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P와 FAST로 옮겨가는 OTT 경쟁

종편 초창기처럼 수익성 안 나는 방송으로 시작한 OTT업계 ‘쩐의 전쟁’ 벌어지는 가운데 경쟁 중심축은 IP쪽으로 이동 중 가입자 부담 낮추는 광고 삽입형 무료 스트리밍 (FAST) 서비스 성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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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결국 왓챠 인수를 포기하는 모양새다. 400억원의 신규 자금 투입으로 회사 지분의 66.7%를 인수해 이사회를 장악하려 했으나, 왓챠가 2021년 말에 투자받은 전환조건부사채(RCPS) 490억원 상환에 신규 자금이 다 쓰이는 점에 발목이 잡혔다. 향후 티빙, 웨이브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조 단위의 투자금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OTT 시장에 대한 신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부분이다.

OTT 시장에서 물러나는 것이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에 발표한 ‘유플러스 U+3.0’ 시대를 언급했다. 실제로 경기 고양시에 마련한 스튜디오에서는 웹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콘텐츠 고급화를 위해 방송가에서 속칭 ‘스타’로 불리는 PD와 작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OTT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의 역량으로 매출액을 만들어내겠다는 속내가 엿 보인다는 것이 방송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종편과 같지만 다른 OTT 플랫폼

지난 2009년 7월, 국회에서 사실상 날치기로 통과된 미디어법 덕분에 종편 채널 4곳이 개국했지만 수익성이 나빠 결국 지상파로 회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채널, 편성, 광고 등등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0%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방송의 만듦새는 조악했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당시 종편의 실패를 점쳤던 방송인들의 냉소는 2015년 들어 낮 시간 종편 시청률이 지상파 시청률을 앞지르면서 정반대로 바뀌게 된다. 2013년 7월에 시청률 1%를 넘긴 후, 2015년 들어 광고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었고, 시사토크, 예능,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이어 2016년부터 유튜브가 성장하면서 ‘위기설’이 종편에서 지상파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유튜브가 우리 일상을 장악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MBC를 비롯한 지상파3사는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위치까지 몰리게 됐다.

종편이 미디어법을 비롯한 정부의 후원을 받으며 시작한 반면, OTT는 이미 가입자가 최소 1,000만명이 넘은 2022년 말에야 관련법이 정비된 상태다. 해외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도 2위권인 티빙, 웨이브의 2배 가까운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생존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지원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정부는 이제 겨우 예산 편성을 막 끝냈을 뿐이다. 실제로 OTT 플랫폼들이 지원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낮다. OTT는 출발점부터 정부 지원보다 자체 생존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태다.

OTT 플랫폼, 종편처럼 생존할 수 있을까?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종편의 성공 요인을 지상파에서 볼 수 없었던 감정적인 언어 표현을 담은 시사토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한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종편형 예능 및 드라마의 대성공을 꼽는다.

같은 맥락에서 OTT 플랫폼의 성공도 예능 및 드라마 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야한다는 점에서 OTT의 성공이 종편의 성공 방정식과 일부 맞닿은 부분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정당 관계자는 “시사토크는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노이즈’를 생산해내는 것을 콘텐츠로 활용하고, 그걸 기사화하는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 반면, 예능과 드라마는 제작 비용이 점점 올라가고 있어서 OTT는 콘텐츠 비용이 훨씬 더 들어가지 않겠나”는 반응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정치권 뉴스에 붙는 광고나 PPL 대비 예능, 드라마에 붙는 그것의 금액대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반박을 내놓는다.

결국, 종편이 지상파의 냉소를 극복하던 2015년 전후처럼 OTT 플랫폼들이 시장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박’나는 예능, 드라마를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해석이 따라 나온다.

격화되는 IP 전쟁

최근 국내 OTT 업체들이 글로벌 자금 경색으로 투자자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다 콘텐츠 제작 비용에 수백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OTT 시장을 바라보는 눈도 바뀌고 있는 추세다.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매우 큰 만큼, 유료 OTT 플랫폼 운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공급업체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과거 콘텐츠 제작사들과 달리 해외시장이 열려있고, 영상화 할 수 있는 웹소설, 웹툰 등의 새로은 지적재산권(IP) 콘텐츠들이 대규모로 쏟아지고 있어, 과거처럼 직접 스튜디오를 차리고 방송을 내보내는 수직계열화를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지난 2022년 8월, 경영난에 빠진 왓챠가 웹소설 업체인 ‘리디’와 합병하는 안이 시장에 돌았을 때, ‘웹소설과 OTT 플랫폼’, ‘IP 보유업체와 콘텐츠 판매 플랫폼’ 등의 형태로 시너지를 기대하는 업계의 평이 있기도 했다. 과거처럼 영세 기업이 콘텐츠 생산을 위해 인력을 혹사시키는 시스템이 아니라, 각종 판매처와의 조율을 통해 매출액을 만들어 낼 수 있는만큼 IP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U+3.0’의 모토이기도 하다.

12일,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1조2천억원의 해외투자 유치에 나선 것도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통해 IP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IP확보를 위한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22년 9월 LA에서 열린 FAST 컨퍼런스/사진=Amagi.com

FAST로 대변되는 OTT 광고 시장의 성장세

OTT 플랫폼들이 자체 콘텐츠 확보에 뛰어들면서 IP 시장으로 경쟁의 중심이 옮겨간 것과 더불어, 광고를 끼워넣은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돌아가는 서비스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로 알려진 플랫폼은 지난 2022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스마트 TV를 이용한 삼성 TV 플러스가 미국에서 30억 시간의 시청량을 자랑하며 미국 내 5위권의 FAST 플랫폼으로 자리잡을만큼 성장한 상태다.

실제로 미국의 FAST 시장은 기존의 케이블, IPTV들이 스마트TV 제공 업체들과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OTT를 시청하는 단말기가 스마트폰에서 다시 TV가 되면서 FAST 공급업체들의 미디어 권력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오디오 인식 기술(ACR)을 통해 데이터 수집에 동의한 시청자들의 시청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타깃 광고가 가능해짐에 따라 광고 효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9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된 FAST 컨퍼런스에서는 온라인 광고업체 및 광고 에이전시들이 동영상 광고 타기팅의 효과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광고 타게팅 업계에 몸 담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마트폰 활용 데이터만큼 개인화는 어렵겠지만 TV를 활용하는 FAST는 사용자 구분이 가능한 알고리즘만 있으면 가족들의 시청 패턴을 분리해서 개인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광고 타게팅 서비스를 활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TV를 개인화 타게팅 광고에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광고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클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유저들이 앱을 다운 받게 만드는 것만해도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유료 서비스인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같은 OTT 서비스들에 메뚜기 스타일 가입자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차라리 FAST처럼 유튜브 모델을 빌려와서 광고로 수익화를 하는 편이 이미 하드웨어인 TV를 판매한만큼 가입자 유지, 확보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022년에 글로벌 자금 경색이 이어지며 국내외 OTT 시장이 한 차례 재편되었다. 2023년에는 IP와 FAST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OTT 시장 경쟁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