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바람 타고 날아오를까, AI 돌풍에 추락할까? ‘아트 커머스’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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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커머스 플랫폼 '난트' 운영사, 두 번째 투자 유치 성공
곳곳에서 '예술품' 공급 증가, 더 이상 고급 취미 아니다?
투자 시장 잡아먹느냐 AI에 먹히느냐, 엇갈리는 미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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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난트

아트 커머스 플랫폼 ‘난트(NANT)’를 운영하는 콜론30이 씨엔티테크에서 투자를 유치했다고 28일 밝혔다. 2021년 프라이머에서 시드 투자를 유치한 후 두 번째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아트 커머스의 인기가 점차 벤처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관련 사업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큐레이션·1차 판매·리세일 통합, 아트 플랫폼 ‘난트’

난트는 작가의 작품 직접 판매가 이뤄지는 1차 시장, 예술품 컬렉터 사이 소장품 재판매(리세일) 시장을 통합한 아트 플랫폼이다. 2022년 서비스 오픈 이후 현재까지 2만5,000여 명의 아트 팬덤과 이머징 아티스트 450명의 작품 1,800여 점을 확보했다. 이에 더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난트 매거진’을 운영, 문화·예술·럭셔리 트렌드 및 국내외 예술 시장과 관련한 큐레이션도 진행하고 있다.

난트는 플랫폼 내 판매작에 대한 컨디션 체크, 진위 검증, 작품 보증서 확인 및 발급 등 거래 과정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1차 시장과 리세일 시장이 통합됐다는 특징을 활용, 작가가 난트에서 판매한 작품이 다시 난트에서 재판매될 경우 작가에게 재판매 금액의 3%를 리워드로 지급하기도 한다. 50만원에 판매했던 작품이 500만원으로 재판매될 경우, 500만원의 3%인 15만원의 재판매 리워드가 작가에게 지급되는 방식이다.

박지연 콜론30 대표는 “이번 투자를 통해 아티스트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 콘텐츠와 컬렉터를 위한 콘텐츠 생산을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잠재력 있는 이머징 작가들을 발굴할 뿐 아니라 본격적으로 아트 리세일 시장까지 확대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예술 비즈니스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벤처부터 유통 업계까지, 고개 드는 ‘아트 커머스’

최근 예술품 거래 및 투자 시장은 각 업계에서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관련 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벤처기업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일례로 예술 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 아트라미(ARTRAMI)는 온라인 예술 편집숍 ‘뚜누(Tounou)’를 운영하고 있다. 뚜누는 그림, 사진 등 시각 아티스트의 예술 작품을 일상 제품에 활용·판매하고, 판매 수익을 아티스트와 공유하는 서비스다. 커머스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며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본적인 발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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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열린 롯데마트 송파점 특별 전시/사진=롯데마트

유통 업계에서도 ‘아트 커머스’ 관련 시도를 찾아볼 수 있다. 백화점 등 고소득층 대상 업계를 넘어 대형마트, 이커머스 등까지 예술품 공급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9월 롯데마트는 송파점 2층에서 특별 전시를 진행, 300여 점의 작품을 공개했다. 롯데마트에서 열린 최초의 미술 전시회다. 전시작의 가격은 비교적 낮은 수준인 50만~300만원 선에서 책정됐다. 마트 방문 고객의 평균적인 소득 수준을 고려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SSG닷컴도 지난해 5월 전문관을 열고 3만여 종에 달하는 아트 상품을 확보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난 9월 온라인 전시회 ‘아트앤크래프트(Art&Craft)’를 진행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작품들을 자유롭게 감상·구매할 수 있는 구조다. 해당 행사에서는 500여 종에 달하는 원화와 한정판 판화, 공예품이 공개됐다. △‘리움 스토어’ 여섯 작가전 컬렉션 △갤러리 ‘아르띠앙서울’의 원화 △한국문화재재단 등의 미술품 굿즈도 입점했다.

괜찮은 투자 상품인가, AI의 먹잇감인가

현재 업계에서는 아트 커머스가 차후 ‘조각투자’와 시너지를 내며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한 이후,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미술품 조각투자 앱 ‘소투’를 운영하는 서울옥션블루는 28일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의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기초자산 작품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달러 사인(Dollar Sign)’이었다. 같은 달 미술품 조각투자 스타트업 ‘열매컴퍼니’ 역시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펌킨’ 조각투자 증권신고서를 재제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트 커머스 시장의 미래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생성 AI의 가파른 성장세에 밀려 시장 전반이 추진력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에 맞춰 적합한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식이다. 이미지의 주제는 물론 화풍까지도 이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굳이 돈을 들여 작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얼마든 ‘직접’ 원하는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지난 10월에는 AI가 원작자 동의 없이 다른 작가의 그림을 학습했더라도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은 켈리 매커넌, 칼라 오티즈, 사라 앤더슨 등 3명의 예술가가 생성형 AI 기반 이미지 생성 서비스 전문 스타트업인 스태빌리티AI·미드저니·데비안아트에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을 기각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원본 작품을 직접 참조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상 아트 커머스 업계에는 치명적인 판례다.

이처럼 아트 커머스에 대한 업계 전망은 치열하게 엇갈리는 추세다. 현시점에 아트 커머스는 예술 작품의 가치를 앞세워 훌륭한 투자 수단으로 등극할 수도 있고, 생성 AI 열풍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불투명한 시장이다. 시장의 미래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 속, 투자 유치에 성공한 난트는 과연 시장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