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하반기에도 실적 약세 전망, 투자 확대에도 중국 경기 부진 등 ‘먹구름’ 여전
철강 업체 실적 부진, 중국 경기 부진에 저실적 이어질 듯
'경쟁력 강화' 시사한 철강업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위해 투자 단행도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위험 요소 여전, 저가 중국산 수입재 유입도 문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업체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국신용평가도 철강산업의 전망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중국 경기 부진, 중국산 저가 철강 수출 증가 등 문제가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된 탓이다. 이에 철강 업체들은 원가 절감 등을 통한 미래전략 구상에 나섰지만, 시장에선 중국 등 불안 요소가 여전히 산재해 있는 만큼 실질적인 실적 개선은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는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신평, 국내 철강산업에 부정적 의견
한신평은 23일 웹캐스팅을 통해 2024년 상반기 정기평가 및 하반기 산업별 전망을 발표하면서 국내 철강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철강산업 발표를 맡은 안희준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중국의 경기 부진이 철강 업황의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라며 “중국이 전 세계 철강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는 데다 지리적으로 한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아 국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까지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에도 부동산 지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당분간 철강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이에 더해 국내 역시 건설경기 침체로 철강 내수가 부진했고 에너지, 물류, 인건비 등 생산원가 부담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철강 수요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연속 감소한 뒤 올해 1%대로 소폭 회복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어진 역성장에 대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여전히 세계 주요 국가의 경기회복은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철강 가격의 하방 압력도 강해지는 모양새다. 주요 원자재 가격과 국내 강종별 유통 가격 추이는 2022년을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고, 특히 중국산 수입 비중이 높은 열연후판 등 범용 판재류의 가격이 폭락했다.
지난해 4분기엔 일시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이익 감소 폭이 커졌다. 한신평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업계 15개사의 지난해 4분기 별도 기준 합산 영업이익률은 0.6%를 기록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지난해 전체 실적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38조9,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조830억원으로 27.2% 감소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21조6,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59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실적 약세 전망에 미래전략 구상 나선 철강 업체들
한신평은 국내 철강사들의 신용도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아직 재무 여력이 충분하단 판단에서다. 다만 철강업계의 실적 약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2분기에도 이미 실적 부진을 겪은 상황이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분기 매출 15조4,420억원, 영업이익 3,39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17.3%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현대제철도 매출액 5조9,478억원, 영업이익 5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83.3% 급감했다. 2분기 역시 포스코는 매출액 9조2,770억원, 영업이익 4,18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9.9%, 50.3% 감소했고, 현대제철은 매출액 4조8,518억원, 영업이익 4,457억원으로 17.2%, 89.3% 감소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기본 전략으로 ‘철강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표방하고 나섰다. 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을 만한 내실을 다지겠단 것이다. 우선 포스코는 연간 1조원 이상의 원가 절감을 실현할 방침이다. 포스코의 장점인 세계 최고의 생산성 및 수익성을 더욱 키우겠단 취지에서다. 포스코는 원가 절감을 크게 세 가지 방면에서 진행한다. 먼저 가공비를 극단적으로 절감할 계획이다. 설비 최초 동입 당시 성능을 구현하고 AI와 로봇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제조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비를 낮추기 위해 현재 국내에서 고가로 구매 중인 원료를 저비용 국가로 전환하겠다고도 밝혔다.
관련 기업 지분 투자를 통해 구매 안정성과 경제성도 확보한다. 포항과 광양 양대 제철소 설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노후화된 설비를 신예화할 계획도 세웠다. 아울러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올해 투자예산으로 10조8,000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투자 실적(8조6,000억원)보다 25.6% 늘어난 수준이다. 최근 몇 년간 활발한 투자가 진행된 이차전지 소재사업의 경우 전반적 사업 방향을 유지하되 기존 설비를 강건화하는 형태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다. 기타 인프라 사업 또한 각 계열사가 보유한 강점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경쟁력이 부족한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병행하도록 했다.
현대제철은 선제적 투자를 통한 맞춤형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수익성 개선에 역점을 두겠단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2조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6,500억~7,000억원가량 확대된 수준이며,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 투자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대제철이 추진하는 수익성 강화 계획의 핵심은 올해 3분기 완공될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스틸 서비스 센터(SSC)다. SSC는 현대자동차 현지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에 맞춰 지어진 것으로, 현대제철은 SSC를 거점 삼아 현대차 외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도 전기차 전용 강판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외 ▲열처리 설비 증설 ▲탄소중립 관련 국내 설비 고도화 등을 위한 투자도 단행한다. 이를 통해 경량화 추세 대응을 위한 3세대 강판과 전기차 감속기용 기어 등 고부가가치 강재 개발을 본격화하겠단 게 현대제철의 구상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항목별 투자 규모가 구체화된 건 아니지만 전체적인 규모에서의 재원은 검토된 상황”이라며 “미국 자동차센터 투자와 탄소중립 관련 투자 등이 본격화하면 하반기엔 현재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선 회의적 의견, “결국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것”
다만 시장 일각에선 이 같은 노력에도 국내 철강업계의 부진은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실질적인 실적 개선은 어렵다는 시선에서다. 실제 철강산업은 중국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주요 철강 기업이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수출 물량이 급증하자 글로벌 철강 가격이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시장의 열연코일 가격은 중국 수출 증가로 인해 2021년 톤당 약 700~900달러(약96만~124만원)에서 2022년 중반 톤당 약 510~520달러(약 70만~72만원)로 급락했다. 이에 반해 중국의 관련 제품 수출량은 지난해 기준 40% 이상 증가한 상태다. 글로벌 가격 하락이 앞으로도 더욱 심화할 수 있단 의미다.
중국의 자체적인 철강 생산 능력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수출은 지난해 35% 늘어난 데 이어 올해에도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1월~6월 중국 철강 업체들의 철강 수출량은 5,340만 톤으로, 이미 지난해 동기 대비 24% 증가한 상태다. 시장에서 국내 철강업계의 부진이 거듭 점쳐지는 이유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중국 경기 부진도 문제다. 경기가 악화하는 만큼 철강 수요가 크게 나타나는 부동산 사업이 줄어서다. 실제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최근 제품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올해 2분기 785만8,000톤의 철강재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7.4% 줄어든 판매량을 보였다. 현대제철 역시 같은 기간 439만4,000톤을 판매해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량이 10.3% 감소했다.
수요 부진에 따라 공장 가동률도 덩달아 떨어졌다. 포스코의 2분기 공장 가동률은 79.1%로 전년 동기 87.3%에서 8.2%p 하락했다. 현대제철은 실적 발표를 통해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건설 업황 둔화로 전기로 가동률을 낮춰놓은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저가 중국산 수입재 유입으로 제품 가격이 크게 올라가지 못했다”며 “경기 침체로 소비 여건 개선도 제한적인 상태”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