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베이비스텝 인상, 금리 압박 확 줄어들 전망
기준금리 3.00→3.25%, 0.25%p↑, 환율 안정 및 미국 속도 조절로 빅스텝은 피해 한미 금리차 0.75%p로 줄었지만, 12월 미국 빅스텝으로 1.25%p로 커질 가능성 높아 향후 금리 전망 불확실성 이어져, 러-우 전쟁 종료가 큰 전환점 될 듯
24일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베이비스텝(Baby step, 0.25% 기준 금리 인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만 해도 6%를 넘었으나, 8월부터 물가 상승폭이 둔화한 데다, 10월 잠정 지표는 5%대 초반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빅스텝(Big step, 0.5% 기준 금리 인상)보다 베이비스텝에 무게를 뒀다.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원자재 및 천연가스 가격으로 근원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는 탓에 미국이 선제적으로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주변국들도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 부담을 피하고 환율 급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베이비스텝으로 0.75% 차이, 내달 미국 빅스텝시 금리차 1% 이상 벌어질수도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올여름부터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경제 충격을 피하고자 빅스텝보다 베이비스텝 위주의 금리 상승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 물가 상승세에 대한 우려와 한-미 금리차 확대에 대한 환율 움직임을 제어하고자 지난달에는 빅스텝을 밟기도 했다. 11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만큼 일각에서는 빅스텝을 예측하기도 했으나, 이 총재는 미국 추격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택한 셈이다.
현재 한-미 간의 금리 차이는 0.75%로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시장 예상대로 빅스텝을 밟을 경우, 양국 간의 금리 차이는 1.25%로 벌어지게 된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꾸준히 원화 금리가 달러화 금리보다 높게 유지하다가, 미국이 연이은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Giant step, 0.75% 인상)을 밟으면서 지난 7월부터 금리 차이가 역전되었다. 환율 압박이 계속되면서 한 때 한국도 자이언트스텝을 밟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으나, 이달 들어 천연가스 가격이 고점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하며 환율도 원-달러 기준 1,4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 초반으로 내려와 한국은행에는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1월 24일 오전 9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28원이다. 10월 말 1,450원대였던 것이 1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아직 물가 상승이 멈춘 것이 아냐, 여전히 불확실성 상존해
미국도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였다는 보도와 ‘속도 조절’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연준이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빅스텝보다 베이비스텝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CPI, Customer Price Index)는 여전히 7.7%에 이른다. 컨센서스였던 8.0%보다 낮은 수치가 나오며 시장의 기대감이 상승한 상황이나, 2021년 이전 연 2~3%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했던 거시경제적 ‘준칙(Rule)’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상황인 만큼 내년 초까지 속도 조절 속에서도 단계적인 인상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연준의 목표치인 2.5% 범위를 크게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1년 5월로 월가에서는 3.6%를 예측했으나 4.2%를 찍었고, 이후 지난 7월에 9.1%로 정점을 찍은 이래 상승폭이 둔화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은 공급 충격, 불확실성 제거되려면 러-우 전쟁 종결되어야
전문가들은 이번 인플레이션 대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가격 폭등을 꼽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행 발발과 함께 천연가스 가격 조절에 나섰고,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근원 물가 상승이 상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가 상승 추이가 완전히 제어되고 금리 인상의 필요가 떨어지는 시점은 현재 러시아 서부 전선의 전쟁이 언제 종료되느냐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에서는 정책 효과가 나오는데 최대 8분기가 걸리는 만큼 올여름 빠르게 인상됐던 금리의 효과가 올겨울에 천천히 나타나는 것을 보고 정책 당국자들이 금리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자율 기간구조(Term Structure)를 연구주제로 잡고 있는 카이스트 기술경영의 최호용 교수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효과가 시장 이자율에 나타나고 난 뒤에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최대 8분기 정도의 시차가 있다는 설명과 함께 이자율 상승이 기업 폐업률과 고용률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봐야 인플레이션 제어 효과가 얼마나 빠르게 나타날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