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株 과대평가 돼 있다” 월가의 전설, 엔비디아 투자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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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켄밀러 "AI 주 단기적 과대평가", 엔비디아 대거 매도
단독 질주 엔비디아 잡아라, 바짝 추격나선 빅테크 기업들
삼성·구글·인텔·퀄컴·ARM 등 엔비디아 대항 연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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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GPU/사진=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및 기술주를 대표하는 반도체칩 생산기업 엔비디아의 투자가치가 다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엔비디아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른 데다 최근 엔비디아의 독식을 막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굴기가 거세기 때문이다.

억만장자 투자자, 엔비디아 베팅 줄였다

7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엔비디아는 1.72% 빠진 905.54달러로 주가를 마감했다. 이날의 하락에는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의 영향이 컸다. 드러켄밀러는 올해 1분기에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고 밝혔다. AI가 지금은 과대평가됐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일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차세대 AI 칩을 개발한 엔비디아 주가는 작년 한 해 무려 238% 급등했고, 올해 들어서만 87.85% 더 올랐다.

이날 드러켄밀러의 매도 소식에 엔비디아는 장중 10%까지 폭락한 바 있으며 지난주에는 하루 만에 10% 하락 마감을 하기도 했다. 드러켄밀러는 과거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운영했고, 현재는 듀케인 패밀리오피스로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다.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드러켄밀러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150달러에서 900달러로 오른 후 베팅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간 드러켄밀러의 포트폴리오에는 엔비디아의 비중이 3순위일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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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가우디 3’/사진=인텔

엔비디아 독식 막아라, 거세지는 후발주자들의 굴기

현재 엔비디아 자리를 노리는 후발주자들이 대거 몰려있다는 점도 주가 ‘거품론’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날 애플은 데이터센터용 AI칩을 개발한다고 밝히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애플은 현재 비용과 속도가 중요한 ‘추론용 AI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칩은 AI모델 학습과 추론에 반드시 필요한데, 특히 추론용 반도체칩 성능에 따라 AI 서비스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애플이 추론용 반도체 개발에 발을 내디딘 것은 아이폰과 맥 유저들이 AI를 사용할 때 다른 경쟁사 제품들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다. 특히나 애플에서 자사용 AI칩을 만든다는 건, 자사 제품에서 AI가 작동될 때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자신들이 개발한 AI 반도체칩을 설치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들은 점유율을 빼앗기게 된다.

인텔도 지난달 자체 개발한 최신 AI칩의 세부사항을 공개했다. 인텔의 가우디3는 엔비디아의 인기 제품인 H100 GPU보다 전력 효율이 2배 이상 높고 AI 모델을 1.5배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미국 서버업체 델과 휼렛패커드(HP), 슈퍼마이크로 등이 가우디3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CPU·GPU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오랜 경쟁사인 AMD도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MD는 지난해 12월 자사 행사에서 ‘MI300X’와 ‘MI300A’를 공개했고 5월부터 이를 본격 납품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가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팹리스 강자 ARM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주도로 AI 반도체 칩 공급을 위해 1,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이자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 대항 ‘소프트웨어 연맹’ 결성도

이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에 대항하는 소프트웨어 연맹도 결성됐다. ‘UXL재단’이 대표적이다. 구글과 인텔, 퀄컴, 삼성, ARM 등이 연합해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에 대항할 적수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오픈AI 모델은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에서만 가동하기 때문에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탈 엔비디아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새로운 AI 가속기 출시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AI 가속기 ‘마하-1’을 개발하고 있다. 통상 AI 모델 개발과 응용 과정에서 학습, 추론 등 분야마다 요구되는 성능이 다른데 모든 걸 고성능 AI 가속기로 다룰 필요가 없다.

삼성은 이같은 틈새 시장을 노리고 가성비 좋은 AI 가속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들어가는 엔비디아 제품과 달리 마하-1에는 저전력 D램이 탑재돼 가격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네이버도 일부 AI 인프라를 엔비디아 GPU 대신 인텔의 CPU로 대체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삼성의 마하-1 도입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