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소리도 잡는 거미줄, 초소형 마이크로폰 개발의 새 방향

미국 빙엄턴대, 거미의 청각을 모델로 새로운 마이크로폰 개발 방식을 제안
거미는 거미줄을 통해 소리를 듣고 환경을 인식해
거미줄과 같은 공기 흐름 기반 마이크로폰, 압력 기반 마이크로폰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글로벌AI협회 연구소(GIAI R&D)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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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 오타와에서 개최된 미국 음향학회 회의에서, 뉴욕 빙엄턴대학의 기계공학자 론 마일스(Ron Miles)는 거미의 청각 시스템을 본떠 마이크를 제작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거미는 거미줄을 통해 소리를 듣는데, 거미줄은 가늘고 가벼우므로 소리에 의해 발생하는 기압 변화에 반응한다. 그리고 거미는 다리에 있는 감각 기관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다.

따라서 거미줄은 덫의 기능뿐만 아니라, 일종의 외부 고막처럼 작동하여 다양한 범위의 소리를 듣게 해준다. 거미는 소리의 세기와 방향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거미줄의 장력을 조절하여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에 반응할 수 있다.

압력 기반 마이크의 소형화 한계, 잡음 문제 야기

약 150년 전 독일의 의사 헤르만 폰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는 인간의 귀가 소리를 처리하는 과정을 밝혀냈다. 공기 중의 압력파가 고막을 다양한 주파수로 진동시키고, 뇌는 이 진동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소리를 인식한다. 헬름홀츠의 발견 이후 10년도 채 되지 않아 발명가 에밀 베를리너(Emile Berliner)는 고막 대신 팽팽한 금속 다이어프램을 사용하여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마이크를 발명했다.

압력 기반 마이크는 100년 넘게 유용하게 쓰였지만, 오늘날 수많은 기기에 들어가는 마이크는 그 어느 때보다 작고, 민감하며, 선명해야 한다. 하지만 압력 기반 마이크를 휴대전화나 스마트워치에 맞게 초소형화하면 ‘잡음’ 문제가 발생한다. 다이어프램이 작아질수록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분자들에 의해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즉 마이크 자체가 배경 소음에 너무 민감해져 원하는 소리가 묻혀버릴 수 있는 것이다.

마일스 교수는 압력 기반 모델을 고수하는 것이 마이크 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은 것을 만들고 싶다면 작은 동물들이 어떻게 듣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작은 동물들은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적 연구와 개발의 지혜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기나 거미를 포함한 많은 절지동물은 소리의 압력파를 감지하는 기관이 없다. 대신 소리에 의해 생성되는 공기의 흐름을 감지한다. 몸에 있는 특수한 털이 소리에 의해 움직이는 공기 입자의 속도와 방향을 감지하는 것이다. 마일스 연구팀은 2022년에 일부 거미가 거미줄을 통해 소리를 완전히 감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리에 의한 공기 흐름이 거미줄을 진동시키고, 거미는 이 진동을 촉각으로 감지한다.

거미줄 모방 기술, 캔틸레버 빔으로 만드는 초소형 마이크

이 발견 이후, 연구팀은 공기 흐름 기반 감지기가 인간이 사용하는 마이크로 필요한 주파수 범위를 실제로 감지하고 구별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는 거미가 관심을 가지는 주파수뿐만 아니라, 인간이 사용하는 마이크에 필요한 주파수 범위를 모두 포함하는지 실험하기 위함이었다.

빙엄턴 연구팀은 대학교 자연 보호 구역에 서식하는 거미(bridge spider)로부터 실을 채취하고, 레이저 진동계를 사용하여 다양한 소리 주파수에 대한 반응을 기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은 약 20Hz에서 20kHz까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거미줄은 1Hz에서 50kHz까지 모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일스 교수는 “기존의 압력 기반 마이크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이며, 주파수 반응은 기본적으로 완벽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마일스 연구팀은 거미줄의 특성을 모방하여 실리콘 칩을 개발하고 있다. 마일스 교수는 “거미줄을 대체할 캔틸레버 빔을 제작하는데, 이는 작은 다이빙 보드와 유사한 형태이지만 두께는 단 0.5 마이크론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10배 더 작아져도 음질은 동일해

미국 음향학회 저널에 실린 빙엄턴대의 연구에 따르면 공기 흐름을 기반으로 한 초소형 마이크는 압력 기반 마이크와는 달리 소형화될 때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다고 한다. 연구의 주 저자인 음향 공학자 준펑 라이(Junpeng Lai)는 캔틸레버가 충분히 얇다면 크기가 중요하지 않으며, 10배 작게 만들어도 음질이 동일하다고 밝혔다.

물론 거미줄 기술을 활용한 마이크의 상용화는 아직 몇 년 앞으로 남아 있지만, 마일스 교수와 라이 박사후 연구원의 연구는 거미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50년 동안 거미와 거미줄을 연구해 온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진화 생물학자 프리츠 볼라트(Fritz Vollrath)는 이들의 연구 가치를 높이 사며, 거미줄이 재료 과학, 소프트 로봇 공학, 신경 재생, 광학 및 화학 감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왔다고 언급했다.

볼라트 교수는 “이 놀라운 물질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 가치를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거미줄이 얼마나 놀랍고 정교한지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