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백기사’로 나선 스테이지파이브, 모비데이즈와 지분 투자 추진

스테이지파이브, 모비데이즈 컨소시엄 참여해 왓챠 지분 투자 참여 스테이지파이브는 ‘구독 서비스 강화’, 모비데이즈는 ‘OTT 광고 시장 진출’ 목적 통신사-OTT 시너지 꿈꾸며 인수 의사 드러낸 LG유플러스, 이번 투자로 인수 가능성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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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통신계열사인 스테이지파이브가 국내 동영상 서비스(OTT) 왓챠의 지분 투자에 나선다. 27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파이브는 왓챠 지분 투자를 위해 모비데이즈의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컨소시엄 규모는 약 150억~200억원 수준이며, 스테이지파이브와 모비데이즈가 컨소시엄의 주축이 돼 VC를 대상으로 투자 자금을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왓챠의 투자 전 기업가치를 200억원으로 제시하며 인수전에 뛰어든 바 있다. 하지만 왓챠 기존 투자자들은 턱없이 낮아진 몸값에 반발했고, 이후 좀처럼 거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왓챠는 지난해 브릿지 라운드에서 3,300억원대 몸값을 인정받았으며, 올해 초 착수했던 Pre-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서는 기업가치가 5,000억원까지 거론된 바 있다.

스테이지파이브-모비데이즈 컨소시엄은 LG유플러스보다 왓챠의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백기사(white knight)’로 나선 셈이다. 백기사란, 기업 간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진행될 때 현재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우호적인 주주를 의미하는 용어다.

스테이지파이브, 상장 앞두고 구독 서비스 강화 노린다

스테이지파이브는 2015년 설립된 MVNO(통신 재판매 및 알뜰폰 사업자) 기업으로, 2017년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아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됐다. 현재 알뜰폰 사업을 중심으로 키즈폰, MVNO(이동통신재판매)망을 활용한 반려 로봇 등 사물인터넷(IoT)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알뜰폰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대부분의 알뜰폰 요금제는 0원에 수렴하며, 이통3사 통신망을 그대로 활용하는 만큼 통신 품질도 차이가 없다. 이통3사처럼 약정을 걸고 가입하는 일도 거의 없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타 서비스와의 차별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알뜰폰 시장 내 차별화 전략으로 ‘구독 모델’을 채택했다.

카카오 계열사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카카오 공동체 내 다양한 계열사와 제휴가 가능하다. 타 알뜰폰 회사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모바일 기반의 다양한 결합 서비스로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고객은 통신 서비스 가입 시, 스테이지파이브의 비대면 통신 가입 플랫폼 핀다이렉트샵에서 자신의 사용 패턴에 맞는 부가 서비스를 고를 수 있다. 통화연결음을 주기적으로 자동 변경해주는 ‘링투유 오토체인지’, 스마트폰 번호를 두 개 만들 수 있는 ‘투넘버 플러스’, 실시간 방송과 고화질 VOD를 즐길 수 있는 앱 서비스인 ‘올레 TV 모바일 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차후 카카오 외에도 다양한 사업자와 제휴해 구독 가능한 서비스를 늘려갈 방침이다. 이번 왓챠 지분 투자 역시 내년 하반기 코스닥 상장에 앞서 자사의 구독형 통신 플랫폼 ‘Z 시리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테이지파이브의 ‘Z 시리즈’는 단말기와 유심 요금제, 콘텐츠 등을 통합한 구독형 통신 서비스다. 고객은 음악과 웹툰, 영상,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골라 자유롭게 구독 및 해지할 수 있다.

사진=스테이지파이브

OTT 광고 시장 진출 꿈꾸는 모비데이즈

스테이지파이브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리는 모비데이즈는 2014년 설립된 디지털 마케팅 전문기업으로, 온라인 광고 대행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모바일 매체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모바일향 매출 비중이 90% 이상에 달한다. 이밖에도 구글과 카카오, 네이버, 메타(옛 페이스북)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바 있다.

모비데이즈의 광고 사업은 △광고주에게 전반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퍼포먼스 마케팅 △광고주 요구에 맞는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렙 △한국을 포함해 180여 개 국가의 트래픽을 제공하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2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비중은 퍼포먼스 마케팅 68.9%, 미디어렙 19.5%, 마케팅 플랫폼 및 기타가 11.6% 순이다.

모비데이즈는 OTT 광고 시장 진출을 위해 이번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의 광고 요금제 도입으로 내년에는 OTT라는 매체가 (광고 시장에)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광고주들에게 OTT 광고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모비데이즈는 OTT 광고 시장 진출과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신사-OTT 시너지 그리던 유플러스, 상황 변했다

왓챠는 지난 2분기부터 전체 부서 인력 감축에 돌입한 이후 인수합병설에 휩싸인 바 있다. 1,000억원 규모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했지만, 경제 침체로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며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 틈을 타 LG유플러스는 왓챠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SK텔레콤-웨이브와 유사한 통신사-OTT 서비스 간 시너지 창출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현재 부가 서비스 ‘Wavve 앤 데이터’, 웨이브 이용권이 포함된 구독형 서비스 ‘우주패스’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왓챠의 기업가치를 유플러스보다 높게 책정한 이번 컨소시엄 등장으로 상황이 변했다. 왓챠 박태훈 대표는 인수보다 투자 유치를 원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경영권을 지키며 현재 닥친 위기를 헤쳐 나가려고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 VC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달리 모비데이즈와 스테이지파이브가 왓챠 지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최근 박태훈 대표가 매각보단 투자 유치가 우선이라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지분 투자인 컨소시엄 거래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테이지파이브 투자 소식 관련 왓챠 관계자는 “매각·인수·투자 등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라며 “현재 외부에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모비데이즈와 스테이지파이브 관계자도 투자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차후 왓챠의 지분 구조 변화 및 인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왓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