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 추락에 TIPS 지원금 중단 사태 ‘겹악재’, 벤처 업계 밸류에이션 재조정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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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오 주가 하락 추세, 독과점 논란으로 규제 강화 위기까지
벤처 투자 감소에 흔들리는 유니콘들, 스타트업 폐업률도 늘어
벤처 업계 부진에 '정상화 수순' 의견도, "고평가 해소 가능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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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의 성장세가 꺾이고 주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들의 적자가 심화하는 등 국내 플랫폼 생태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하반기에도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벤처 지원금 중단을 선언한 탓이다. 다만 일각에선 벤처 업계의 부진을 두고 ‘시장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그간 벤처기업이 지나치게 고평가되고 있었단 시선에서다.

내수 시장 점유율도 밀린다, 가속하는 네카오의 추락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의 이날 종가 기준 주가는 석 달 전보다 23.5%, 네이버는 18.6% 하락했다. 창업자 구속, 라인야후 사태 등 대내외적 이슈가 이들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점유율도 떨어지는 모양새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2년 전 60.4%에서 지난달 55.9%로 하락했다. 카카오톡 역시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이용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경쟁력 하락이 가시화했다.

내수 플랫폼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다 보니 글로벌 AI 전쟁에서도 밀리는 추세다. 실제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인 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산업에 역량을 집중할 때 네이버는 반쪽짜리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는 데 그쳤고, 카카오의 경우 제대로 된 AI를 선보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독과점 논란까지 겹치면서 네카오의 성장력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규제가 강화되면 네카오의 문어발 확장 경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간 네카오는 문어발식 확장 경영을 통해 계열사를 급격히 늘려왔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 2014년 36개에 불과했지만 2023년 211개(상장사 10개·비상장 201개)로 급증했다. 국내 대표 메신저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기반으로 커머스, 모빌리티, 금융, 게임, 엔터, 헬스케어, 스토리IP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결과다. 네이버 역시 사업 영역을 광고, 커머스 등으로 확대하며 지난해 상반기 50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가지게 됐다.

기술 탈취 의혹도 악재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화물운송 중개플랫폼 화물맨 인수를 검토했다가 철회한 바 있는데, 이때 운임 자동 정산 및 맞춤형 정보 제공 등에 대한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카카오그룹 내 스포츠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VX도 골프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경쟁사 스마트스코어의 아이디어 도용 논란과 기술 탈취 분쟁에 휘말렸다. 네카오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벤처 생태계가 악영향을 받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카오를 겨냥한 플랫폼 독과점 규제를 설정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안건 논의에 돌입했다. 사전규제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의 법제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온플법은 네카오처럼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와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법으로, 공정위는 여기에 더해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합병해 경쟁을 제한하는 킬러 합병을 막는 방안까지 법제화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을 통한 자회사 상장 등을 외형 성장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했던 네카오의 행태를 바로 잡겠단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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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투자 감소, 정부도 팁스 지원금 지급 중단

문제는 네카오의 위기가 국내 플랫폼 생태계를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단 점이다. 그간 국내 플랫폼 생태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유망 플랫폼에 투자하고 인수하면서 선순환을 이뤄왔다. 그러나 최근 네카오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투자 건수도 급격히 줄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네이버의 투자 조직 D2SF의 투자는 2건뿐이었으며, 카카오벤처스 역시 투자가 12건에 불과했다. 국내 벤처 투자 중 플랫폼 비중도 2021년 3분기 55.7%에서 지난해 4분기 8.9%로 급락했다.

이렇다 보니 유니콘급 플랫폼들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컬리, 직방, 오늘의집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연간 기준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들 기업의 구주를 거래할 때도 기존 시장에 알려진 기업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지분이 오가고 있다. 덩치에서 밀리는 중소 플랫폼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과거 유망 기업으로 평가돼 투자받은 이력이 있는 플랫폼 기업 중 올 상반기 폐업한 스타트업은 38곳에 달한다. 제조(9곳), 게임(3곳) 등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 전망도 비관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하반기 팁스(TIPS)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밝혀서다. 팁스는 중기부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초기 벤처 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금 공급처로 활용된다. 팁스 지원금의 유무가 벤처 기업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지표가 된단 의미다. 중기부는 올해 배정됐던 미지급 예산을 2025년 지급하겠단 입장이지만, 아직 관련 예상이 편성되지 않은 데다 지원금을 운용하는 기관조차 향후 방향을 알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불안감을 표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결국 벤처 업계 입장에선 투자자 역할을 하던 네카오의 부재와 팁스 중단 사태가 ‘엎친 데 덮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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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꺾인 벤처 업계, 시장선 “예견된 결과”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선 벤처 업계의 추락은 예견된 결과였단 의견도 나온다. 벤처기업의 상당수가 고평가된 탓에 네카오나 팁스 사태가 없었어도 중·장기적인 하락세는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들은 벤처 업계의 실적이 악화 일로를 걸을 때마다 펀드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단 점은 벤처기업의 고평가 상황을 방증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결성한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해는 경제위기가 발생한 2002년과 2008년이었다. 이 시기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각각 8.5%, 5.8%에 달했다. 2002년엔 닷컴 버블 붕괴가, 2008년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반면 벤처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에 조성된 펀드의 IRR은 -2.1%였다. 2001년 역시 IRR이 1.5%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다”며 “그 덕에 호황기에 치솟았던 유망 스타트업들의 몸값(밸류에이션)이 조정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벤처 업계의 밸류에이션이 투자 혹한기에 접어들어야 적정 가격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높게 책정돼 있다는 의미다. 업계 일각에서 벤처의 하락세를 두고 ‘과잉 투자 해소의 결과’, ‘시장의 정상화’ 등 언급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