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청 요금제 도입한 ‘넷플릭스’ CEO, “더 일찍 도입할걸” 후회
넷플릭스, 지난달 광고 시청으로 할인 요금제 이용 가능한 ‘광고형 베이직’ 출시 헤이스팅스 CEO “몇 넌 전 도입했다면 좋았을 것”… 긍정적 견해 드러내 11·12월 광고 완판행진, 방송업계 “전통적 미디어 시장 붕괴 위기” 우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광고 요금제를 뒤늦게 도입한 것에 대해 후회를 드러냈다. 헤이스팅스 CEO는 최근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딜북 컨퍼런스에서 “나는 광고 지원(ad-supported) 전략을 믿지 않았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라며 “훌루는 광고로 이용자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우리가 몇 년 전에 전략을 바꿨다면 좋았겠지만, 곧 (훌루를) 따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독료를 납부하는 대신 광고 없이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모델로 성공한 넷플릭스는 지난달 광고 요금제를 새롭게 선보였다. 시간당 평균 4~5분의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요금제 가격을 할인해주는 서비스로, 국내에서도 기존 베이직 요금제(9,500원) 대비 저렴한 5,5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한편, CNBC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 초 요금제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수익을 늘렸지만, 1분기에만 미국·캐나다에서 60만명의 가입자가 줄어들었다. CNBC는 “9월 말 기준으로 넷플릭스 가입자는 약 2억 2,300만명”이라며 “넷플릭스의 광고 시장 진출은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광고 시청으로 요금제 할인, ‘광고형 베이직’
넷플릭스는 지난 11월 광고 지원 요금제인 ‘광고형 베이직’을 출시했다. 광고형 베이직은 광고 시청을 조건으로 기존 베이직 멤버십의 모든 서비스를 5,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요금제이다. 광고형 베이직 요금제 가입 회원은 기존처럼 넷플릭스 시리즈 및 영화를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으며, 맞춤형 콘텐츠 추천, TV·모바일 디바이스 지원 등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간당 평균 4~5분가량의 광고 영상을 시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15초 또는 30초 길이의 광고가 콘텐츠 재생 시작 전 및 도중에 송출되며, 광고를 건너뛰거나 빨리 감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더해 광고형 베이직 요금제의 최고 화질은 최고 720p/HD으로 제한되며, 라이선스 제한으로 인해 일부 영화와 시리즈는 시청할 수 없다. 콘텐츠를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시청할 수 있도록 저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넷플릭스의 광고형 베이직은 광고주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TV를 자주 시청하지 않는 젊은 시청자층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송출되는 광고는 시청한 콘텐츠의 장르, 국가 등에 따라 개인화된다. 이에 더해 광고주가 자사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는 콘텐츠(예: 성적 표현, 노출, 사실적인 폭력 등)에 광고가 표시되지 않도록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광고주가 타깃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용이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넷플릭스의 광고 단가는 IPTV VOD보다 3배 가량, 유튜브보다는 4~5배 정도 높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는 뜨거웠다. 넷플릭스의 광고 파트너로 선정된 미디어렙사 ‘나스미디어’는 고객사에 보낸 안내 메일을 통해 올해 11~12월 인벤토리(재고물량)가 완판됐다고 밝혔다. OTT 광고 효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OTT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뒤늦게나마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넷플릭스가 가입자 수를 다시 회복하고, 최근 주춤한 OTT 시장의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업계, “전통 미디어 붕괴” 우려 제기
한편, 국내 방송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시행으로 인해 방송 광고 시장이 한층 빠르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디지털 광고시장 규모(63.4%)가 방송·신문 광고시장(33.3%)을 크게 앞서고 있는 가운데, 젊은층의 수요를 흡수한 OTT마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면 전통 미디어의 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석철 SBS 전문위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OTT 시대, 광고시장 변화와 대응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넷플릭스에 (광고) 프로그램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외주업체가 더 많은 편성과 제작비를 방송사에 요구하고 있다”며 “국내 방송사가 자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방송 시장 확대 기회는 사라지고, OTT 플랫폼과 외주 제작사만 남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시장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방송광고 제도의 엄격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방송광고 판매 대행사는 방송법령에 따라 방송광고만 판매할 수 있는 등 그 효력은 미미하다. 현행 제도가 미디어 환경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