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교육 시스템이 미래인 이유

재미있는 영상을 봤다. 교육 방식이 엉망이라고 비판하는 이야기다.

저 흑형 분은 엉망 진창인 교육을 받았으니 그렇게 생각하는거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는 반박을 하고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저 분은 내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지 않더라. (인종 차별이 아니라, 미국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육받는 공립 학교 교육 수준은 처참하거든.)

우선 동의하는 부분 몇 군데만 찝어보자.

전화기, 자동차는 바뀌었는데, 교실은 안 바뀌었다는 비판인데, 사실 전화기, 자동차도 내재적인 성질은 하나도 안 바뀐거 아닌가?

여전히 멀리 있는 사람에게 내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고, 내 몸을 쓰지 않고 먼 거리를 이동시켜주는 교통수단이라는 측면,

즉, 본질적인 성질은 그대로다.

 

억지로 공감하는 부분을 하나 고르면,

학교는 본질적인 목적인 지식의 전달이라는 측면은 유지하면서, 도구의 기술적인 진화를 만들어 내는데 실패했다고 보인다.

왜? 학교들이 사이버 대학을 안 운영해본게 아니다. 해봤는데, 교육이 엉망진창이 된다.

심지어 방송대도 1학기에 최소 2-3번은 모이도록 만든다. 안 나오면 안 되더라는 경험치가 있으니까.

근데,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교육 시설을 교통편 좋은 곳에 비싼 월세를 주면서 유지할 수가 없다. 반값등록금이니 뭐니 하면서 학비도 비싸게 못 받고, 교수들은 실력도 없으면서, 연구도 손 놓은지 오래됐으면서, 티칭도 엉망진창인 주제에, 여전히 목이 뻣뻣하게 자기는 교수니까 대접을 받아야된다고 온갖 패악질이다. 실력 뛰어난 교수는 모시기 너무 비싸다. (실력있는 교수가 왜 푼돈 받고 출강 나가나?)

돈 없는 학교한테 도대체 뭘 더 바라냐?

말을 바꾸면, 실체가 안 바뀌는 상태에서, 껍데기를 바꾼 사회적 기능이 수 없이 많은데,

교육은 껍데기를 바꿔서 잘 안 돌아갔던 탓에 사이버 교육이 활성화되질 않았다. (적어도 COVID-19 발생 전 까지는)

 

1인 미디어 시대의 도래 – 컨텐츠의 퀄리티는?

그러다 요즘 1인 미디어 시대가 오면서, 저 위의 YouTuber처럼 온갖 종류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Creator들이 생겨났다.

물론, 대부분의 컨텐츠는 (방송하는 분의 외모 덕분에) 영상미만 좋고, 예능 수준에, 그마저도 내용은 매우 부실하다. (왜 보는지 모르겠다 ㅋㅋ)

퀄리티가 엉망인, 도무지 고급 교육에 쓸 퀄리티가 아닌 컨텐츠가 많은데, 영상미가 화려하니 대중들이 빨려들어가는건가?

 

고급 컨텐츠 기반 교육은 정말 만들기 어렵다

저 위의 흑형처럼 최상급 교육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충 누구에게 줏어들은대로 교육이 생각하는 사람을 길러내야한다, 창의적, 혁신적, 비판적,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길러내야한다고 하는데, 개뿔~ 그런 인간은 애당초 별로 없다. 교육을 어떻게하건 그런 뛰어난 인재 1%만, 교육 효과를 본다고 해도 최대 10%정도만이 세상을 바꾸는 스타일의 교육을 흡수할 수 있고, 아예 0.1%의 천재들은 그딴 교육 안 받아도 여러가지 인연을 겪다보면 그렇게들 생각하기 시작하더라. 그리고, 최대 10%라도 구제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인재도 거의 없다. 그냥 박사 학위 받았다고 거들먹거리는 Empty brain들 투성이더라.

당장 우리 SIAI 교육에서 영어 잘 하는거 포기하고, 한국어 쓰는 인재로 한정시켜놓고도 우리 커리큘럼을 내 눈 높이에 맞춰서 가르칠 수 있는 분을 한국 땅에서 찾기가 정말 하늘에 별따기다. 우리 학생들이 게임이론을 자율주행 방어운전에 쓰도록 Multi player game, type players, stochastic environment 이런 주제로 가르치자고 그러면, 한국 땅에 이 주제를 단순히 가르칠 수 있는 지식을 갖춘 사람만도 몇 명 없고, 원하는 종류의 예제를 담아 Data Science 전공에 맞춰 강의 커리큘럼을 만들자고 그러면 강의료를 국내 수준이 아니라 영미권 수준으로 지불한다고 해도 다들 도망간다.

창의적, 혁신적, 비판적, 독립적 같은 그런 입에 발린 사탕 같은 단어의 껍데기를 벗겨보면, 거의 대부분의 교육은 굉장히 저급 품질이다. 심지어 그마저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저급 교육이라 경계선에 있는 학생들마저 수준 이하로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최소한 국내 기준으로 볼 때, 학교라는 공간이 저급 교육과 저급 학생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을 뿐이다.

처음 교사, 교수된 사람들 중 일부는 정말 의욕이 넘쳐서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대부분은 내가 교사라고, 교수라고,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안정된 직장이라고 거들먹거리기만 할 뿐이긴 하지만.) 그런데, 그렇게 노력해서 가르쳐봐야 애들은 안 or 못 따라온다. 국내 초명문대 중 하나인 K대 교수하는 선배가 하는 일 중 1번으로 싫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학장, 총장들 앞에서 아부떠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 강의장 들어가는거란다. 딴짓하고, 자고, 결석하고, 시험은 못 쳐놓고 뻔뻔하게 굴고… 얼마나 기가찰까?

금융시장 관련된 설명을 잘 해준다는 어느 유튜버 영상을 나한테 들어보라고하던 개발자 분의 지식 이해도를 보면서, 그 Creator 본인도 금융 지식 수준이 FRM 수준도 안 되는, Entry 레벨의, 조잡한 수준인데, 그 지식마저도 흡수하는게 아니라 그냥 엔터테인먼트 쇼 구경하는 듯한 레벨로 감상하는게 보이더라. 그게 일반 대중들이 즐기는 컨텐츠의 현실이다. 고급 컨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온라인 컨텐츠 대다수가 그렇게 엔터테인먼트 형태로 사람 끌여놓고 광고 장사로 돈을 벌었었다.

 

에이, 온라인 학위 그거 왜 해?

인정한다. 여태까지 온라인 학위들은 다 구렸다. 나 역시 무시했다. 학생들도 푼 돈을 내고, 교수진도 푼 돈을 받고, 교육 품질은 매우 떨어지고, 그렇다고 어디 물어보면서 같이 공부 할 수 있도록 지원은 안 해 주고, 시험문제는 돈 주고 학위사는 사람들 수준으로 쉽게 낸다. 안 그러면 안 오니까. 학생이 있어야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니까.

학교라는 공간이 저급 교육과 저급 학생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부분이 극대화된 상황, 즉 학위 장사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온라인 학위의 이미지였다.

이번에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 만들면서, 수백, 수천억을 들여 건물을 사서 교육에 쓸 필요없이, 온라인으로 운영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는 생각을 계속 했었다. 저 위의 흑형 래퍼가 가진 불만이, 기술은 발전하는데 여전히 학교는 그대로고, 교육 내용은 쓰레기다는 불만이었잖아. 근데, 나는 강의 퀄리티를 한국 최고, 아니 글로벌 Top School 수준으로 할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을 좀 쉽게 전달하는 방법이 없을까는 생각이, 파비클래스를 운영하던 지난 몇 년 내내 계속 고민거리였다.

온/오프라인이라는 교육 매개체가 온라인 교육의 퀄리티를 쓰레기로 만드는 걸까? 그래서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교육(?)성 컨텐츠들이 그렇게 싸구려 품질인걸까?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컨텐츠의 문제

요즘 느끼기에는, 온라인이 그저 조회수로 광고 장사질이나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런 컨텐츠만 과다 생산, 소비되어서 그렇지, 또 온라인 교육 기관들 목적 자체가 저급 교육을 많은 사람들에게 베푼다는 관점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가격과 품질이 모두 낮은 상태로 공급되어서 그렇지, 정작 온/오프 라인 간의 매체적인 차이는 이제 극복 가능한 시점이 오지 않았나는 생각을 한다.

당장 MSc AI Prep, MSc DS Prep을 완전 온라인으로 가르쳤는데, 우리나라 기준으로 석, 박 졸업생들도 버거운 수준의 강의였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고급 강의였음에도 매체적 한계를 상당히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온라인 수업이어서 시험을 못 쳤다는 말은 안 나왔다. 되려 온라인 보완만 잘하면 더 편의성을 높일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었을 정도다.

심지어 우리 SIAI 학생들은 스터디 그룹도 온라인으로 돌리더라. 2-3시간씩 내용만 알차게 논의하고 딱 끝내는 영상들보고 깜놀했을 정도다. 이정도 난이도 내용을 오프라인 스터디 그룹 없이 공부해서 우리 학교 기준으로 B학점이 나오려면 도대체 얼마나 열심히들 공부하시는건가… 이제 진짜로 Offline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걸 피부로 느끼게 됐다.

 

하이브리드 학위 = 1인 미디어 + 온라인 강의 + 조교

이번에 우리가 대학원 만들면서 확정한 모습은, 교수, TA들에게 별풍선을 비싸게 받는 Creator가 되라는거다. YouTube처럼 조회수, 구독자 숫자로 먹고사는 장사가 아니니까, 허접&조잡&일반대중 타겟 강의할 필요 없다. 원래 고급 지식은 대중 앞에서 떠는거 아니다. 이해할 수 있는 소수에게만 제공되어야하는거다. 노벨상을 받은 논문은 전 인류의 0.001%도 안 읽는다. 이해하는 사람은 그 중에서도 다시 1% 미만이다. 99.9999% 들에게는 설명해줘도 못 알아듣고, 전 인류의 99.99%는 매우매우매우매우 쉽게 설명해줘도 어렵다고 징징댄다.

파비클래스 DS강의에 왔던 모 국립대 경제학과 3학년 출신이 그러더라. 진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게 슬라이드 곳곳에 보이고, 설명도 들으면 알겠는데, 이걸 복습하면서 전체 개념을 이해하려니 너무너무 어렵단다.

우리 교육이 너무 고급이라 이해하기 어렵다고? 어쩌랴. 당신들의 이해를 위해 우리가 학원 수준, 직업 학교 수준, 전문대 수준, 국내 대학 수준으로 폼을 낮출 수는 없다. 그게 필요하신 분들은 국내외에 널려있는 3류 학교, 학원을 찾아가면 된다. 우리는 일단 못 따라올 것 같은 지원자는 시험, 면접으로 거른다. 그래도 당연히 부족할텐데, 매 Term별 시험으로 알아서 떨어져 나가고, 힘겹게라도 살아남으면 조교, 멘토들이 지원을 해 주면 된다. 그래도 이해 못 한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그 교육은 맞지 않다. 별풍선 그만 쏘고 퇴갤해라. 너무 억울하다고? 동영상이 있으니까 듣고, 또 들으면 된다. 천재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지만, 바보는 열을 가르쳐야 하나를 알까말까다. 당신이 천재가 아니라면, 열을 다 알려면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을 쏟아부어야지 뭐. 천재 소리 듣는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공부했더라.

 

차라리 동영상이 더 낫다

온라인의 한계상 아X리카 TV, 트X치, YouTXbe 등등에서 활동하는 Creator들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레벨을 넘는 지식을 오프라인의 효율성과 동급으로 소비시키기 쉽지 않다. 인정한다. 그래도 파비클래스 수강생들의 후기대로, 몇 번 계속 듣다 보니 수업에서 들었던게 복습되면서 이해도가 올라가더라고 하는만큼, 제대로 복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

주중에 퇴근하고 피곤한 몸으로 침대 위에서 뒹굴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모르는건 TA가 있으니 물어보고, 다른 친구들이 묻고 답하는걸 동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 강의 없는 날은 동영상으로 복습하고.

박사 재학 중에 당시 석사생들에게 Best TA of the Year 상을 2번이나 받았던 사람 입장에서 볼 때, 교수가 아무리 엉망으로 가르쳐도, 수업 내용이 좀 많이 도전적이어도, 좋은 연습문제와 적절한 TA 설명이 있으면, 충분히 지식을 습득하고 따라올 수 있다. 물론 탄탄한 기초 실력과 엄청난 노력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Source: 5BestThings.com)

 

꼭 학교에 “가야” 하나? 시대가 바뀌었는데?

COVID-19으로 사실상 국내 모든 학교가 사이버 학교로 전환되어 운영된지도 이제 2년이다.

가장 학생들 간의 유대가 끈끈하기로 소문난, 집단주의가 교내에 널리퍼진 것으로 알려진 국내 초특급 명문 K대학교에서 COVID-19가 종식되면 학교에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 학생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무려 80%가 넘는 학생들이 학교 안 가고 집에서 강의 듣고 싶다고 대답했단다.

학창시절 내내 그 학교와 라이벌 학교 간의 집단주의 만렙의 축제 문화가 너무 부러웠던 1인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 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선배님도 강의 들어가는게 제일 싫었는데, 요즘은 온라인이어서 좀 덜 싫단다ㅋㅋ)

유명무실했던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 지난 1-2년 사이에 빠르게 진화했고, 교수도, 학생도 적응을 마친 상태다.

(물론 시험 문제가 엄청 널럴하게 나오거나, 채점을 엄청 널럴하게 해 주는 학교들이 있다는 소문을 듣긴 했다. 애들이 아예 공부를 안 한다더라…)

 

즉, 시대가 한번 바뀌었다.

단발령이 내려지고도 십수년간 상투를 틀어매고 갓을 쓰고 다닌 지방의 양반과,

한양 신작로에 단발 머리를 기름칠로 깻잎머리 한 신사의 차이만큼은 아니겠지만,

교육 시스템의 근간이 바뀌었다는게 피부로 느껴지는 시대가 왔다.

해외 대학들은 너도나도 온라인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국내에서 이미 해외 대학 온라인 교육 과정 학위를 신청해서 듣고 있는 학생 숫자도 많아졌다.

그간 국내 대학이 Local premium을 누려왔는데, 그런 premium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무슨무슨 미만잡” 이런 이야기 나오는 대학 가느니 그냥 해외대학 온라인 과정 하는게,

최소한 교육 수준만 놓고 봤을 때는 100배는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심지어 SKY, SKP도 하향평준화가 심각한 상황이니까.

SIAI의 “온라인” 대학원 과정에 절반 이상이 SKY, SKP 및 해외 명문대 학부 출신인 이유도,

캠퍼스 라이프, 학교 네트워크 같은 부가적인 요소보다, 온-오프에 상관없이 교육 수준이라는 본질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반증이겠지.

어차피 학교 네트워크는 온-오프 무관하게 교육 퀄리티, 학생 수준만 갖춰지면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하는거 아닌가?

(그런면에서 우리 SIAI는 탈한국 수준의 초명문대로 자리잡기 위한 조건을 다 갖춘 것 같다ㅋㅋ)

 

“편리함”을 무기로 내세운 변화의 물줄기는 언제나 구세대의 저항을 이기고 새시대의 주류가 되었다.

당장은 온라인 대학이 낯설지 모르지만, 내용을 전달하는 동영상 플랫폼 자체의 퀄리티가 나쁠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더 높은 퀄리티의 교육을 지원하는 IT 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다.

(우리도 하나 만들고 있고 hopefully we can be as good as this one)

 

어차피 고급 지식을 잘 가르치는게 대학의 본질 아니었나? 플랫폼이 뭐가 중요함?

우리가 해외에 온라인으로 대학을 설립한 구구절절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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