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데 단 5개월”, CJ투자 받았던 플레이팅코퍼레이션, 헐값 매각에 투자금 회수도 ‘불투명’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던 플레이팅코퍼레이션, 단돈 5억에 '헐값 매각'
93억 투자받고 5개월 만에 무너졌다, "버닝 레이트 파악 못 한 듯"
아기유니콘 선정까지 됐지만, 남은 건 투자자들 손의 '휴지 조각'
CJ그룹 등의 투자를 받으며 외식업계의 시선을 한눈에 끌었던 라이징 스타, 푸드테크 스타트업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이 헐값에 매각됐다. 경영난으로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탓에 낮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 1년은 넘겨야 할 스타트업이 몇 개월 사이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의 당혹감은 커져만 간다. 더군다나 자금 회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이 전량 무상 소각될 상황이 처했기 때문이다.
플레이팅코퍼레이션, 결국 ‘헐값’ 매각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은 최근 ‘푸드테크 기업구조혁신 투자조합’과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투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GP)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구름인베스트먼트다.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이 그동안 국내 전략적 투자자(SI)와 벤처캐피털(VC)로부터 유치한 자금은 90억원이 넘지만, 이번 거래는 5억4,000만원 선에서 이뤄졌다.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구주 매각 없이 전액 신주 발행으로 진행되며, 보통주 1주당 발행가는 100원으로 구름인베스트먼트는 총 540만 주를 확보하게 된다.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은 ‘셰프의 찾아가는 구내식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기업용 조식·점심 정기 구독 서비스 등을 주로 제공했다. 식사는 특급 호텔 혹은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의 전속 셰프팀이 직접 만들며 매일 다르게 제공했으며,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도입으로 배송 시간과 동선을 고려한 물류 배차와 수거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졌다.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은 CJ그룹을 투자자로 유치하며 외식업계에서 말 그대로 라이징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CJ는 CJ프레시웨이와 CJ인베스트먼트를 통해 2021년 말 ‘푸드 비즈니스 파트너’란 새 비전을 선포하고 플레이팅코퍼레이션에 투자했다. 당시 CJ그룹을 포함해 메쉬코리아, 스트롱벤처스, 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도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CJ가 점 찍었는데, 5개월 만에 회생 절차?
앞서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은 CJ그룹 등으로부터 총 61억원을 투자받았고, 지난해 6월께엔 32억원 규모의 시리즈 A1 투자도 유치했다. 즉 총 93억원의 투자를 받은 셈이다. 시리즈 A1 투자엔 기존 투자자인 스트롱벤처스가 후속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필로소피아벤처스, 테일, 한국대안투자자산운용이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당시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은 2023년 하반기까지 투자 라운드를 이어가 총 60억원 규모로 시리즈 A를 마무리하겠단 목표를 발표했다.
지난 2022년엔 외식 분야 기업 중 유일하게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기유니콘이란 창업 10년 이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유망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4월께엔 윤석열 정부 아래 방미 경제사절단으로서 함께 미국을 방문한 바도 있다. 국내 ‘푸드테크 선도기업’으로서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이 선정됐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의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리즈 A 투자금을 받은 지 불과 5개월 만에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F&B(식음료) 사업 특성상 원가율 관리가 어려워 경영난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는데, 업계에 따르면 2022년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의 매출은 57억원이었으나 매출 원가가 51억원에 달했다. 매출 원가율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의 대표가 인건비나 오피스 유지비, 개발 비용 등 일정 기간마다 지출되는 버닝 레이트(burning rate) 등 기본적인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화근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혹스러운 투자자들, 자금 회수도 ‘빨간불’
이 같은 스타트업 ‘유망주’가 통상 런웨이 기간조차 채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데 대해 업계의 분위기는 침울하기만 하다. 런웨이란 스타트업이 보유한 자금으로 자생할 수 있는 수명을 뜻한다. 즉 런웨이가 1년 남았단 건 1년 후엔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0원이 되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에 앞서 1년~1년 6개월 간의 런웨이를 설정한다. 그런데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은 5개월 만에 회생 절차에 돌입한다 발표하고 나섰으니,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이번 구름인베스트먼트와의 거래로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 자금 회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 회생 절차는 채권자를 중심으로 변제 계획이 세워지는데,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채권이 아닌 주식으로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889만5,829주)은 전량 무상 소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회생 절차의 특성상 회생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주주에게 이익 배당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폴 장(장경욱) 플레이팅코퍼레이션 대표가 포브스 코리아에 기고한 글에서 “투자란 투자자들이 우리 회사에 맡긴 신뢰며,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했으니, 결국 장 대표는 스스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린 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