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탄소섬유 재활용해 만든 해상태양광, 거친 바다서 20년 사용해도 끄떡 없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해상태양광 부력체 내구성 확보.. 비용 절감에 환경 보호까지, 버려지던 탄소섬유의 재탄생 우리나라의 해상태양광 기술, 세계적인 선두주자가 되길
지난 13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은 탄소경량소재응용연구그룹 김광석 박사·한양대 최준명 교수 공동 연구팀이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폐처리 예정인 저품질 탄소섬유를 재활용해 저렴하면서도 내구성 높은 해상태양광 해상부력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태양광 발전은 햇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연료비가 들지 않고 대기오염도 발생시키지 않아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휴 평지가 적어 산지에 설치하기 때문에, 산림자원을 훼손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 대안으로 부력체를 활용해 해수면 위에 설치하는 해상태양광 발전이 각광받고 있다. 김광석 박사와 최준명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해상부력체 신소재로 탄소섬유복합재에 주목하고, 폐기되거나 싼값에 팔리는 저품질 탄소섬유를 재활용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Upscycling) 기술 개발에 나섰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와 금속 입자의 복합화 실험 도중 탄소섬유 표면을 카메라 플래시처럼 짧지만 순간적으로 높은 빛에너지에 노출시킬 경우 탄소섬유와 플라스틱 수지 간 표면 결합력이 극대화되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빛에너지는 주로 인쇄전자 기술에서 사용하던 펄스 형태의 에너지원으로, 탄소섬유에 적용하면 빠르고 간단한 공정만으로 효과적인 기능화가 가능해 표면 결합력을 향상시켜준다. 연구팀은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활용, 빛에 노출된 탄소섬유 표면에 산소를 포함하는 작용기가 만들어져서 나노스케일 영역에서 물리·화학적 인터로킹 효과(서로 맞물려 결합을 강화하는 효과)가 유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방식으로 표면처리된 저품질 탄소섬유는 기계적 특성과 내구성이 크게 향상돼 상용 A급 탄소섬유 대비 약 95%의 성능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해상부력체 시제품 제작에 착수, 해수 수조에서 간이 실증을 완료하고 현재 전라북도 새만금방조제 내해에서 현장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9개 해상부력체가 1세트로 구성돼 450와트(W) 급 이상 태양광 패널 27를 지지하고 있는데, 이 구조물은 2m 높이 파도를 견디고 실제 해상환경에서 20년간 쓸 수 있는 안정성도 갖췄다. 해상부력체 시제품은 해수 유입을 원천 차단하고, 외부 충격에 안전하도록 설계·제작됐다.
김광석 박사는 “저품질 탄소섬유를 활용한 해상부력체는 사용기간이 끝난 후에도 동일한 기술로 품질을 높여 재사용 가능하다”면서 “향후 탄소섬유 표면처리를 대용량으로 진행할 수 있는 장비 개발 및 실용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폐탄소섬유의 다채로운 변신
폐탄소섬유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21세기 산업의 주축 분야로 주목 맏고 있는 항공 우주, 자동차, 산업·건축용 구조재료 및 레저스포츠 분야에서 사용되던 복합재료가 신소재를 이용한 복합재료로 대체됨에 따라, 대표적인 고분자 복합재료로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이 무한한 응용 가능성을 갖고 개발됐다. 철보다 가볍고 강도는 10배 강하며 내충격성 및 내열성이 뛰어난 소재로 인정받으면서 다양한 사업 분야에 대한 적용분야의 폭넓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은 고가의 재료로, 제조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에너지와 원재료를 필요로 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되고 있는 탄소섬유 회수기술은 대표적으로 산 및 유기용매를 이용한 화학적인 방법, 수지를 열분해하는 열적인 방법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들은 탄소섬유의 표면 결함과 강도 저하 등의 결점을 보여, 탄소섬유 손상 감소를 위한 추가적인 개발 필요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폐기 단계의 탄소섬유를 회수하여 재이용하는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상태양광이 각광받는 이유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했던 당시, 부산·거제 해역에 설치된 해상태양광 실증단지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례로 인해 거친 해양 환경에서 거센 태풍을 견뎌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향후 국내 해상태양광 활성화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 시장 개척에도 매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주기에 충분했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의 해상태양광 국책과제에 연구를 참여 중인 신라대학교 손창식 교수는 “먼 바다를 기준으로 하는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오전 6시 파고는 7m에 달했다. 보통 수심이 낮아질수록 파고가 높아지기 때문에 해상태양광이 설치된 곳의 파고는 더욱 높았을 것”이라며 “해상태양광발전소 실증 단지가 설치된 바로 옆 방파제의 철제 펜스가 휘어지고 파손될 정도로 피해를 입었지만, 발전소 구조물은 파손 등 이상이 발생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해상태양광발전소가 태풍 힌남노를 견딜 수 있었던 원인은 다각도에서 발생하는 외력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한 설계에 있다. 일체형이 아닌, 외력에 구조물이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거센 파고와 풍속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실증 데이터 확보를 통해 국내 해상태양광 시장 활성화뿐만 아니라 세계 해상태양광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폐탄소섬유를 만나 완성도 높아진 해상태양광 기술
해상태양광을 구성하는 부유체는 약 20년의 사용기간 동안 담수(호수, 저수지 등) 조건에서 사용되어야 하므로, 습윤 환경에 강하고 내구성이 높아야 구조적으로 안전하다. 이외에도 견고하면서도 부력이 있는 가벼운 재질이어야 한다. 때문에 탄소섬유가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냥 탄소섬유라면 석유에서 바로 생산하게 되니까 돈이 들고, 차라리 화력발전소에 그 돈을 투입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다 쓰고 버리는 폐탄소섬유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이 절감되고 오히려 ESG 관점에서도 유용해진다.
해상태양광은 토지 및 수자원을 절약할 수 있으며 발전 효율을 얻을 수 있고 섬지역이나 인구가 밀접한 해안가 지역에서 설치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국외에서도 관련 연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해수 표면의 변화, 수심에 따른 계류 설비의 안정성과 고정방법, 부력체의 염분 내구성, 높은 운영 및 관리 비용 등의 과제도 동시에 존재한다. 폐탄소섬유 활용을 통해 여러 결점을 보완하고 해상태양광 분야의 신기술을 선점함으로써 해외에 진출하여 우리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길 바란다.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도 환경영향을 최소화하여 지구온난화 등의 지구촌 문제 해결에까지 도달하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