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공세에 일론 머스크도 백기 들었다, 테슬라 인력 10% 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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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직원들에 “전 세계서 10% 감원” 통보
중국 시장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BYD 위협에 위상 ‘흔들’
"광고 싫어한다"던 머스크,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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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사진=테슬라

올 1분기(1~3월) 차량 인도량이 지난해 대비 8.5%가량 줄어든 테슬라가 전 세계 인력의 10%를 내보내기로 했다. 아울러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2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 온 핵심 임원도 회사를 떠난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광범위하게 냉각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개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 “역할 중복됐다”, 약 1만4,000명 감원 예상

머스크는 15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정리해고 계획을 직접 알렸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 여러 공장을 확장하고 급속히 성장해 오면서 특정 영역들에서 역할과 직무가 중복됐다”며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회사의 모든 측면을 살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1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이것(감원)보다 더 싫어하는 일은 없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정리해고 영향을 받게 될 인원이 얼마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테슬라의 전 세계 직원 수는 3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14만473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1만4,000만 명 안팎이 회사를 떠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감원 대상에는 머스크와 가까운 임원들도 포함됐다. 드루 배글리노 수석 부사장과 공공정책·사업개발 등을 담당해 온 로한 파텔 부사장 등이다. 배터리, 모터 등 기술 개발을 총괄해 온 배글리노는 약 18년간 테슬라에 근무하며 머스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인사다. 머스크를 포함한 테슬라의 핵심 경영진 4명 중 1명이기도 하다.

중국발 가격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비용절감 나서

테슬라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둔화하며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특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해 1분기(1~3월) 중국 출하량은 22만87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또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올해 첫 두 달 동안 7.7%에서 6.6%로 떨어졌다.

배경으로는 중국 내 가격 인하 경쟁 심화가 꼽힌다. 중국 내 전기차 가격은 15만~20만 위안(약 2,866만~3,822만원)이 30%를 차지하며 주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테슬라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3’의 가격(약 24만 위안·약 4,589만원)보다 저렴하다. 최근엔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까지 전기차를 출시하며 가격인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테슬라의 독보적 시장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BYD 등 중국 주요 업체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BYD는 지난해 4분기 판매량 기준 처음으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올해 1분기 테슬라가 1위 자리를 되찾긴 했으나, 남은 기간 판매 실적에 따라 또다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차량 인도량은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 4년 만에 역성장했다. 반면 BYD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30만114대로 테슬라보다는 적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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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유튜브 광고/사진=유튜브 캡처

광고 필요없다더니, 부진의 늪 빠지자 광고 집행

그간 광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머스크가 온라인에 광고를 게재한 사실도 이같은 부진을 탈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테슬라는 광고를 일절 하지 않았다. 사실상 ‘테슬라=머스크’라는 인식이 하나의 광고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지닌 ‘괴짜 천재’라는 이미지는 무엇보다 좋은 테슬라의 마케팅 수단이었다.

이에 테슬라는 별도의 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고 머스크 역시 2019년 당시 트위터에 “나는 광고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테슬라 제품 자체가 훌륭하면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악화하는 실적으로 인해 결국 백기를 들었다.

메타 광고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초 메타가 소유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서비스 전반에서 타깃 비디오 광고를 구매했다. 테슬라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에 자사의 ‘모델Y’가 ‘미국산 자동차 1위’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해당 광고에는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모습과 함께 이를 통해 모델Y를 홍보하는 내용이 나온다. 테슬라가 모델Y 가격을 1,000달러(약 134만원) 인상하기 전에 모델Y를 구매하라는 것이 광고 목적이었다.

유튜브에서 하는 테슬라 광고에는 뒷좌석에 앉은 어린이가 나오면서 모델Y의 안전 등급이 소개되고, 테슬라 충전소를 기반으로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등 가족 중심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 테슬라가 멋진 스포츠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가족 친화적인 자동차로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테슬라가 진행하는 광고가 장기적인 투자를 예고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경쟁은 심화되면서 테슬라 입장에서 광고 필요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이미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다른 자동차 회사들처럼 많은 비용을 광고에 쓸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