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가격 하락 직격탄 ‘어닝 쇼크’, 예상치보다 15% 낮아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공시
매출·영업이익, 시장 전망치 밑돌아
전영현 부회장 “실적 부진 송구”
삼성전자가 3분기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어닝 쇼크’를 냈다. D램 수요 부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부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실적 악화 등 반도체 사업에서의 복합적인 어려움에 따른 결과다.
3분기 영업익, 전망치 하회한 9.1조
8일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9조원, 9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7.21%, 274.49% 증가했다. 특히 매출은 분기 사상 최대였던 2022년 1분기(77조7,800억원)의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다만 이는 시장의 예상을 하회한 성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매출 80조9,003억원, 영업이익 10조7,717억원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에서 5조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 영향으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6조5,670억원)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이번 3분기에 포함된 일회성 비용을 고려하면 최악은 아니라는 평가다.
DS 부문 경쟁력 점차 하락
전문가들은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 규모 축소, 5세대 HBM인 HBM3E의 물량개선 효과 부족, 일회성 비용 발생 등을 DS 부문의 실적 축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통상 업계에서 일회성 비용은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 항목으로, 이번 3분기에는 내년 초 지급할 ‘초과이익성과급'(OPI)의 비용이 책정됐을 것으로 알려졌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안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고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 DS 부문은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를 11조5,000억원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경우 OPI 비율을 0∼3%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알린 바 있다. 이미 1∼3분기에 목표 영업이익을 3조원 이상 앞선 데다, 4분기 영업이익까지 포함하면 OPI 비율은 2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초 OPI를 지급하기 위해 이번 3분기에 일회성 비용이 1조∼1조5,000억원 수준으로 발생했을 것”이라며 “올해 초 예상했던 목표 영업이익보다 실적이 잘 나온 편이어서 OPI 비율은 20% 내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4분기부터는 DS 부문의 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대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향후 실적 개선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HBM3E의 엔비디아 퀄(품질)테스트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의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일부 고객사를 중심으로 HBM3E 8단을 3분기에 양산해 공급하고 12단 제품도 연내 공급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지만, HBM3E 8단의 경우 ‘큰손’ 엔비디아가 아닌 일부 고객들에게만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HBM3E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의 ‘D램 1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전체 D램 매출은 전 분기(80억5,000만 달러) 대비 22% 증가한 98억2,000만 달러로 1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 2위인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1분기 12.8%포인트에서 2분기 8.4%포인트로 줄었다.
여기에 D램 가격까지 하락하며 부담을 가중하는 모습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의 9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17.07% 하락했다. 메모리카드 및 USB용 낸드플래시 가격도 11.44% 하락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가격 하락은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수익성도 확보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도체 수장 초유의 사과문
삼성전자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인 쇄신과 혁신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이날 잠정 실적 발표 직후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다”고 실적 부진에 대해 사과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실적 발표 후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5월 반도체 사업 반전을 위한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했다.
전 부회장은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며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면서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또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 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 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면서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