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고서로 알아보는 2022 결산 및 2023 세계 VC 동향 – ① Global

글로벌 VC 투자 4분기 연속 감소… 2년 만에 최저치 IPO 길 막혔다. 스타트업 출구전략은 M&A로 이동중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은 현재진행형… 활로는 10대 국가 필수전략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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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세계 경제가 직면할 과제는 2022년에 이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문제, 글로벌 공급망 구조조정 등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불확실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이에 벤처 경제에서는 2022년을 정리하는 한편 2023년을 예측한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와 글로벌 주요국들의 경제전망과 함께 세계 벤처 업계를 관통할 트렌드를 함께 살펴본다.


글로벌은 MACRO 이슈로 고통받는 중

VC 투자에 있어 2022년은 세계적으로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였다.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여전했고 투입되기를 기다리는 자금도 막대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분쟁, 급상승하는 금리,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그리고 세계적인 불황에 대한 우려가 모두 합쳐져 특히 하반기에 VC 투자가 저조했다. 22년 4분기 전 세계 VC 투자액은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이는 21년 4분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모든 지역에 대한 VC 투자가 분기별로 감소했다. 미주 지역은 22년 4분기 동안 전 세계에서 VC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미국은 이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시아는 이번 분기에 6개의 5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거래를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2위를 차지했다. 유럽은 22년 3분기에 비해 VC 투자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여 22년 4분기에 거의 40% 감소했다.

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23년도까지 전 세계 VC 투자는 계속 억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어쨌든 자본을 조달해야 해서 다운라운드는 더욱 확산할 것이다. 현금이 바닥나도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다면 인수합병(M&A)을 고려해야 한다.

이렇듯 2023년은 세계 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도 성장세가 크게 악화할 전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2022년 하반기부터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경제적 이슈들은 국내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의 한국 경제 성장률은 1.7%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시장은 펀드 옥석 가리기 중

사진=KPMG Private Enterprise

하지만 2022년에도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은 견고했다. 산재한 각종 이슈에도 불구하고 2022년은 미국과 유럽의 매우 강력한 자금조달 활동으로 인해 글로벌 자금조달 액수가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반면 아시아의 기금 조달은 정반대로 4년 연속 감소해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3년 동안 VC 펀드의 수는 심하게 감소했지만 평균 펀드 규모는 매우 증가했다. 유동성 공급자(LP)들은 신규 펀드보다는 실적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검증된 펀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진=KPMG Private Enterprise

하지만 글로벌 VC 투자는 4분기 연속 감소해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년동기 2057억 달러에 비하면 63% 급감했다. KPMG Private Enterprise이 26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글로벌 VC 투자는 7641건의 거래로 756억 달러에 그쳤다. 전 분기 9767건, 1022억 달러 대비 거래 건수와 규모가 모두 급감, 2019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Global venture financing은 VC가 실제로 투자한 금액을 나타낸 그래프다. 2020년 3,675억 달러에서 2021년 7,305억 달러로 3,630억 달러 상승했다. 사실상 100% 성장한 것이다. 반면 2022년에 2,370억 달러, 32% 감소했다. Global venture fundraising은 펀드 업계에 새로 유입된 금액을 나타낸 그래프다. 2020년 2,295억 달러에서 2021년 2,845억 달러로 550억 달러, 23% 상승했다. 2022년에는 2,518억 달러로 327억 달러, 11% 하락했다. 하지만 펀드 수는 2,500개에서 1,500개 이하로 크게 줄었다. 혹독한 글로벌 경제 환경으로 인해 검증된 펀드만 살아남고 있다고 해석된다.

떠오르는 테마는 ‘비용 절감’

빅테크 해고와 VC 자금 지원 철회로 IT 분야의 많은 부분에 암흑이 드리웠다. 주요 기술주(애플, 메타,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의 붕괴는 산업 전반의 고용 둔화, 투자자들의 불안을 불러왔다. 22년 4분기에는 수많은 글로벌 테크 기업이 대폭적인 비용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사무실 축소가 이어졌다. 메타, 트위터, 스트라이프, 스냅, 리프트, 레드핀 등이 모두 10% 이상 인원 규모를 축소했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인사관리 컨설팅 회사 CG&C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감원 규모가 총 3만 1,200명에 달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빅테크에서 해고된 기술자들은 스타트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스타트업들도 현금 보존이라는 임무, 새로운 자금조달의 지연, 투자자의 효율화 압력에의 대응에 임하고 있다. 비용 절감에 대한 우선순위가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 전반으로 확대됐다. 거대 기업이나 스타트업 모두 운용의 합리화, 비즈니스 효율의 향상, 그리고 1달러당 더 많은 가치를 얻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기조에 힘입어, 이미 VC 투자의 강력한 영역인 B2B 및 비즈니스 생산성 솔루션 분야는 향후 몇 분기에 걸쳐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문제는 지난 12년간의 유동성 잔치의 종료와 함께 De-leverage(유동성 축소)의 시대가 개막된 것. 또한 이를 보완해 줄 정책적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위 두 그래프를 종합하면 펀드에는 아직 자금이 남아있지만, 은행 등 금융 기관에서 대출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해석된다. 기업이 현금을 절약하고 VC 업계는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준금리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큰 VC 투자가 지양되고 있다. VC 업계의 황금기가 확실히 지났다, 손쉬운 자금조달과 빠른 성장의 시대가 끝났다.

FTX 붕괴… Sol 추락에 혹독한 암호화폐 겨울

거래 규모 기준 전 세계 2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작년 11월 11일 공식 파산을 발표했다. 기업가치 320억 달러, 하루 거래량 100억~150억 달러, 등록된 이용자만 120만 명인 거대 서비스였으나, 몰락에는 채 8일이 걸리지 않았다. 파산 신청 당시, 회사의 부채는 한화 66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등 유명 거래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블랙록을 비롯한 금융회사들도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한영회계법인, 환경부 등이 FTX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이목을 끌었다.

FTX가 파산함에 따라 암호화폐 VC 기업이나 투자자의 조사 프로세스가 대폭 재검토되고 많은 관할구역에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스마트 머니의 지원을 받는 고부가가치 기업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VC 시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VC 기업들은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실사 및 투자의사 결정을 광범위하게 재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VC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투자 관련한 의사 결정 과정이 복잡해지며 기존의 암호화폐 스타트업들도 자신들의 비즈니스와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검증되지 않은 암호화폐 기업의 몰락이 예정된 가운데, 2023년에 이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23년 1분기 주목해야 할 동향

사진=KPMG Private Enterprise

2022년에는 미주, 유럽 및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VC 투자 대상 기업들의 IPO 활동이 크게 정체됐다. 한국도 2022년, IPO 대어로 기대된 마켓 컬리가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중국은 예외로, 작년 중국 기업의 자국 내 주식시장에서 자금조달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블랙리스트에 대거 포함됐던 기업들로, 미국에 상장할 수 없게 된 중국의 유망 기업들이 자국 내 상장을 결정한 탓이다. 중국 당국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도 한몫한 것은 물론이다.

특히 미국의 IPO는 상반기에도 재개될 전망이 없다.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수많은 유니콘 기업들은 22년 4분기 동안 현금 확보, 수익성 향상, 대대적 구조조정, 사무실 축소 등, 기타 비용 절감 조치를 수행하고 있다. 유동성 시기에 비해 낮은 벨류가 예상되고, 추가 자금조달 시기에 상대적으로 더 나은 위치에 있기 위한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업들은 현금 보유액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낮은 벨류인 상태로 추가 자금을 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전 라운드보다 낮은 평가액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다운 라운드’가 2023에 성행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 같은 내림세와 현금 보전 압력으로 인해 M&A 활동이 늘어날 수 있다. M&A는 기업들이 현금 조달·생존을 위해 다른 기업과 자원을 결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실 2020년까지 쭉 M&A가 이끄는 시장이었다. 규모 자체는 IPO가 더 컸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2021년에 폭발적으로 IPO 규모가 늘어났으나 거시경제 이슈로 인해 다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기업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인수를 통해 제품군 확대를 모색하는 기업 개발팀과 스타트업 간 통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 기업은 최근 비용을 절감하고 정리 해고를 진행하는 중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흡수할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다시 스타트업의 출구전략이 M&A로 돌아올 전망이다.

판도라의 VC 상자… 남아있는 희망은?

23년 1분기에도 VC 투자에서 매우 매력적인 분야는 남아있다.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은 현재진행형으로, 미래를 위한 국가와 기업의 생존 전략 차원에서 자본과 기술이 집중될 분야가 있다.

대한민국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강화해 온 범정부 연구개발(R&D)컨트롤타워 기능을 기반으로, 2021년 12월 선정한 10대 국가 필수전략 기술의 기술 수준을 2030년까지 최고 기술국 대비 90% 이상 달성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10대 국가 필수 전략기술은 AI, 5G·6G, 첨단바이오, 양자, 우주·항공,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소, 사이버보안, 첨단로봇·제조 기술이다. 2022년에만 10대 국가 필수 전략기술에 정부 R&D 예산 약 3조3천억원을 투자했다.

세계적으로도 사이버보안, B2B 솔루션, 의료 및 생명공학, 레그테크(Regtech) 등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레그테크란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금융 관련 규제를 관리·준수하는 서비스·기술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도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창조적 AI와 대화형 AI와 같은 게임 체인지 분야에서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치솟는 에너지 비용으로 인해 새로운 대안 에너지, 전기차 및 청정 기술(Clean Tech)에 대한 VC 투자가 매우 증가했다.