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판매·발암 물질 검출에도 끄떡없는 C커머스, 이용 건수 날로 증가
알리익스프레스, 판매자 관리는 뒷전
사기성 상품·짝퉁 판매 여전히 횡행
유통 산업 전반, C커머스에 주도권 내줄 수도
알리익스프레스가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정작 플랫폼 관리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에서 사기성 상품이 팔리는가 하면 해당 판매자가 버젓이 다른 상품을 계속 판매하는 등 사실상 판매자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사기 판매자, 판매 행위 지속
31일 e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에 판매자 등록 후 이달 성인용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판매한 중국 소재 판매자 A판매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A판매자는 ‘성인용 접이식 전기 자전거, 450w 피크 모터, 60km, 멕시코 배송, 14인치’라는 상품 설명과 함께 실물 사진을 올려놨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23만1,200원’이라는 가격이었다. 이에 일부 국내 소비자들은 득템 기회라고 여겨 전기자전거를 주문했지만 실제 배송받은 물건은 전기자전거가 아닌 손바닥 만한 크기의 오토바이 장난감이었다.
상품 후기에는 ‘사기’라며 환불 요청이 쏟아졌다. 알리에서 전기자전거 주문 후 지난 29일 플라스틱 장난감 오토바이를 받았다는 소비자는 “별 하나도 아깝다”며 절대 구매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황당한 경험을 한 다른 소비자들도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완전 사기꾼이다”, “사기인데 관세까지 뜯겼다” 불만을 토해냈다.
문제는 A판매자가 현재도 판매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 측은 오픈마켓 특성상 모든 판매자를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알리 홍보 관계자는 “(상품 정보가 상이한 사례는) 굉장히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자의 이력이나 상품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검토해 최종적으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건으로 분류되면 스토어 폐쇄, 셀러(판매자) 퇴출 등의 조치를 바로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이 같은 사기성 판매 행위가 지속되면 플랫폼에 대한 신뢰 추락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내 플랫폼의 경우 판매자 퇴출 등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는 데 반해 알리에서는 눈에 띄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품·발암물질 논란도
사기성 판매뿐 아니라 짝퉁 판매에 대한 관리도 미비한 모습이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부터 6월 14일까지 적발된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은 4만9,487점에 달했다. 중국에서 인천항으로 들어온 해상 특송 화물을 대상으로 적발한 결과다. 이번 단속에 적발된 짝퉁 제품의 수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30% 증가한 수준으로, 대부분이 알리 등 C커머스 서비스를 통해 국내에 반입됐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상품도 수두룩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알리에서 판매 중인 생활밀접제품 31개를 조사한 결과 8개 어린이 제품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나왔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은 어린이용 물놀이튜브, 보행기, 목재 자석낚시 장난감, 치발기(사탕모양), 치발기(바나나모양), 캐릭터연필, 지우개연필, 어린이용 가죽가방 등 총 8개 품목이었다.
특히 어린이용 가죽가방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7종 중 4종(DEHP, DBP, DINP, DIBP)이 검출됐는데, 검출된 가소제 총합은 기준치의 56배에 달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불임 유발 등 생식 독성이 있으며 그중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발암가능물질(2B등급)이다. 또 인천본부세관이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귀걸이, 반지 등의 제품 성분을 분석한 결과 404개 제품 중 96개(24%)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보다 최대 700배에 달하는 카드뮴과 납이 검출되기도 했다.
더욱 거세지는 C커머스 공습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C커머스의 사기·가품 등의 이슈도 한국 시장 잠식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해외직구 건수는 1억2,010만7,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43만4,000건)과 비교해 51.2% 증가했다. 금액은 33억4,200만 달러에서 39억1,700만 달러(약 5조4,000억원)로 17.2% 늘었다. 국가별로는 중국 직구액이 21억3,100만 달러로 54.4%를 차지했고 미국(8억6,000만 달러), 일본(2억6,900만 달러) 등의 순이다.
같은 기간 역직구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건수는 2,930만4,000건에서 3,658만3,000건으로 24.8%, 금액은 14억3,100만 달러에서 17억6,700만 달러(약 2조4,300억원)로 23.5% 늘었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5억9,700만 달러로 전체 33.8%를 차지한 가운데 미국(4억7,000만 달러), 중국(2억6,300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이렇듯 해외에서 ‘한류’ 바람을 타고 역직구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직구와의 격차는 오히려 늘고 있다. 해외직구와 역직구 간 금액 차는 21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19억1,100만 달러)보다 12.5% 증가했다. 특히 중국과 거래에서의 격차가 컸다. 중국발 직구액은 역직구액보다 8배가량 많아 금액 차가 18억6,800만 달러에 달했다. C커머스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한국에 영향력을 키운 결과로 해석된다. 안전성 등의 문제가 대두됐음에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셈이다. 실제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알리·테무의 국내 결제금액은 2조2,938억원으로, 7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결제 추정액(2조3,227억원)에 육박했다.
C커머스 약진의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C커머스는 중국에서 생산된 물품을 직매입해 한국 시장으로 가져오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장기화로 초저가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 심리가 맞물리면서 한국 유통 시장을 매섭게 파고드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