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8,000원→300원… 바닥까지 추락한 위믹스, 돌파구 있을까
가처분 신청 기각, 결국 상장폐지된 위믹스… 300원대까지 미끄러졌다 바이백·해외 거래소 상장 등 돌파구 찾고 있지만, 효력 있을지는 미지수 미르M 출시에 쏠리는 기대, 위중한 상황 게임 하나로 이겨낼 수 있을까
위메이드의 자체 코인 ‘위믹스’가 8일 오후 3시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퇴출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가 위믹스가 제출한 유통 계획과 실제 유통량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난 10월27일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지 43일 만이다. 궁지에 몰린 위메이드는 바이낸스·코인베이스 등 새로운 해외 거래소에 위믹스를 상장하고, 소셜 카지노 P&E(Play&Earn·즐기면서 돈 버는) 게임 등 신작을 예정대로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차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위믹스 전체 거래량 중 업비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89.6%에 달하며, 빗썸이 7.8%로 그 뒤를 이었다. 오케이엑스(OKX)·게이트아이오(Gate.io)·쿠코인(Kucoin) 등 해외 거래소 비중은 2%에 그친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에서 신뢰까지 실추된 만큼, 해외 거래소 상장이 돌파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존 위믹스가 상장되어 있던 해외 거래소 오케이엑스도 이날 위믹스를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후오비와 MEXC는 위믹스를 거래하고자 하는 이용자에게 “위험성이 높은 블록체인 자산으로 투자 전에 신중하길 바란다”는 경고 문구를 노출하고 있다. 앞서 바이비트 역시 “위믹스가 토큰 관리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상장폐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위믹스 플랫폼에 온보딩한 게임사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위믹스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위메이드가 향후 계획과 비전을 공유해주길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태가 계속해서 악화된다면 장현국 대표가 주요 마일스톤으로 내세웠던 ‘내년 1분기 100개 게임 온보딩’ 계획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위믹스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기존 온보딩 된 게임들의 트래픽과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온보딩을 고려하는 게임사 부담이 증가해 위믹스 플랫폼 확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위믹스, 투자유의종목 지정부터 상장폐지까지
올해 초 발생한 대량 매도 논란 이후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0월 27일, 위믹스는 공시 정보 누락으로 인한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는 위믹스가 유통량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공시했다고 판단했다. 당초 위믹스는 이달 말까지의 예상 유통량을 2억 4,596만 개로 제출했으나, 실제 중개 사이트에 확인된 발행량은 총 3억1,842만 개였다. 계획보다 약 7,200만 개가 많은 물량이 유통된 것이다.
위메이드는 이에 대해 “위믹스 생태계 발전을 믿고 참여하는 파트너가 증가해, 협력 모델의 목적이나 형태에 따라 불가피하게 일정 물량의 위믹스가 추가 공급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거래소에 예상 유통량을 공지하며 향후 사업 및 블록체인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계획 자료가 변동될 수 있음을 미리 고지했으므로, 투자유의종목 지정은 어디까지나 거래소의 오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11월 2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입장을 바꿔 “이번에는(유통량 문제는) 공시 및 시장의 룰을 완벽하게 따르지 않았기에 발생한 문제이기에 이를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기적인 미봉책으로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래소 룰을 따르고 그에 맞게 공시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라며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11월 24일,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에 의해 위믹스의 거래 정지 및 상장 폐지가 공식화됐다. DAXA에서는 거래 정지의 근거로 △10월 27일 유의종목 지정 당시 유통량 초과가 심각했다는 점 △유통량 정보 오류에 대한 소명 자료에서 대량의 부적합이 발견됐다는 점 △DART, 미디엄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점을 들었다.
이에 장현국 대표는 25일 오전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해 “업비트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고 이걸 위믹스가 못 맞췄을 때 처분을 받는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기준도 없는데 저희가 뭘 못 맞췄는지 설명도 안 해주면서 거래 지원 종료하겠다는 통보한 것은 갑질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30일에는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결국 지난 12월 7일, 상장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 판정 재판이 진행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 송경근)는 위믹스가 지난달 24일 닥사가 내린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위믹스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생태계를 침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해 시장 투명성을 확보하고 잠재적 투자자의 손해와 위험을 미리 방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기각 소식에 위믹스 가격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초단타 매매 등이 이뤄지면서 한때 업비트에서 1585원까지 치솟았던 위믹스는 순식간에 500원대로 고꾸라졌으며, 8일 아침에는 300원대에 거래되었다. 위메이드와 위메이드맥스는 20% 가량 주가가 하락했으며, 위메이드 플레이는 6~7% 미끄러졌다.
상장폐지 소식에 투자자들 뿔났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가상자산 커뮤니티 상에서는 위믹스 상장 폐지 통보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게시물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 온라인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 ‘위믹스 피해’라고 검색하면 수천 개의 게시물이 검색될 정도다.
위믹스 투자자 A씨는 “지금 많은 위믹스 홀더와 위메이드그룹 상장 기업 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1조5,000억원 손실을 입으며 당장 죽을 상황”이라며 “부디 정부와 국회에서 긴급하게 강력 조사해서 법에 따른 처벌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위메이드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도 있었다.
이에 더해 투자자들은 위믹스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두고 대립하기 시작했다. 닥사(DAXA)가 무책임하게 상장 폐지를 통보했다는 의견과 위메이드가 당초 상장 폐지의 원인을 제공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힌 것이다. ‘닥사의 불법 행위를 신고해야 한다’는 글을 올린 B씨는 “법도 필요 없는 무소불위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강력히 조사해 불법 행위 등을 처벌하고, 투자자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친 행위에 따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위믹스 홀더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 드립니다’라는 글을 작성한 C씨는 “비난의 화살이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및 위메이드에 쏟아져야 정상인 상황에 홀더들은 정부와 닥사, 업비트에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지금이라도 냉정하게 판단해 위메이드에게 화살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장현국 대표의 간담회를 보고 위믹스와 위메이드를 끝까지 믿어보겠다는 투자자들도 일부 있었다. 위믹스 투자자 카페에서는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 (장 대표의) 뜨거운 눈물을 보니 마음이 굳건해진다”며 “떨어지면 매수하고 장 대표님의 꿈에 투자하겠다”는 글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사면초가 속 위믹스의 대응책은?
위믹스 가격이 고꾸라지고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9일 위믹스 재단은 1,000만 달러(약 132억 원) 규모의 위믹스를 바이백하겠다고 공지했다. 바이백은 발행사인 재단이 암호화폐를 다시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위믹스 재단은 사들인 코인을 소각해 유통량을 줄이고, 암호화폐 가치 제고를 도모할 계획이다. 바이백은 내년 3월 8일까지 총 90일에 걸쳐 위믹스의 탈중앙화 플랫폼 ‘위믹스파이’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바이백에 필요한 예산은 자산 처분 등을 통해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위믹스 측은 “재단의 투자 유치 및 자산 처분, 계열사 대출 등을 통해 예산을 마련하겠다”며 “바이백을 통해 획득한 위믹스는 ‘데드월렛’으로 이관돼 소각되고 그 결과는 모두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위믹스 측은 4대 거래소 외 타 거래소 상장을 통해 기존 투자자들의 거래 통로를 열어주고 있다. 8일 지닥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위믹스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의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 마켓에 상장됐다. 4대 거래소의 거래 지원이 종료된 뒤 택한 차선책인 셈이다. 앞서 위메이드는 지난 7일 상장폐지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공식 미디엄(블로그)을 통해 “거래지원을 종료하는 국내 4개 거래소 이외의 국내 거래소에서 위믹스 거래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동시에 새로운 해외 거래소 상장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어깨 무거워진 ‘미르M’… ”위믹스의 사활이 달렸다”
한편, 위믹스가 크게 휘청이며 이날부터 글로벌 CBT(클로즈드베타테스트)를 시작하는 ‘미르M’ P&E 버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지난해 8월 ‘미르4’ P&E 버전이 해외에서 성공한 이후 200원대였던 위믹스가 2만 8,000원까지 치솟은 것처럼, 미르M이 재기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온보딩 게임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미르4 같은 성공 케이스가 등장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존재한다.
위메이드의 글로벌 매출을 견인한 것은 P&E 게임이며, 향후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게임도 모두 P&E 버전이다. 위믹스 정상화에 글로벌 매출 전반과 차후 출시될 게임들의 흥행 여부가 달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미 위믹스의 가치와 신뢰가 크게 실추된 상황에 미르M이 성공할 수 있을지, 설령 인기를 끌더라도 그 인기가 위믹스의 부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