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 기술특례상장 통해 2024년 코스닥 입성

자체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 기술 적용한 소형위성 발사체 시험 발사 앞둬 고체 연료 통해 안전성 잡고 부품 가격 낮춰 ‘소형 위성’ 트렌드 편승 성장 여지 큰 소규모 위성 시장, 자체 기술력으로 선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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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노스페이스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14일 공식 발표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오는 2024년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코스닥 상장을 위한 첫 발을 뗐다. 이노스페이스는 현재 시리즈 B 브릿지 투자 라운드를 진행 중이며,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한 투자 목표액은 352억원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올해 5월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시험발사체 ‘한빛-TLV’ 실물을 공개했으며, 12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 센터(Alcântara Space Center)에서 첫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엔 50kg급 운송능력의 ‘한빛-나노’ 발사체 개발을 마치고 2024년부터 상업 발사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울러 2025년부터는 150kg, 500kg급 운송능력의 발사체를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등 비즈니스 성장 모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노스페이스는 발사체 개발 로드맵을 실행하는 한편 안정적인 글로벌 우주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도 본격화하고 있다. 브라질 공군 및 산하기관과의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최근 알칸타라 우주 센터 상업 발사용 사용 계약을 맺고 남미 우주시장 공략을 위한 해외 발사장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럽 노르웨이 안도야 발사센터(Andøya Space Center)와 우주 발사장 이용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를 체결, 저렴하고 신속한 발사를 위한 고객 서비스 인프라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지금까지는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면 앞으로는 기술경쟁력 강화와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해 우주의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스페이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 기술로 위험성 잡았다

2017년 9월 설립된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 기술을 적용한 소형위성 발사체를 개발하고 위성을 우주 궤도로 운송하는 발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우주 스타트업이다. 이노스페이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 기술은 고체 로켓과 액체 로켓의 특장점을 융합한 기술로, 고체 상태의 연료와 액체 상태의 산화제를 이용해 구조가 단순하고 추력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누리호가 사용하는 산화제와 연료는 모두 액체지만, 한빛의의 경우 산화제는 액체로, 연료는 고체로 구성돼있다. 특히 핵심 기술인 고성능 파라핀 소재의 고체 연료는 폭발 위험성이 없어 안전성이 높고 제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더해 부품 가격이 저렴해 소형 위성 발사체에 최적화된 엔진이라는 평이 나온다. 또 하이브리드 로켓은 액체 로켓에 비해 추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노스페이스는 작고 가벼운 전기모터 펌프를 독자 개발해 이를 극복해냈다.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한 ‘한빛’ 시험발사체/사진=이노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는 고체연료를 자체 공장에서 제조할 수 있는 기술력도 보유해 50kg 등 소규모 연료를 만들 수 있는 50리터의 설비, 15톤 엔진에 들어가는 연료를 제조 가능한 1,200리터 규모의 생산·가공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작한 소형위성용 발사체를 12월 중순 브라질에서 시험 발사한다. 알칸타라에서 실시되는 한빛-TLV 발사는 지상 100㎞ 준궤도까지 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브라질 공군 산하 항공과학기술부의 관성항법시스템 ‘SISNAV(시스나브)’를 탑재체로 싣고 시험비행한 후 공해상에 떨어질 예정이다.

이는 2023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2단 로켓 ‘한빛 나노’에 탑재될 엔진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 발사로, 국내 민간 기업이 위성용 발사체 시험 발사를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노스페이스는 시험 발사에 성공할 경우 내후년부터는 돈을 받고 위성을 대신 쏘아 올려주는 ‘위성 발사 사업’을 시작해 수익 창출에 도전한다.

민간우주로켓, 스타트업의 새로운 도전대

그동안 국가적 차원이나 민간의 초대형 투자로만 가능했던 우주항공 분야에 스타트업이 뛰어들 수 있게 된 이유는 위성 발사 트렌드가 ‘대형-장기간’에서 ‘소형-단기간’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이는 오랜 기간 대규모 준비 과정을 거쳐 대형 로켓에 대형위성(1,000kg 이상) 하나를 우주로 보내는 것보다 단기간에 소형위성 여러 개를 군집형으로 발사하는 것이 위성의 기능을 유지함과 동시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사된 위성이 1,500기 수준인 반면 향후 2028년까지 발사될 소형위성(첨두부 무게 500㎏ 이하)은 8,500개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통신·지구관측 등 군집위성을 활용한 소형위성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발사될 위성의 80%는 소형위성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 규모 역시 2020년 3조원에서 2027년에는 5조 6,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20~2027년 누적 시장 규모는 37조원대에 달한다.

사진=이노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를 설립한 김수종 대표는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에서 3년간 박사 후 연구원을 지낸 바 있다. 로켓은 방산 기술인 만큼, 어느 나라든 외국인에게 공동 연구개발을 허락하지 않지만, 당시 테크니온 공대는 유일하게 김 대표의 연구 참여를 허락했다. 이후 김 대표는 이노스페이스 창업 전까지 ㈜한화의 방산 부문에서 미사일 개발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후 소형 위성이 각광받는 위성 발사 트렌드를 읽은 김 대표는 이노스페이스를 설립하고 소형위성 발사체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 프로젝트도 예산 부족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발사체 개발을 2017년 9월 설립된 신생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최초로 하이브리드 로켓 발사체 개발에 나서며 우수한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프로젝트는 2021년부터 투자금 부족으로 인해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쉽지만은 않은 길을 택한 셈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와는 어떻게 다를까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는 화성 여행을 목표로 사상 최대 로켓우주선 ‘스타십’의 완성 후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스타십은 로켓과 우주선이 결합한 발사체로, 총길이 120미터의 역대 가장 큰 발사체 일체형 우주선이다. 높이 50m의 스타십 우주선과 70m의 슈퍼헤비 로켓을 합친 것으로, 1960년대 달 착륙에 사용했던 새턴5 로켓 111m보다 9m 더 길다.

스페이스엑스의 화성 여행 로켓은 중대한 플랫폼의 도전이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들여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대 발사체’가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노스페이스의 도전은 소형 로켓, 간단한 인공위성 발사 정도에 한정돼 있는 데다 애초 기술 개발의 방향성과 그 쓰임새가 다른 만큼, ‘경쟁사’라고 칭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셈이다.

한편 12월 예정된 알칸타라 시험 발사가 성공할 경우 이노스페이스는 미래 비전을 향해 크게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점차 성장하고 있는 소형 로켓 시장에서 이노스페이스가 국내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증명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