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쇼크’ 파운드리 업계, 수조원 적자 삼성전자도 구조조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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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해외 지사 감원에 이어 국내 사업부도 구조조정
파운드리 사업부도 2조원대 적자에 TSMC와 격차 벌어져
IDM 부진 속 인텔 파운드리 분사 결정에 삼성도 대책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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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의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다. 2022년 세계 최초3나노미터(nm) 공정에서 양산을 시작하며 업계 1위와의 격차를 줄이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대형 고객사가 전무한 데다 지난해 2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마저 수조원의 적자로 인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만큼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에 칼날을 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부진한 국내 사업부 구조조정 돌입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 등 부진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직원은 약 15%, 행정 직원은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 삼성전자 측은 자연스러운 인력 감축으로 구체적인 감원 정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감축 인원이 1,000여 명에 이르는 인도를 비롯해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연말까지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 디바이스경험(DX)부문 생활가전(DA) 사업부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일부 저가 라인업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당장 모델을 단종하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점차 중저가 모델을 줄이고 프리미엄 라인 위주의 제품 판매를 통한 수익성 확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사업부도 글로벌 통신 시장의 침체로 적자가 심화하면서 소속 인력 중 700명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는 등 강도 높은 긴축 경영에 나선 상태다.

파운드리 사업부도 대상에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최근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수조원의 적자를 쌓이고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는 의견이 나온다. TSMC를 추격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만, 메모리 사업마저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상황에서 파운드리까지 투자를 확대할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당장 고객사도 없어 무리하게 공장을 늘리거나 인력을 확충한다고 해서 실적이 개선되기도 어려워 당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등 성장성 있는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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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노스 갤럭시 탑재도 무산, 적자 악화 전망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TSMC를 제치고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를 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지만, 5나노 공정부터 조금씩 격차가 벌어지더니 4나노와 3나노에서는 수율을 올리지 못하면서 TSMC에 대거 고객사를 뺏기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 지난 2분기 TSMC의 점유율은 62.3%로 직전 분기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11.5%로 떨어지며 TSMC와의 격차가 50.8%포인트나 벌어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도 문제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하는 차기 플래그십 스마스폰 ‘갤럭시S25’에 자사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2500’을 탑재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를 개발한 파운드리 사업부의 하반기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시장은 올해 엑시노스 2500 양산이 불발됨에 따라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가 2조4,000억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엑시노스는 갤럭시S6부터 S10까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주요 모델에서 핵심 칩 역할을 맡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앞선 S24 시리즈에서도 국내 발매 모델 일부에 한정해 엑시노스2400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차기작부터는 엑시노스가 다시 주력 칩으로 부상하며 파운드리 사업부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이 기술력과 가성비를 앞세워 삼성전자를 강하게 압박하는 만큼 자사칩을 무조건 앞세우기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은 엑시노스의 성능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점을 주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증권가에 따르면 MX(모바일경험) 사업부가 차기 플래그십 모델에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않기로 한 데는 전력 소모, 발열 등 기능 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2500은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GAA(Gate-All-Arouond) 기반의 3나노 공정을 통해 처음 양산하는 모바일용 AP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지만, MX사업부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기술력에 대해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모리 사업 주력하며 파운드리 재정비 나설 듯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승자독식’ 구조가 점차 굳어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만 28억 달러(약 3조8,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직원의 15% 감원, 공장 건설 프로젝트 중단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했다. 적자의 근원이 된 파운드리 사업부는 분사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때 매각설까지 제기됐지만,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재정비하는 모양새다.

인텔의 몰락을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 자체의 위기를 넘어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위기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IDM은 반도체의 설계, 테스트, 제조, 후공정 등 모든 생산 공정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거대 기업으로 인텔은 IDM의 원조로 평가받는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3개 사업부를 거느린 삼성전자도 인텔과 함께 대표적인 IDM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거대한 기업구조와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가 현재의 반도체 시장에 한계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반도체 산업은 빠르게 진화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TSMC가 독주하기 시작했고 모바일, PC, 서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팹리스들이 성장하면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각자의 전문 영역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IDM이 각 분야에 걸쳐 늘어나는 경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동안 AMD, 엔비디아 등은 제조시설 없이 혁신적인 칩 설계에만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결국 인텔이 파운드리 분사를 결정한 것도 IDM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뒤흔든 ‘인텔 쇼크’에 삼성전자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당장은 고객사가 전무한 파운드리 사업보다는 메모리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평택 사업장의 신규 팹인 4공장(P4)을 완전 메모리 전용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당초 P4에 메모리 라인인 PH1을 건설한 다음 PH2(파운드리), PH3(메모리), PH4(파운드리)를 순차적으로 지을 계획이었지만, 이를 모두 메모리 라인으로 바꿀 전망이다. 4나노와 2나노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었던 미국 테일러 공장도 고객사 확보가 된 이후 인력을 보내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