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기 상태에 빠졌던 두산의 승부수 통했다, 50조 규모 美 SMR 수주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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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스케일파워에 2조원 규모 SMR 소재 납품
투자로 독점 공급권 따내 "SMR 파운드리 장악할 것"
탈원전 위기에도 SMR로 눈 돌렸던 두산의 7년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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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최대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설계기업인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가 주도하는 50조원 규모 프로젝트에 주기기를 납품한다. 뉴스케일파워가 스타트업에 지나지 않았던 5년 전 SMR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적극 투자한 결실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형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글로벌 트렌드가 맞물린 가운데, SMR 시장이 본격 확대되면서 국내 원자력발전 기업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 美 SMR 설비 수주 “제2의 르네상스 맞이하나”

27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최대 SMR 설계기업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37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의 SMR 건설 프로젝트에 SMR 24기와 증기발생기튜브 등 주기기를 납품하기로 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공급 물량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이같은 대규모 물량을 수주한 배경에는 뉴스케일파워에 대한 초기 투자가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가 스타트업이던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400만 달러(약 1,420억원)를 투자하면서 뉴스케일파워가 수주하는 프로젝트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기로 합의했다. 두산은 특히 SMR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7년 전부터 준비에 착수했다. 세계 최초로 SMR 전용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관련 기술도 확보했다.

지난 3월 뉴스케일파워와 77㎿(메가와트) 원자로 모듈 6기 설치를 위한 소재 제작 계약 체결도 그 일환으로, 제작되는 소재는 미국 유타주 발전사업자 ‘UAMPS’의 카본 프리(CFPP) 발전소에 사용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과의 계약으로 원자로 모듈 6대 제작에 필요한 대형 단조품과 증기발생기 튜브 등 주요 소재 및 원자로 제작에 본격 돌입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외에도 SMR 제작설계 용역 계약을 맺었던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 등과도 SMR 주기기 제작 참여를 추진 중이다. 아울러 친환경 연료전환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발전사업자 3곳과 친환경 연료전환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21일에는 민간발전사인 엔지(Engie) 칠레법인이 발주한 칠레 화력발전소 연료전환사업도 수주했다. 칠레 사업은 칠레 375㎿ 규모 발전소의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다.

두산에너빌리티의 1분기 수주 잔고는 14조9,839억원이며 1분기 수주액은 6,336억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체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25년 1기, 2026년 1~2기를 추가 수주해 중장기적으로 수주액 10조원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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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분야 선두 기업 두산에너빌리티, 연평균 1조원대 수주 전망

사실 2019년까지만 해도 두산에너빌리티는 침몰하는 항공모함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40여 년간 대형 원자로를 34기나 제작한 원전 강자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신규 수주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는 위기의 결정타가 됐다.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무산되는 데 이어 수출길마저 막히면서 2017년 100%던 공장 가동률은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2011~2020년 사이 4개년을 제외하고 모두 당기순손실을, 2020년에는 이 기간 중 가장 큰 8,3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두산은 악화된 경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한솥밥 먹던 식구 수백 명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두산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탈원전이란 풍파를 이겨낼 미래 먹거리로 SMR을 낙점하고 글로벌 선두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이다. 이번 뉴스케일파워 프로젝트의 핵심 공급권을 확보할 수 있었던 주된 배경이다.

실제 SMR은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전기 출력량 300㎿급 이하인 SMR은 1,000㎿급이 넘는 대형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바로 근처에 설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여기에 탄소중립(Net Zero)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맞물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Terrapower) 등 원자력 발전 분야의 글로벌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작은 공간에 필요한 부품을 제작 및 조립해야 하는 만큼 원전 주기기 설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물론, 차별화된 소재·용접·제작 기술이 필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같은 기술력을 보유한 SMR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기자재 시장에서 향후 10년간 연평균 1조2,000억원대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영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SMR 시장은 2033년 724억 달러(약 99조원)로 성장한 뒤 2043년에는 2,950억 달러(약 40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기자재 시장에서 점유율 25%를 확보하고, 반도체 산업에서 위탁 생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파운드리와 같은 ‘SMR 파운드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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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경남 창원 공장의 뉴스케일파워 전용 원자로 주조 설비에서 작업자들이 소형모듈원전(SMR) 주단 소재를 제조하는 모습/사진=두산에너빌리티

SMR 효용성에 대한 시각차

다만 SMR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갈린다. 방사선 유출 가능성이라는 원자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SMR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5월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은 SMR 설계 방식이 기존 원자로에 비해 고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뉴스케일파워를 비롯해 일본 도시바, 캐나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에서 개발한 세 가지 유형의 SMR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SMR이 기존 발전소보다 최소 9배 많은 중성자 방사화 스틸(Neutron-activated steel)을 생성하며, 관리·처분이 필요한 폐기물량도 2~30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국 그린피스의 수석 과학자인 더그 파(Doug Parr)도 “SMR 개발자들은 소형 원전의 광범위한 배치를 원하고 있다”며 “이는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성 또한 넓은 지역에 분산된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높은 비용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물리학 교수인 MV 라바나(MV Ramana)는 “SMR은 규모의 경제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 기준으로 볼 때 대형 원자로보다 발전 비용이 훨씬 비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유타주 전력 시스템(Utah Associated Municipal Power Systems)의 SMR 건설 프로젝트가 취소된 바 있는데, 그 이유 또한 전력 단위당 비용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라마나 교수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의 KW(킬로와트)당 발전 비용은 2만 달러(약 2,700만원)로,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산정한 2022년 북미 육상 풍력 1KW 발전 평균 비용 1,285달러(약 175만원)의 10배가 넘는다.

유럽연합(EU)이 EU 외 국가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 보조금을 받은 경우 SMR 수출 계약 입찰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유럽 수출길에 빨간불이 켜진 점도 악재다. EU 규정에 따르면 기업이 지난 3년간 5,000만 유로(약 740억원) 이상의 비EU 국가 재정 기여금을 받은 경우 수출 계약이 제한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의 대상은 정부의 직접지원금뿐 아니라 저리 대출과 세제 혜택까지 포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