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줄 섰다” eSSD 호황 힘입어 질주하는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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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D의 시대는 지났다" AI 열풍 속 각광받는 eSSD
SK하이닉스, eSSD·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호황에 호실적
'eSSD 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의 경쟁 본격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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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최대 1조원 규모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공급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eSSD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탄탄한 eSSD 제조 경쟁력을 갖춘 SK하이닉스의 수혜 규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차후 글로벌 eSSD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패권 경쟁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급성장하는 eSSD 시장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자체 인공지능(AI) 서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SK하이닉스에 최대 1조원 규모의 대규모 eSSD 장기 공급을 요청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등에 적용하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목표로 ‘도조(Dojo)’라고 불리는 AI 서버(슈퍼컴퓨터)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

테슬라가 주문한 eSSD는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대용량 저장장치로, AI 서비스 고도화에 필수적인 데이터 저장 부품으로 꼽힌다. 자기장 디스크를 활용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비 크기가 작고 전력 소모량이 적으며, 처리 속도도 빠르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에 따르면 eSSD를 사용하면 HDD를 쓸 때보다 전력 비용을 5년간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총비용은 46% 감축할 수 있다. 최근 테슬라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들이 줄줄이 eSSD 주문을 쏟아내는 이유다.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37억5,795만 달러(약 5조원) 수준이던 글로벌 eSSD 매출은 3분기 68억8,608만 달러(약 9조5,000억원)까지 성장했다. 트렌드포스는 2027년 eSSD 시장 규모가 300억 달러(약 41조4,600억원) 수준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시장조사 업체 테크인사이츠는 eSSD 호황에 따라 SSD의 기반이 되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매출이 내년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약 138조2,500억원)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실적 ‘청신호’

SK하이닉스와 SSD 전문 자회사 솔리다임은 글로벌 대용량 eSSD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기본 저장 단위인 ‘셀’에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플래시 기술을 필두로 업계 최대 용량인 60테라바이트(TB) eSSD를 최초 개발, 다수의 빅테크사에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탄탄한 eSSD 부문 경쟁력은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은 17조5,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9%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는 대체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실적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매출 18조370억원, 영업이익 6조7,628억원이었다. 매출은 컨센서스를 소폭 밑돌았으나,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3분기 호실적과 관련해 SK하이닉스 측은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3분기 HBM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했으며, eSSD 매출의 경우 직전 분기보다 20%, 전년 동기보다 430% 이상 급성장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단가(ASP)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1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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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HBM 경쟁’ 촉발 가능성

eSSD를 필두로 낸드플래시 시장이 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내 낸드플래시 제조 업체들의 점유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eSSD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패권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2분기 글로벌 eSSD 시장 매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3.2%로 1위,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가 31.8%로 2위였다. 매출액 규모는 삼성전자가 24억8,000만 달러(약 3조3,133억원), SK하이닉스가 18억2,400만 달러(약 2조4,370억원) 수준이었다.

실제 이들 업체는 eSSD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달 6~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연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 2024’에서 오는 11월 중 업계 최고 용량 eSSD인 128TB 모델 ‘BM1743’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BM1743은 7세대 QLC 낸드플래시를 활용해 제조된다. 삼성전자 128TB eSSD의 연속 읽기·쓰기 속도는 각각 초당 7.5GB, 3GB로, 전 세대 제품 대비 두 배가량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24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낸드 시장에서 뚜렷한 수요 회복세를 보이는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와 같은 고수익 제품을 강화하고, 초고용량 eSSD 라인업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더 고도화할 예정”이라며 낸드플래시 부문 미래 성장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128TB eSSD 제품이 내년 1분기 출시될 것이라 밝힌 상태지만,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출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