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가 발목 잡네” 배달 앱 상생협의회, 9차 회의에서도 합의안 도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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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만 9번째" 헛도는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회
중개 수수료율 부분에서 입장 차이 두드러져
입점업체도 소비자도 등 돌린다, 신속한 상황 정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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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가 9차 회의에서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양측은 △최혜 대우 금지 △배달 기사 위치 공유 △영수증 내 수수료 비용 표시 등 부수적인 안건에서의 합의에는 성공했지만, 핵심 쟁점인 중개 수수료율 인하 부분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수료율 관련 견해차 여전

31일 업계에 따르면 상생협의체는 전날 열린 9차 회의에서 상생안 내용을 합의하지 못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10월 내로 상생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불구, 결국 마라톤 회의 끝에 또다시 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생협의체는 오는 11월 4일 10차 회의를 진행하게 됐다.

9차 회의에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상생안의 핵심 쟁점인 ‘중개 수수료율 인하’였다. 배달 시장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은 매출에 따라 최저 2%에서 최대 9.8%의 차등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고, 쿠팡이츠는 수수료율을 일괄 5%로 인하하는 대신 입점업체가 배달 기사 지급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안을 내놨다. 이 같은 배달 플랫폼들의 제안은 ‘수수료율 5% 상한제’라는 통합안을 제시한 입점업체 측 동의를 얻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9차 회의의 실패가 사실상 예견돼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입점업체 측이 수수료 통합안을 내놨다고 해도, 배달 플랫폼들의 의견이 통합되지 않는 이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번 9차 회의에서도 상생안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 안건에서는 합의점 마련

물론 이번 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9차 회의를 통해 상생협의체는 일부 안건에 대한 합의점을 찾았다. 우선 앞으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은 입점업체에 원칙적으로 부당한 최혜 대우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최혜 대우 요구는 배달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메뉴 가격, 중개 수수료율 등의 조건을 경쟁 플랫폼과 같거나 유리하게 맞춰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의 최혜 대우 요구는 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부당한’ 최혜 대우의 범위 등은 차후 상생협의체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음식값이나 배달비, 최소 배달비 등 문제가 되고 있는 ‘최대 대우 요구 항목’이 다양한 상황”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부당한 요구고, 어떤 것을 중단할지 면밀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배달 플랫폼 측은 식당에 배달 기사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소비자의 주소 노출 우려 등을 고려해 배달 기사가 주문을 수락한 후 음식을 픽업하는 구간까지로 정보 공유 범위를 한정하고, 배달 기사의 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양측은 배달 플랫폼 측이 소비자에게 발급하는 영수증에 식당이 부담하는 배달 관련 비용을 표기하는 안에도 합의했다. 소비자가 식당들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배달앱 등에 지불하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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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시장 무너진다” 우려 제기도

이처럼 상생협의체는 수수료율 인하를 제외한 부수적인 안건에서만 겨우 합의를 이뤄가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들의 논의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배달 앱 시장의 갈등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상생협의체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는 것은 입점업체의 이윤, 각각의 배달플랫폼들 사이의 경쟁 관계 등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이해관계자가 아닌 정부가 논의에 개입하거나, 배달앱 중개수수료율 상한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 신속하게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도 정부 주도로 신속한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배달 앱 시장 전반이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수수료 부담을 이기지 못한 업주들이 줄줄이 배달 앱 시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 사장님’ 앱의 일간 사용자 수(DAU)는 평균 15만8,8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6만2,700명) 대비 2.4%, 전년 동월(17만8,200명) 대비 10.9% 감소한 수준이다. ‘배민 사장님’은 배달의민족 주문 접수를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점주 전용 앱이다.

배달 앱 시장을 둘러싼 소비자 여론 역시 악화하고 있다. 입점업체들이 ‘이중가격제(매장 또는 자사 앱 구매 시와 배달 앱 주문 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 등으로 수수료 인상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급증한 결과다. 현재 △롯데리아 △노브랜드버거 △한솥 △맥도날드 △버거킹 △KFC △파파이스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 다수의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이중가격제를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