 증인으로 소환된 키아니는 시장 독과점 상황을 고발하고, 프리미어·노베이션 등의 미국 의료기기 기업과 신규 계약에 성공하며 의료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현재 마시모는 경쟁사인 넬코어와 함께 미국 맥박 산소포화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마진율이 좋은 미국 틈새시장에 자리 잡은 만큼 수익성도 높다. 마시모는 사운드 유나이티드를 인수하기 직전인 2021년 1월 총매출액 약 11억4,400만 달러(약 1조4,800억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20.98%인 약 2억4,000만 달러(약 3,100억원)에 달한다.
韓 시장에도 진출
마시모는 지난 2016년 11월 한국 법인 ‘마시모코리아’도 설립했다. 마시모코리아는 2017년 3월 한국젬스와 업무조직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김아경 마시모코리아 대표이사는 “마시모의 기술력과 한국젬스의 영업력을 통해 첫 해 30억원, 둘째 해 60억원, 셋째 해 1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매년 100%씩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주요 상품은 비침습성 맥박 산소포화도 및 일산화탄소 수치 측정기, 혈액 내 헤모글로빈 측정과 맥파 관류 지수 등의 환자 관리용 의료기기다. 이 중 마시모의 핵심 제품이기도 한 ‘비침습성 맥박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2005년 개발된 ‘레인보우 맥박 산소포화도 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환자의 피를 뽑지 않고도 총 헤모글로빈(SpHb®), 산소 함량((SpOC™),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SpCO®), 메트헤모글로빈(SpMet®), 맥파변동지수(Pleth Variability Index, PVi®)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마시모코리아는 지난 2020년 7월 코로나19 환자 급증 상황에서 입원 중이거나 자택 격리된 환자의 혈중 산소포화도(SpO2)와 호흡수를 추적 검사하기 위해 일회용 웨어러블 기기인 ‘마시모 세이프티넷’을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