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반독점 규제에 ‘구글·애플’ 기업 분할 위기? “부담 누적되고 있지만, 분할 가능성은 글쎄”
독점적 빅테크 때리는 규제당국, 애플·구글도 예외 아니었다 2021년부터 나온 분할 위기론, "실제 분할 가능성 크지 않을 듯" "주가 하락 등 부담 가중은 사실, 가능성의 영역은 남겨 둘 필요도 있어"
EU와 미국의 규제당국이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구글과 애플이 분할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쏟아진다. 과거 미국의 통신사 AT&T가 7개 독립 회사로 분할됐듯, 애플과 구글도 규제당국의 서슬 퍼런 눈초리를 채 피해 가기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선 반론의 소지도 적지 않은데, 이미 과거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사실상 규제당국의 압박을 넘어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EU 규제당국, ‘애플·구글’ 정조준
24일(현지 시각) 외신 등은 EU와 미국 규제당국이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강화하고 있음을 근거로 애플과 구글이 분할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EU와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두 기업에 대한 소송이 연달아 나타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법적 분쟁 리스크로 인해 결국 구글과 애플이 백기 투항하고 분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미 실제 사례도 있다. 미국의 통신사 AT&T다. 지난 1984년 당시 2세기 최대 독점기업으로 불렸던 AT&T는 반독점 규제 당국의 공격을 받았고, 결국엔 7개의 독립 회사로 분할했다. 당시 갈라진 기업들이 바로 버라이즌, 루멘, AT&T 등이다.
구글과 애플도 AT&T처럼 분할 압력이 가해지는 모양새다. 각기 안드로이드, iOS 생태계를 구축해서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된 논리다.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미국의 모습에 미 법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애플 소송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반독점 사건들에 비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 소송이 그만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단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법무부가 성공할 경우 잠재적인 처리 방안은 회사 분할 명령부터 애플의 계약 체결이나 사업 운영 방식 변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두 기업을 향한 미국의 서슬이 외신의 시선에서도 적잖이 푸르게 달아올랐단 방증이다.
‘분할 위기론’에도 글쎄, MS 노선 그대로 밟을 가능성 높아
구글과 애플의 ‘분할 위기론’은 이미 지난 날부터 꾸준히 나오던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이미 지난 2021년에도 분할 위기론이 확 떠올랐다 떨어진 바가 있다. 당시 미국 의회는 반독점법 관련 법안 5건을 전격 통과시키면서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독점 규제를 본격화했다. 한국 국회도 구글의 인앱 결제에 대한 일방적 수수료 정책 변경 등을 막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른바 인앱결제 방지법) 마련을 2021년께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결국 빅테크 독점의 시대도 조만간 저물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속속 나오곤 했으나, 막상 빅테크 독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일각에선 규제당국과 빅테크의 싸움이 이번에도 장기전으로 넘어가리란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근거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례다. 지난 1998년 MS는 법무부와 4년간의 법적 분쟁을 펼친 바 있다. 당시 미 법무부는 MS가 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한다는 혐의로 제소했는데, 4년 후 MS가 기업분할을 피하는 대신 5년간 시장 제한을 가하는 합의안을 수용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당시 시장에선 정권 교체로 인해 반독점 규제가 흐지부지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렇다 보니 이번 빅테크와 규제 당국의 소송전 역시 MS와 비슷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럽 지역에서는 기업 분할이 이뤄진 적이 없다. 또 애플 매출의 대부분이 하드웨어 기기 판매(약 80%)에서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소프트웨어 부문과 하드웨어 부문으로 분할하라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에 대한 판결도 자주 제시되는 근거 중 하나다. 지난 2021년 미국 연방 법원은 연방통상위원회와 48개주 법무장관이 제기한 페이스북 반독점 소송(인스타그램,왓츠앱 해체)을 기각해 달라는 페이스북의 요청을 수용했다.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 시장의 60% 이상을 지배한다고 말하는 연방통상위원회(FTC)의 주장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반독점 소송이 실제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마냥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아사마키스 콤니코스 화이트 앤드 케이스 파트너 변호사는 “기업 해체와 같은 결정은 법원 입장에서도 판결 내리기 굉장히 까다롭다”며 “단순히 법적 문제에서 그치지 않아서다”라고 전했다.
거듭된 소송전에 애플도 부담 가중, 손해 이미 누적
다만 그럼에도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소송 대전’이 애플의 부담을 가중할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이미 지난 21일 미국 법무부는 16개 주와 함께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애플이 아이폰과 타사 기기와 호환을 제한하는 ‘애플 생태계’를 조성해 소비자가 경쟁 장치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줄여 소비자는 물론 애플의 경쟁 기업에 피해를 줬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메릭 갈랜드 미 법무부 장관은 “미국 고성능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70%를 넘어섰고, 전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의 점유율은 65%를 넘어섰다”라며 “독점이 불법이라는 것이 아니라 독점 기업이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반경쟁 전술을 사용하거나, 경쟁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애플은 자사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플 사용자와 개발자 모두가 애플 생태계 외부로 모험을 떠나는 것을 극도로 어렵게 장벽을 만들었다”며 “다른 제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해 독점력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소송 외에 지난해 9월엔 미 법무부 차원에서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바도 있다.
거듭된 소송전에 애플의 손해도 누적되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미 법무부가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자 그날 하루 만에 애플 주가는 4.09% 급락했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0% 이상 떨어졌다. EU 집행위원회로부터 반독점범 위반 혐의로 18억 유로(약 2조6,128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여기에 더해 애플은 EU가 빅데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지난 7일부터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의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크다. 애플과 구글이 각각의 대체 앱스토어 개발자에 새로 부과하기 시작한 수수료 정책 및 이용 약관이 디지털 시장법 규정을 준수했는지 조사하겠다는 게 집행위의 주장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반독점 담당 집행위원이 “지난해 구글에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다 준 애드테크(광고기술) 사업은 반경쟁적 관행으로 가득하다. 판매자(구글)를 해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상황인 만큼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분할 위기론을 ‘가능성’의 차원에서 한번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