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업계, 벤처펀드 결성 난항 겪어 모태펀드 GP 자격 반납하기도
중기부, 벤처투자금 감소세 매 분기 이어지고 있다고 밝혀 펀드 설립 어려워 모태펀드 위탁운용사 포기 사례 속출 이 장관, 모태펀드 자금 비중 줄고, 민간 펀드 형성 비중은 커져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벤처투자액이 감소하고, 벤처캐피탈(VC) 업계도 벤처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 출자자(Liquidity Provider, LP)들이 벤처펀드들의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실적, 자금 회수 실적이 떨어지는 중소형 VC들은 펀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최고치를 찍은 이래 벤처투자금은 매 분기 5~10%가량 감소하고 있고, 특히 지난 3분기에는 2분기 대비 무려 30% 이상 감소했다. 2020년 이래 매 분기 조금씩 성장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4분기에는 분기 당 투자액이 무려 2조3,649억원이었으나, 지난 3분기에는 1조2,52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시장 유동성 축소 중, 중소형 VC들 펀드 결성에 어려움 겪어
VC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 부분의 출자액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등 정책금융 출자자를 앵커 LP로 벤처펀드 결성에 나선 중소형 VC들은 여전히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한 중소형 VC 관계자는 “매칭 LP를 구하지 못해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운용사들이 여전히 많다”며 “올해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VC들만 하더라도 1차 결성 시한인 ‘선정 후 3개월 내’ (펀드 결성을) 마감하지 못하고, 3개월 더 연장하는 VC들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중소형 VC보다는 투자 실적이 안정적이고 자금 회수 실적이 탄탄한 대형 VC 혹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에 집중하는 추세다. 한 벤처투자 관계자도 “그린뉴딜 분야 운용사였던 A사는 결성 시한 내 매칭 LP를 찾지 못해 GP 자격을 반납했고, 비대면 분야 운용사였던 B사는 회사 내부 사정으로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모태펀드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반납하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 6일 한국벤처투자(KVIC)는 모태펀드 10월 수시 출자사업 계획을 공고했다. 모태펀드가 △그린뉴딜 △비대면 분야에 각각 200억원씩 출자해 총 1,167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만드는 사업이다. 매년 초에 나오는 출자사업 계획이 수시로 나온 이유가 올해 1차 출자사업 그린뉴딜과 비대면 분야에서 GP로 선정된 운용사 2곳이 GP 자격을 반납했기 때문이다. GP 자격을 반납하면 연장된 결성 시한일 및 선정이 취소된 날로부터 1년간 출자사업 참여가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펀드 설립에 어려움을 겪다 포기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VC 업계는 내년 벤처펀드 결성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펀드의 거름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 출자가 크게 감소한데다, 글로벌 긴축과 지정학적 리스크 강화로 투자심리마저 악화하면서 대형 VC로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중기부에 따르면 1~3분기 벤처펀드 정책금융 출자액은 1조5,6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결성 벤처펀드 개수도 268개(2021년 1~3분기)에서 278개로 10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중기부 관계자는 “성장금융은 2.1% 늘어나기는 했지만, 정책금융 출자는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이라며 “벤처펀드 결성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가 축소됐을 때 정책자금 지원 방향에 대한 정책 필요
지난 24일 이영 중기부 장관은 모태펀드 예산삭감 논란과 관련해, “지금은 돈이 많아도 투자가 경색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가 축소됐을 때 정책자금을 어떻게 지원할지로 정책을 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중기부 종합감사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태펀드 예산삭감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김 의원은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초토화되고 시장 불안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며 모태펀드 예산 관련 우려를 전달했다. 이 장관은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벤처펀드 조성액이나 투자집행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지금까지 투자 열기 부분은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벤처펀드 중 모태펀드 자금의 비중은 과거 73%에서 지난해 43%까지 줄었다”며 “민간의 펀드 형성 비중은 커지고 있고 도전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모태펀드 출자예산으로 3,135억원을 편성했다. 중기부는 모태펀드 출자액으로 본예산 기준 2020년에는 1조원, 2021년 8,000억원, 2022년 5,200억원을 편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