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품 공급 중단 “美 수출 규제 준수”
TSMC, 中 고객사에 7nm 이하 반도체 출하 중단 통보
"화웨이 AI 가속기 TSMC 제품이 왜" 대중국 제재 허점에 美 압박 강화
화웨이, 中 팹리스 '소프고' 앞세워 제품 공급받은 것으로 추정
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출하 중단을 명령했다. 최근 중국 화웨이의 독자 인공지능(AI) 가속기 어센드 910B에서 TSMC가 제조한 반도체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미국의 관련 제재가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美 상무부, TSMC에 수출 통제 압박
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AI 가속기 및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 수출 제한을 부과하는 내용의 공문을 TSMC에 보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의 ‘정보 제공’ 서한은 복잡한 규정 작성 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정 기업에 빠르게 새로운 허가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앞서 전날 중국 현지 매체도 TSMC가 중국 고객사들에 11일부터 7㎚ 이하 반도체 출하 중단을 통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 상무부는 정보 제공 서한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대만 경제부는 “TSMC는 수출 통제 문제에 대해 정부와 정기적으로 논의해 왔으며 국내외 규정을 준수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TSMC 측은 “수출 통제를 포함해 모든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화웨이 제품에서 TSMC 반도체 발견돼
미국 정부가 TSMC에 수출 통제 압박을 가하는 것은 최근 화웨이의 AI 가속기에서 TSMC가 제조한 부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국가 안보를 위해 화웨이가 미국산 장비로 제작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첨단 반도체 직접 제조는 물론 해외 수입도 불가능한 상태다.
이런 상황 속 화웨이는 2022년 독자 AI 가속기 어센드 910B를 출시했는데, 문제는 해당 제품에 미국의 제재 상황에서는 만들 수 없는 첨단 미세공정 기술이 탑재됐다는 점이다. 이에 캐나다 반도체 조사 회사 테크인사이츠가 최근 어센드 910B에 대한 분해 조사를 진행, 해당 제품에 TSMC가 7㎚ 공정으로 제조한 반도체가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구멍’이 있었던 것이다. 이후 미 상무부는 TSMC가 화웨이용 스마트폰·AI 반도체 제조에 관여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화웨이가 다른 중개 회사를 내세워 TSMC에 접근해 AI 반도체를 확보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화웨이 대리인은 中 소프고?
논란이 불거지자 TSMC는 자체 조사를 통해 어센드 910B에 탑재된 반도체가 중국 샤먼시 소재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소프고(SOPHGO·算能科技)의 주문에 따라 생산한 제품임을 확인했다. 소프고는 화웨이 AI 칩셋에서 발견된 TSMC 7나노 반도체와 같은 제품 수십만 개의 생산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프고는 해당 논란에 자사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는 미국 상무부가 진행하는 TSMC와 화웨이 간의 제휴에 대한 조사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화웨이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상세한 증거를 TSMC에 제출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 상무부와 TSMC는 소프고가 화웨이의 대리인일 가능성이 사실상 크다고 보고 있다.
소프고는 중국 내 10개 이상의 도시를 비롯해 미국과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다. 소프고 설립자인 미크리 잔(Micree Zhan)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기 제조업체 ‘비트메인(Bitmain)’의 공동 설립자로도 알려져 있다. 비트메인은 지난 2021년 대만에 연구센터 두 곳을 불법 운영하며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불법으로 채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대만 검찰은 “비트메인이 지난 3년간 수백 명의 연구·개발 인력들을 유출했다”며 “이 같은 행위는 대만 반도체 산업 발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