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둔촌주공, 미계약 30% 이상일 땐 자칫 부동산PF 연쇄폭탄될지도
둔촌주공 재건축, 1순위 청약 4.7대 1에 불과, 사실상 청약 미달급 충격 부동산 시장 침체보다 인근 아파트 가격 대비 저렴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도 미계약 물량 30% 이상일 경우 8월 협상으로 취소된 대위변제 다시 대두될 가능성도
단군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일반분양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불과 4.7대 1에 그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6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베일리’가 161대1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에 있는 부동산 청약 경쟁률은 올해 평균 22대 1로 크게 떨어지면서 부동산 경기 위축을 숫자로 보여주는 중이다. 둔촌주공의 경우, 세대 숫자가 많아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투기과열지구 기준 1순위 마감 최소 요건인 6대 1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부동산 전문가는 없었다.
결국 8일 2순위 청약 신청까지 받게 되면서, 서울시내 주요 아파트 중 5년 만에 처음으로 2순위 청약을 받는 단지가 됐다.
경기침체에 규제 완화, 중도금 대출 지원 등등, 백약이 무효
시장에 특히 충격인 이유는 중도금 대출 한도를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려준 이후 처음으로 나온 단지이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의 59㎡의 경우 약 10억5천만원의 분양가로 중도금 대출 한도 범위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높은 금리에 따른 경기침체보다 중도금 대출 혜택으로 충분치 않은 가격 경쟁력을 낮은 경쟁률의 원인으로 꼽는다. 통상 신규분양은 기존 주택가격 대비 분양가가 최소 10% 넘게 저렴할 때 가수요를 포함한 청약 수요가 몰리고, 5~10% 정도 저렴하다고 생각되면 실수요자 위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전용면적 84㎡ 기준 인근 고덕그라시움의 지난 달 실거래가가 13억9천만원이었던 반면, 둔촌주공 분양가가 13억원이고 중도금 대출 이자를 포함하면 사실상 미래에 입주할 집을 현재 실거래가에 구매하는 것과 같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대세 상승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가격 경쟁력이 부동산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자칫 더 비싼 돈을 내고 늦게 입주하는 집에 들어가게 된다는 생각이 퍼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따라 나왔다.
정부는 주택 분양 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도금 대출 규제를 완화한데 이어, 재건축 규제 중 가장 큰 걸림돌로 알려진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당초 예정보다 2-3년 빠른 내년 1월에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겨도 건물만 튼튼하면 재건축을 불허했는데,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춘 것이다. 거기에 더해 주차 대수나 층간 소음 등을 보는 주거 환경 비중을 30%로 높였다. 즉,구조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거주민의 불편이 심각하면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판정 여부를 결정하는 점수의 기준도 30점 이하일 때만 재건축을 허용했는데, 45점 이하로 규제를 완화했다. 조건부 재건축도 공공기관으로부터 적정성 검토를 받는 2차 안전진단 절차를 없앴다. 당장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2만4,000가구를 비롯해 노원, 강남, 송파 등 30년 이상된 서울 및 1기 신도시 단지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있어 재건축 사업에 나서는 건설업자들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중도금 대출 완화에 이어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까지 지원안이 나왔지만, 결국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공급 관련 규제를 풀어도 효과가 제한적인 것이다.
미분양 우려도 속속 흘러나와
지난 11월, 이른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한 아파트 단지가 분양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아 사실상 미분양을 숨겼다는 방송 보도가 나간이래, 전국 각지에서 미분양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4만1,604가구로 집계돼 전월 대비 8,882가구(2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가세는 2015년 11월(17,503가구)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미분양 물량은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몇 달만에 1만, 2만 가구씩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자칫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시절과 유사한 16만 가구 미분양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제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적극적으로 부동산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하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에 부산 사하구, 대구 수성구 등의 주요 지방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한데 이어,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급증한 경기도 안성, 양주 등에도 9월 21일에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해제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에서 70%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에서 60%로 확대되고, 1순위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이 2년에서 1년 이상(수도권)으로 줄고 다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게 되지만, 역시 공급 관련 규제만 풀어서는 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둔촌주공 미계약이 미칠 파장
재건축 전문 부동산 관계자들은 2순위 청약 포함 최종 경쟁률 5대 1을 마지노선으로 전망한다. 5대 1을 넘지 못하면 미계약 물량이 나오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기에 있는만큼 5대 1보다 더 높은 경쟁률이 갖춰져야 미계약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둔촌주공의 경우 특히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의 분쟁으로 재건축이 지연된 탓에 당장 내년 1월에 사업비 대출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미계약 물량이 30%가 넘으면 차환이 어려워, 최악의 경우 지난 8월 서울시가 조율한 중재안이 자칫 무효화될 가능성도 있다. 대위변제라는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예견되던 당시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대주단은 8월 23일 만기인 사업비 대출 7천억원을 서울시 중재안에 따라 조건부로 연장해줬다.
어렵게 성사됐던 중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계약 물량 30%가 차환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가운데, 부족분을 추가로 차입해줘야할 경우 부실화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이 한 차례 더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 조합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대주단의 반발로 지난 4월 15일부터 중단되었던 재건축 사업이 10월에야 겨우 재개됐던 탓에 일반 분양이 6개월 이상 늦춰졌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착공 물량이 올해보다 23%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둔촌주공 대규모 미계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인근 고덕그라시움을 비롯한 아파트 단지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에 있어, 이번 분양가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본 것이다. 최악의 경우 자칫 부동산PF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둔촌주공 재건축의 당첨자는 12월 15일에 발표, 정당 계약은 2023년 1월 3일부터 17일까지 15일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