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OTT 총결산-상반기③] 랭킹PICK! 우리를 웃고 울린 이야기와 스타들

2022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의 키워드는 ‘성장’이다. <오징어게임>(2021)에서 시작된 K-콘텐츠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국내 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OTT 오리지널 작품을 포함해 전체 콘텐츠 제작 수가 늘었고, 그만큼 투자 금액도 높아졌다. 그러나 엔데믹 시대의 도래와 함께 비대면 문화를 선도하던 OTT는 성장 침체기에 들어섰고,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세계 시장 진출의 타이밍을 놓친 토종 OTT 플랫폼은 국내 지분 싸움과 더불어 해외 진출 방안을 모색하며 엄청난 투자를 감행했다. 생존을 위한 전략모색은 해외 OTT도 마찬가지다. 업계 1위인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이후 구독자 감소세를 보였고, 호기롭게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와 애플TV+는 그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위기를 맞이한 이들은 요금 인상 및 광고 요금제 도입 등 변화를 시도했다.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올해 정부 부처와 업계, 학회에서는 OTT 관련 포럼, 세미나, 학술 대회 등을 개최하며 국내 시장 안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제 정점에 도달한 OTT 산업의 1년간의 이슈를 살펴보고, 올 한해를 빛낸 작품 BEST3와 배우를 선정해 활약상을 되짚어본다.

랭킹 PICK! 상반기(1~6월) 최고의 콘텐츠 BEST3

◆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오징어 게임> 이후 K-콘텐츠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을 상반기 최고의 작품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탄생한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예측 불가 극한의 상황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좀비 바이러스 발생의 시발점이 된 학교에서 학생들은 탈출구를 찾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벌인다. 작품 공개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이유미 등 신예 배우들을 내세워 누구도 <지우학>의 글로벌 신드롬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공개와 동시에 국내외 넷플릭스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10대 중심 좀비물이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청소년 특유의 불안정한 감정을 극대화해 학원물로서의 매력도 크다는 것. 이는 좀비물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워킹 데드>, <새벽의 황당한 저주> 등과 비교해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주연 배우들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예들이라는 점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평범한 인물들이 한순간 좀비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은 드라마 내내 김장감을 유지할 수 있게 했고, 본격 스타덤에 오르기 전의 배우들인 덕분에 캐릭터의 성격을 가늠하기 쉽지 않았던 점 역시 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좀비 드라마의 장르적 특성을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했다.

<지우학>은 제17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 한류드라마 부문 작품상에 이어 제8회 아시아 태평양 스타 어워즈 남녀신인상을 모두 휩쓸며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고, 2023년 공개를 목표로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 쿠팡플레이 <안나>
정한아 작가의 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탄생한 <안나>는 작품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쿠팡플레이를 메이저 OTT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안나>는 상대적 박탈감으로부터 비롯된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되며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일부를 잃어버린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주인공 ‘유미’ 역은 그룹 미쓰에이 출신 수지가 맡았다.

쿠팡플레이는 2020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하며 2,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웠지만, 신생 OTT인 만큼 오리지널 콘텐츠 부족이 늘 한계로 지적됐다. 지난해 <어느 날>로 본격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 쿠팡플레이는 올 상반기 4,990원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라이브러리 확대를 위해 애썼다. 이런 쿠팡플레이의 노력은 <안나>에서 결실을 맺었다. 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6월 이용자 수는 373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과 비교해 약 60만 명 증가한 수치로, 6월 말 공개된 <안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안나>는 공개 이후 쿠팡플레이 인기작 TOP 20에서 18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작품성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고, 원작 소설 「친밀한 이방인」은 출간 5년 만에 서점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며 역주행을 기록했다.

주연 배우 수지와 함께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정은채, 김준한, 박예영 등 배우들의 열연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주인공 유미의 전 직장 상사이자 배려도 악의도 없는 인물 ‘현주’ 역을 맡은 정은채는 강렬한 존재감으로 극의 긴장감을 더했고, 김준한은 남다른 야망을 품은 ‘지훈’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대세 배우로 거듭났다. 박예영은 주인공이 유일하게 믿고 따르는 선배 ‘지원’ 역을 맡아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작품에 활력을 더했다.

◆ 티빙 <유미의 세포들2>
<술꾼도시여자들>, <서울 체크인>과 더불어 부진에 빠져있던 티빙을 토종 OTT 1위로 이끌었다는 평을 듣는 <유미의 세포들>. 지난해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종영 후 약 7개월 만에 시즌2를 시작했다. 이전 시즌이 tvN과 동시 방송을 했던 것과 달리 시즌2는  OTT 단독 공개라는 초강수로 눈길을 끌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는 국내 최초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을 선보이며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으로 꼽힌다. 기존에 웹툰을 즐기던 팬들을 물론, 웹툰이라는 장르가 생소한 드라마 팬들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유미의 세포들2>는 기존에 <술꾼도시여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티빙 역대 오리지널 콘텐츠 중 누적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 타이틀을 빼앗았고, 4주 연속 부동의 1위를 지키며 플랫폼 내 영향력을 과시했다. OTT 단독 공개라는 과감한 결정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 더불어 해외에는 라쿠텐 비키(Rakuten Viki)를 통해 유럽, 북미,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160여 개국에 공개되며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후 주연을 맡은 김고은은 청룡시리즈어워즈의 첫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고, 작품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 최대 콘텐츠 시상식 AACA(Asian Academy Creative Awards)에서 ‘OTT 최고 오리지널 프로그램'(Best Original Programme by a streamer/OTT) 상을 받으며 토종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확대했다.

랭킹 PICK! 상반기(1~6월) 가장 빛난 배우는?

◆ 수지
쿠팡플레이 <안나>에서 주인공 이유미를 연기한 수지는 10대부터 30대까지 한 인물의 성장사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그려내며 인생 캐릭터를 새로 썼다.

쿠팡플레이의 야심작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번 작품으로 첫 원톱 주연에 나선 수지는 드라마의 첫 회부터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빼어난 외모와 명석한 머리로 철없는 학창 시절을 보낸 주인공이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현실에 좌절하고, 가진 자들의 멸시에 분노하며 ‘가짜 신분’ 안나로 거듭나는 과정을 소화했다. 극 중 유미는 공허한 눈빛과 당찬 대사만으로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기 충분했다. 기존에도 <화차>나 <미스 리플리> 등 리플리 증후군을 다룬 작품들은 다수 있었지만, 수지는 <안나> 속 주인공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표현해냈다. 그는 “일반적인 리플리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 <안나>의 주인공은 죄책감을 느낀다. 그래서 불안 같은 감정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작품을 마친 수지는 <안나>를 “내가 욕심을 많이 냈던 작품이다. 여러 의미에서 내게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강조하며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배우이고 싶다”는 말로 앞으로 연기자로서 펼칠 그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 김고은
국내외 드라마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의 중심에는 주인공 ‘유미’를 연기한 김고은이 있다. 시즌1부터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온 김고은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의 모습부터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며 수시로 변하는 감정선을 다채롭게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웹툰을 드라마화한다는 소식과 함께 전해진 김고은 캐스팅 소식에 원작 팬들의 우려도 없지 않았다. 김고은과 원작 주인공 캐릭터의 싱크로율에 의문을 제기한 것. 하지만 작품이 공개되며 그런 우려는 눈 녹듯 사라졌다.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이제 김고은이 아닌 유미는 상상할 수 없다”는 응원까지 나왔다.

김고은은 정확히 10년 전, 2012년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열린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1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그의 연기 인생이 전환점을 맞이한 순간이다. 김고은은 수감 소감에서 “청룡이 나를 인정해줬다는 느낌이다”며 벅찬 감동을 드러냈다.

김고은의 활약은 하반기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과 영화 <영웅>으로 이어지며 또 한 번의 눈부신 10년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