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 둔화에 ‘스타벅스’ 입지 뚝, 저가 카페 ‘루이싱커피’도 실적 악화
中 스타벅스, 매출14%↓·객단가 8%↓
가성비 우선시하는 中 소비자에 맞춰 가격 전쟁 치열
토종 커피 브랜드 루이싱커피도 적자 전환
애플에 이어 스타벅스도 중국 내 실적이 꺾이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에 따라 커피업계의 가격 전쟁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실적 타격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토종 기업 루이싱커피마저 공격적인 가격 인하 끝에 적자로 돌아섰다.
스타벅스, 중국 실적 ‘먹구름’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90억7,000만 달러(12조6,83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매출 예상치인 93억6,000만 달러(약 13조8,430억원)를 하회하는 수치다. 스타벅스의 실적 감소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한 영향이 컸다. 중국에서 동일 매장 매출 감소폭은 14%에 달했고 객단가와 방문객은 각각 8%, 6%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한 스타벅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근 몇 분기 동안 주문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모바일 주문’에 있다. 스타벅스의 목적은 모바일 앱을 통해 다양한 토핑과 시럽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 이 같은 노력은 실제로 젊은 고객들에게 먹혔다. 10대들이 좋아하는 프라푸치노나 차갑고 달짝지근한 리프레셔 음료 등은 스타벅스의 판매 음료 중 3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주문의 음료를 만드느라 바리스타가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매장 대기 시간이 길어진 것이 문제가 됐다. 바쁜 출퇴근 시간에도 매장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고객 불만이 커졌다. 스타벅스도 “더 많은 제품을 출시하고 프로모션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더 많은 고객을 매장에 유입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지갑 닫은 中 소비자들, ‘거지 메뉴’ 유행하기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문제도 스타벅스의 부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미국 커피 브랜드의 평균 커피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51% 더 비싸졌는데, 이는 개인 가처분 소득이 같은 기간 34% 증가한 것에 비춰볼 때 급격한 상승세다. 이는 특히 중국 내 커피 시장이 치열해진 현 상황에서 독으로 작용했다.
중국 커피시장은 지난해부터 가격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고꾸라지고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다. 중국 소비자들이 필수 소비재가 아닌 물품에 대한 지출을 크게 줄이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총구이(窮鬼, 거지·가난뱅이) 메뉴 가이드라인’은 이 같은 중국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성비 좋은 상품을 최고로 여기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식사나 음료 메뉴의 공유도 활발해 지고 있는 추세다. 한 중국 시민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둔화를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며 “소비 패턴도 그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 폐업하는 요식업체 수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에서 폐업한 요식업체는 45만9,000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32.6% 폭증했다. 반면 이 기간 문을 연 요식업체는 73만1,000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4% 감소했다. 또 지난해 중국에서 문을 닫은 요식업체는 136만여 곳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최고치다.
중국 커피업계 1위 ‘루이싱커피’도 적자
현재 스타벅스는 지난해 2분기부터 중국 커피브랜드 루이싱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루이싱커피의 성공 비결로 스타벅스와 다른 방식을 채택한 점을 꼽는다. 루이싱커피는 젊은 고객들이 최근 어떤 음료를 좋아하는지 사전에 파악한 뒤, 정기적으로 새로운 메뉴를 기간 한정 품목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소셜미디어 유행에 민감한 변덕스러운 젊은 고객들이 새로운 메뉴에 보다 열광하게 만들었다. 올해 여름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밀크티 열풍이 불자, 루이싱커피는 자스민차를 판매했는데 이 음료는 출시 첫 달에만 4,400만 잔 이상 팔렸다.
다만 루이싱커피도 실적 악화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소비자들의 얇아진 지갑에 대응한 출혈 경쟁이 심화하면서 적자 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싱커피는 올해 1분기에 7,142만 위안(약 1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1분기에는 5억6,400만 위안(약 1,070억원) 순이익을 냈지만, 올해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더욱이 올해 1분기 매출액이 62억7,800만위안(약 1조1,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5%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팔수록 손해가 커진 셈이다. 루이싱커피의 1분기 월평균 거래 고객이 5,991만 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3.2% 증가했다는 점을 봐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