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생이 받는 수업 과제의 현실

최근 국내 모 대학교의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SIAI의 MBA AI/BigData에 온 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매번 수업을 따라오느라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너무 자주 이야기한 내용이라 별로 흥미롭지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런 메일을 받으니 서글펐다. 대체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떻게 되려는 것일까?

필자는 오늘 회사 CTO님과 점심을 함께하던 중 회사의 직원을 채용해 교육하고 회사의 방침에 맞도록 ‘영점 조정’을 할 때나, SIAI 학교 교육을 할 때나 필자가 겪는 문제는 비슷하다는 대화를 했다. 한국인은 ‘개념을 이해하고, 그 개념에 맞춰 “서술형” 답안을 작성하는 경험’을 거의 못 해 본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한국인은 하나의 수학, 기술, 문화, 철학 등등의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을 어떤 문제를 풀어내는 데 쓰는 훈련을 학교에서 받지 못한다. 참고로 여기서 서술형은 일종의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에 해당한다.

또한, 이러한 훈련을 받은 적이 없으니 SIAI의 ‘서술형’ 시험에서 절망적인 점수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식을 암기하고 답안지에 옮기는 능력, 누군가의 콘텐츠를 베껴서 붙여넣는 능력은 그럭저럭 갖추고 있는데, 가장 핵심적인 개념의 밑바닥까지 내려오는 이해를 바탕으로 생각의 흐름을 넓히는 작업에서는 다들 고전을 면치 못한다. 심지어는 그런 훈련을 해 주는 교육 기관도 아예 없다. 서울대, 카이스트 등의 명문대라고 상황이 다른 것도 아니다.

필자는 저 위의 학생을 비롯한 SIAI 학생들에게 처음 받는 훈련을 바로 흡수하기는 쉽지 않으니 오래 곱씹는다고 생각하고 길게 보라는 조언을 해 주기도 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붙잡고 있으면 언젠가는 자기 지식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필자도 그랬고, 비슷한 도전에 좌절한 경험이 있는 필자 주변의 수많은 지인도 비슷했다.

그런데 아예 그런 훈련 자체를 받지 못한 학생이 ‘학벌 세탁’을 하겠다고 대학원을 가서 ‘석사’ 학위를 딴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교육 프로그램도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오지 않죠’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져 있으니까, R^2값이 높은 순서대로 점수를 준다는 충격적인 사건도 벌어지는 것이다. 아, 그 전에 저런 채점 규정을 만들어낸 분도 지식이 한참 부족한 공대 출신 교수일 것이다. 과연 필자라면, 아니 정상적인 회사라면 저 대학원의 학위를 인정할까? 연봉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교육에 발을 들이면서 공대의 교육이 심각할 정도로 엉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지적하니 돌아온 건 ‘저 사람은 공대를 싫어한다’라는 오명뿐이었다.

그렇지만 필자가 싫어하는 건 틀린 지식을 떠들면서 학위를 준다고 당당하게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AI 광풍이 불고 난 이후 AI가 공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용하는, 저런 ‘공대 교수’가 많이 등장했을 뿐이다.

필자의 이런 생각을 들은 몇몇 학생은 “이번에 Global MBA라도 들어와서 깨우치는 사람이 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공대의 저런 거짓말이 사기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석사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현실이 참 서글프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반박하려면 수십 쪽의 문서가 필요하다”라는 괴벨스의 문구가 떠오르기도 한다. 과연 한국의 고등교육은 어느 정도이기에 이 정도의 지식에도 석사 교육이 필요한 것인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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