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통위 개최, 금리 0.5%p 인상 ‘빅스텝’ 단행되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폭에 관한 관심 증가 빅스텝만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세 꺾기 힘들어 38만여 가구, 소득의 40% 이상 주담대 원리금 상환
오는 12일 한국은행(이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개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기준금리 인상 폭에 관한 관심이 다시 한번 집중되고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봤을 때 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단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7월 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으로 여러 상황을 점검한 뒤 0.25%p씩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2일 금통위에선 빅스텝이 다시 한번 단행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빅스텝 단행은 기정사실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연 3.25%이고, 한국 기준금리는 연 2.5%다. 기준금리가 0.75%p 역전된 것이다. 미국의 금통위 격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9월 세 차례나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탓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남은 두 차례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또 총 1.25%p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이 커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물론 물가가 다시 뛸 수 있는 만큼,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건 시장에선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당초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간 “성장과 물가의 전망 경로가 다르지 않다면 당분간 0.25%p씩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 연준(Fed)이 정책금리 전망치를 33.4%에서 4.4%로 대폭 올리면서 이 총재 또한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에 출석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웃도는 높은 상황에선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로,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을 넘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를 막을 방법은 금리 대응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고물가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환율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을 통해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Fed 동향 지켜봐야
다만 빅스텝 단행이 원·달러 환율에 확실한 효과를 보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Fed의 고강도 긴축 행보에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 추세를 빅스텝 만으로 꺾기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빅스텝 단행이 기정사실화되어 있기에 이미 시장에선 금리 인상 가격이 전부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미국의 물가 지표가 관건이다.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은 향후 1,450원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는 게 환시 참가자들의 시선이다. 우선은 Fed가 언제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냐를 먼저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미 간의 금리 격차도 중요하지만, 시장은 금리 격차 보다는 금리 인상 속도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금리 인상 신중론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8%대 주담대 시대 올 수도
경기 둔화나 가계 이자 부담 증가 등도 섣부른 금리 인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으며 집을 팔아도 채 대출을 갚지 못하는 부채 고위험군이 총 38만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빅스텝이 단행될 경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연 8%를 넘어 이들의 빚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는 일곱 차례에 걸쳐 총 2%p 인상됐다. 이로 인해 1년 새 불어난 가계 이자 부담은 총 27조원에 달한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 상단이 지난달 말 7%를 넘어선 가운데, 이젠 8%대 주담대 시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사태 후유증을 회복하기 위해선 금리 인상 폭을 다소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세계 금융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경기 위축에, Fed의 가파른 긴축 시사로 인한 자본 유출, 원화 약세 압력까지 겹친 상황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한은이 취할 수 있는 결정의 폭은 상당히 좁다. 글로벌 긴축 강화 흐름에 홀로 소외될 경우 향후 외환시장 경로를 통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뼈아픈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