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 ‘화웨이 5G 장비’ 2029년까지 퇴출, 중국 시장 지배력 약화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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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까지 핵심 통신망에서 中 화웨이·ZTE 퇴출
獨 검찰, 중국 간첩 혐의 의회 보좌관 등 4명 체포도
"중국 장비 성능 우수" 통신사들은 서비스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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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화웨이

독일 정부가 오는 2029년까지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모든 중국산 부품을 퇴출한다. 수년간 논란 끝에 독일 정부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5G 핵심 및 접속 네트워크에서 중국산 부품을 단계적으로 제거하는 데 합의하면서다. 미국이 중국산 부품이 들어간 통신망은 국가 안보에 핵심 취약점이 될 것이라 경고한 지 6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독일도 중국과 ‘헤어질 결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독일 연방 정부와의 합의 초안에 따라 도이체텔레콤·보다폰 등 독일의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2026년 말까지 데이터가 집중되는 핵심 5G 네트워크에서 중국 제조업체 화웨이와 ZTE(중싱통신)가 만든 부품을 제거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접속·전송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2029년으로 제거 시한을 정했다. 합의를 어기면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독일 5G 네트워크의 중국산 부품 비율은 60%에 달한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은 뒤 국가 기반시설의 특정 국가 의존에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또 미국으로부터 공급망 탈(脫)중국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독일은 지난해 7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위험축소)을 기반으로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내용의 대중국 전략을 수립했다.

그간 미국과 유럽은 화웨이 등이 5G 기기에 네트워크 침투를 위한 ‘백도어(정상적인 인증절차 없이 시스템에 접근 가능한 비밀통로)’를 심어두고 정부 지령에 따라 데이터를 빼간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에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스웨덴, 발트해 연안 국가, 뉴질랜드, 호주 등이 화웨이와 ZTE를 5G 사업에서 배제했다.

獨 내무부, 5G장비 중국제 부품 전면 조사

중국과의 관계 재평가에 나선 독일이 5G 관련 중국산 부품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한 건 지난해 4월이다. 독일 내무부에 따르면 해당 조사는 △위기 식별(identifying risks) △위험 방지(averting dangers) △의존 회피(avoiding dependencies) 등 3가지 요소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진행됐다.

그동안 독일은 화웨이 부품 사용 금지를 명시하는 데 주저해 왔으나 이들 통신 부품이 중국의 정찰 활동이나 파괴 공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서는 독일 연방 검찰이 막시밀리안 크라(Maximilian Krah) 유럽의회 의원의 보좌관을 포함한 총 4명을 중국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하는 등 대중국 견제 전선에 더욱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앞서 중국산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독일의 금지 조치가 비교적 늦다고 지적했다. 로디움의 노아 바킨(Noah Barkin) 중국 실무 부문 수석고문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영국의 중국산 네트워크 장비 금지 조치를 따라하기까지 4년이 걸렸고 미국의 경고로부터는 6년이 흘렀다”고 꼬집으며 “협정 일정상 중국산 부품의 대부분은 어차피 수명이 다해 교체해야 할 때 제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트워크 연구기관 스트랜드컨설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독일의 5G 접속 네트워크의 59%가 중국산 부품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영국(41%), 프랑스(17%), 발트 3국(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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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신사 반발에 2026년에서 2029년으로 연장

당초 독일 정부는 2025년 말까지 핵심 네트워크, 2026년까지 접속 네트워크에서 중국산 부품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통신사들의 반발로 인해 2029년 말까지 기한을 연장한 것이다. 독일 통신사들은 중국산 장비가 저렴하고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하면서 급격한 교체는 비용 부담과 서비스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화웨이가 5G 표준특허 1위 기업이라는 점에서 쉽게 퇴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다.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컨설팅업체인 렉시스넥시스가 발표한 ‘5G 표준특허 글로벌리포트’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5G 표준 기여자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는 양적·질적인 측면을 모두 종합한 결과로 화웨이가 미국 퀄컴(2위)이나 삼성(3위)보다 앞선다는 분석이다.

표준특허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정한 표준기술을 포함한 특허로, 표준에 맞춰 제품을 만들 때 반드시 사용하게 된다. 어떤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하고자 할 때 내는 통행료 같은 개념으로 표준특허를 확보하고 있으면 침해 입증이 간편하며 안정적 로열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표준특허의 경제적 가치는 일반특허의 12배로 분석된다. 렉시스넥시스 분석에 따르면 5G 관련 표준 특허는 약 6만 개로 4세대(4G) 관련 표준특허의 약 2.5배에 달한다. 렉시스넥시스는 “5G 표준특허의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새로운 소유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5G 탈중국 움직임으로 업계 2, 3위인 퀄컴과 삼성전자가 표면적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표준단체까지 화웨이 배제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중국 기업 대신 미국과 한국 기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독일의 퇴출 발표에 중국이 “노골적 정치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어 당분간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현지 외신에 따르면 린젠(Lin Jian)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유럽에 고품질 시설을 구축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왔으며, 이들이 유럽 국가들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 무역, 과학기술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술 교류와 협력을 저해할 뿐이며 어느 쪽에도 이롭지 않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